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을 고향으로 두고 자란 사람은 누구나 다 가난이라는 단
어에 익숙해 있다. 먹을 것은 자급자족을 하기에 그런대로 해결
됐지만, 돈은 참으로 귀한 시절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많이 낳았
던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은 가족 모임이라도 하면 집안이 좁
을 정도로 가족이 모이기도 한다. 이런 가정을 다복한 가정이라
고 한다. 일손이 부족하던 그 시절에는 가족이 많은 것도 복이었
다. 그래서 아이를 잘 낳는 며느리가 대접을 받았던 시절도 있었
는가 보다.
검정 고무신을 신고 책 보따리를 어깨띠 두르듯 질끈 동여매
고 들판을 내달리며 학교로 가던 시절. 학교에 가서 제일 부러운
친구는 구두를 신는 아버지를 둔 친구였다. 그 친구는 아버지의
구두를 닦아주고 용돈을 받아 와 우리들을 눈깔사탕으로 휘어잡
고 있었다. 나의 불만은 왜 우리 아버지는 구두가 없을까 였다.
아버지도 구두가 있다면 나도 친구처럼 구두를 닦아 볼텐데... 지
금 생각하면 얼마나 철없는 시절인가라는 마음도 들지만, 덕분에
소중한 추억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감사의 조
건이 된다.
마음에 작은 부러움이 있었던가 보다. 어른이 되어 장가를 가
고 아이를 낳고, 드디어 학부형이 됐을 때 얼마나 기쁘던지. 아들
(준열)에게 구두 닦는 법을 시범으로 보여주며 다음부터는 아빠
구두를 닦아 보라고 했다. 몇 번 닦던 녀석이 재미가 없나 보다.
가끔 구두를 보면 먼지가 부옇게 앉아 있다. 그래서 아이와 약속
을 했다. 낮부터 저녁 시간에 구두를 닦아주면 200원을 용돈으로
주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닦으면 300원을 주기로 했다. 그후론
구두가 매일 깨끗하다. 물론 녀석의 돼지 저금통은 날마다 배가
불러 간다.
며칠 구두를 닦는 걸 보았지만 동전이 없어 한꺼번에 주겠다
고 했다. 저녁에 녀석이 구두를 닦더니 품에 안겨 귀엣말을 한다.
"아빠 구두를 두 번 더 닦을 테니까 미리 구두 닦는 값을 천원만
달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세 번을 그냥 넘어 갔는가 보다. 천
원을 꺼내 주니 슈퍼로 달려간다. 금방 헥헥 거리며 오더니 아내
에게 두손으로 무엇을 내민다.
그것을 보니 커다란 알사탕 두 개, 초콜릿 두 개, 작은 알사탕
이 두 개가 작은 손바닥 위에 있었다. 무어냐고 물었더니 "오늘
은 사탕을 선물하는 날이에요"라고 한다. 아내와 나는 갑자기 부
자가 된 느낌이 들었다. 세상의 상술이 알 수 없는 기념일을 만
들었지만, 아들을 통해 남을 배려하는 큰사랑을 배웠다. 내일 아
침에 구두를 신을 때 나는 또 한 번 행복을 느끼리라. 나는 그
행복을 누군가에게 나누어주리라.
아들아...
감동을 주고 감동을 받으며 살수 있는 작은 세상이 우리에게
는 있구나. 사랑한다 내 아들아.
2001.3.14
어에 익숙해 있다. 먹을 것은 자급자족을 하기에 그런대로 해결
됐지만, 돈은 참으로 귀한 시절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많이 낳았
던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은 가족 모임이라도 하면 집안이 좁
을 정도로 가족이 모이기도 한다. 이런 가정을 다복한 가정이라
고 한다. 일손이 부족하던 그 시절에는 가족이 많은 것도 복이었
다. 그래서 아이를 잘 낳는 며느리가 대접을 받았던 시절도 있었
는가 보다.
검정 고무신을 신고 책 보따리를 어깨띠 두르듯 질끈 동여매
고 들판을 내달리며 학교로 가던 시절. 학교에 가서 제일 부러운
친구는 구두를 신는 아버지를 둔 친구였다. 그 친구는 아버지의
구두를 닦아주고 용돈을 받아 와 우리들을 눈깔사탕으로 휘어잡
고 있었다. 나의 불만은 왜 우리 아버지는 구두가 없을까 였다.
아버지도 구두가 있다면 나도 친구처럼 구두를 닦아 볼텐데... 지
금 생각하면 얼마나 철없는 시절인가라는 마음도 들지만, 덕분에
소중한 추억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감사의 조
건이 된다.
마음에 작은 부러움이 있었던가 보다. 어른이 되어 장가를 가
고 아이를 낳고, 드디어 학부형이 됐을 때 얼마나 기쁘던지. 아들
(준열)에게 구두 닦는 법을 시범으로 보여주며 다음부터는 아빠
구두를 닦아 보라고 했다. 몇 번 닦던 녀석이 재미가 없나 보다.
가끔 구두를 보면 먼지가 부옇게 앉아 있다. 그래서 아이와 약속
을 했다. 낮부터 저녁 시간에 구두를 닦아주면 200원을 용돈으로
주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닦으면 300원을 주기로 했다. 그후론
구두가 매일 깨끗하다. 물론 녀석의 돼지 저금통은 날마다 배가
불러 간다.
며칠 구두를 닦는 걸 보았지만 동전이 없어 한꺼번에 주겠다
고 했다. 저녁에 녀석이 구두를 닦더니 품에 안겨 귀엣말을 한다.
"아빠 구두를 두 번 더 닦을 테니까 미리 구두 닦는 값을 천원만
달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세 번을 그냥 넘어 갔는가 보다. 천
원을 꺼내 주니 슈퍼로 달려간다. 금방 헥헥 거리며 오더니 아내
에게 두손으로 무엇을 내민다.
그것을 보니 커다란 알사탕 두 개, 초콜릿 두 개, 작은 알사탕
이 두 개가 작은 손바닥 위에 있었다. 무어냐고 물었더니 "오늘
은 사탕을 선물하는 날이에요"라고 한다. 아내와 나는 갑자기 부
자가 된 느낌이 들었다. 세상의 상술이 알 수 없는 기념일을 만
들었지만, 아들을 통해 남을 배려하는 큰사랑을 배웠다. 내일 아
침에 구두를 신을 때 나는 또 한 번 행복을 느끼리라. 나는 그
행복을 누군가에게 나누어주리라.
아들아...
감동을 주고 감동을 받으며 살수 있는 작은 세상이 우리에게
는 있구나. 사랑한다 내 아들아.
200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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