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98] 구두와 사탕

자오나눔 2007. 1. 15. 13:03
      시골을 고향으로 두고 자란  사람은 누구나 다 가난이라는 단
   어에 익숙해 있다.  먹을 것은 자급자족을 하기에  그런대로 해결
   됐지만, 돈은 참으로 귀한  시절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많이 낳았
   던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은 가족 모임이라도 하면 집안이 좁
   을 정도로 가족이  모이기도 한다. 이런 가정을  다복한 가정이라
   고 한다. 일손이 부족하던 그 시절에는 가족이  많은 것도 복이었
   다. 그래서 아이를 잘 낳는 며느리가 대접을  받았던 시절도 있었
   는가 보다.

      검정 고무신을 신고 책  보따리를 어깨띠 두르듯 질끈 동여매
   고 들판을 내달리며 학교로 가던 시절. 학교에  가서 제일 부러운
   친구는 구두를 신는  아버지를 둔 친구였다. 그  친구는 아버지의
   구두를 닦아주고 용돈을  받아 와 우리들을 눈깔사탕으로 휘어잡
   고 있었다. 나의  불만은 왜 우리 아버지는  구두가 없을까 였다.
   아버지도 구두가 있다면 나도 친구처럼 구두를  닦아 볼텐데... 지
   금 생각하면 얼마나 철없는 시절인가라는  마음도 들지만, 덕분에
   소중한 추억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감사의 조
   건이 된다.

      마음에 작은 부러움이 있었던가 보다. 어른이  되어 장가를 가
   고 아이를 낳고, 드디어 학부형이 됐을 때 얼마나 기쁘던지. 아들
   (준열)에게 구두 닦는  법을 시범으로 보여주며 다음부터는  아빠
   구두를 닦아 보라고 했다.  몇 번 닦던 녀석이 재미가 없나 보다.
   가끔 구두를 보면 먼지가 부옇게 앉아 있다.  그래서 아이와 약속
   을 했다. 낮부터 저녁 시간에 구두를  닦아주면 200원을 용돈으로
   주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닦으면 300원을  주기로 했다. 그후론
   구두가 매일 깨끗하다.  물론 녀석의 돼지 저금통은  날마다 배가
   불러 간다.

      며칠 구두를 닦는 걸  보았지만 동전이 없어 한꺼번에 주겠다
   고 했다. 저녁에 녀석이 구두를 닦더니 품에 안겨 귀엣말을 한다.
   "아빠 구두를 두 번 더 닦을 테니까 미리 구두 닦는 값을 천원만
   달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세 번을 그냥 넘어 갔는가 보다. 천
   원을 꺼내 주니 슈퍼로 달려간다. 금방 헥헥  거리며 오더니 아내
   에게 두손으로 무엇을 내민다.
      그것을 보니 커다란 알사탕 두 개, 초콜릿 두 개, 작은 알사탕
   이 두 개가  작은 손바닥 위에 있었다. 무어냐고  물었더니 "오늘
   은 사탕을 선물하는 날이에요"라고 한다.  아내와 나는 갑자기 부
   자가 된 느낌이  들었다. 세상의 상술이 알 수 없는  기념일을 만
   들었지만, 아들을 통해 남을  배려하는 큰사랑을 배웠다. 내일 아
   침에 구두를 신을  때 나는 또 한  번 행복을 느끼리라. 나는  그
   행복을 누군가에게 나누어주리라.

      아들아...
      감동을 주고 감동을 받으며  살수 있는 작은 세상이 우리에게
   는 있구나. 사랑한다 내 아들아.

      200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