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82] 친구에게

자오나눔 2007. 1. 15. 12:54
보고 싶다고 언제나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언제나 가까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벗에게 이렇게 글을 써 본다. 모처럼이지?
오늘은 너에게 나의 작은 행복을 자랑하고 싶어... 얄밉지? 그러
나 넌 미소로 나의 작은 행복을 들어 준다는 걸 난 알아... 왜냐
고? 우린 서로 전화만 해도 힘들거나 기쁜걸 알 수 있으니까. 그
치?

주일 저녁 예배를 드리고 나서 기도랍시고 꺽꺽대다가 집에
오니 밤 10시가 다 되어 가더라. 부랴부랴 저녁을 챙기는 아내,
아빠 고향인 작은 섬에 몇 번 다녀온 후 바다를 무척 좋아해 버
린 아들 녀석은 오늘도 아빠의 고향인 작은 섬의 바다를 그리고
있고, 난 소록도 난방비 보내기 자선 음악회를 위해 준비할 것을
챙기고.... 이게 오늘밤에 있는 우리 집의 작은 행복이야.

추석을 준비하며 몇 군데 찾아 갈 곳이 있어서 음식을 조금
더 준비했었어... 그 음식이 조금 남았었는데 오늘은 그것으로 모
듬전 전골을 만들어 주더라. 음식 솜씨 좋은 아내가 있으니 참
감사해. 모듬전 전골에 집에서 담근 포도와 설탕에 재인 포도즙
(?)도 한잔했단다. 달콤한 게 혀끝을 감미롭게 하더라. 네가 언제
집에 오면 기분 좋게 한 모금씩 나누고 싶더구나. 이런... 내 자랑
만 했네?

나눔 행사 준비한다고 사무실 계단을 올라가다 목발을 잘못
짚어서 다리에 충격이 갔나 봐. 모처럼 아파서 눈물을 찔끔 해
봤다. 참 우습지? 근데 저녁을 먹고 준열이 취침 기도를 해 주고
나서 잠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데 준열이가 내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더라고... 그리곤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무릎을 꿇고 기
도를 하는 거야.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들어볼래? "하나님 감사
합니다. 하나님 우리 아빠가 아파요. 다리가 많이 아파요. 우리
아빠 안 아프게 해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이렇게 기도를 하고 있잖아... 그걸 듣던 내 눈에 갑자기 이슬이
맺힌걸 보니 나도 많이 약해 졌나 봐.

그래도 오늘은 참 행복해... 이런걸 느끼면서 난 또 다른 죄
책감이 들더라. 부모님 살아 생전에 조금이나마 마음을 기쁘게
해 드렸더라면... 이래서 자식을 키워 봐야 부모 마음을 알고, 자
식에게 하는 것에 만 분의 일만 해도 효자라는 말을 알게 됐
어. 참! 요즘 많이 힘들지? 힘든다는 거 알아... 그러나 좋은 날도
있을 거야. 가장 중요한 건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 알
지? 이만 줄일게 힘내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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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세상을 살아가면서 작은 것에도 감동할 줄 알고 행복해 하
는 아빠는 참 복 받은 사람인가 봐. 오늘 너무 감사했어. 아빠가
너의 자는 뺨에다 뽀뽀를 살짝 했는데 네가 빙그레~ 미소 짓더라
얼마나 좋은지... 우리 작은 것부터 감사하며 살아 가자구나. 사랑
한다 아들아...
99/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