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200] 무엇을 보여주지?

자오나눔 2007. 1. 15. 13:05
      나눔의 사역을 하다 보면 전국이 좁다며 돌아다닐  때가 많다. 일부러 시
   간 내서 관광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여러 가지 사연을
   만들거나 겪기도 한다.  아빠와 엄마가 봉사 가는 날이면 녀석은  언제나 혼
   자였다. 일을 마치고 밤늦게 집에 도착해 보면 혼자 밥을 챙겨 먹고, 공부하
   다 일기를 써서 아빠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자기 방에서 자고 있는 모습을 보
   며, 이것이 행복일까라는  허탈감에 빠질 때도 많았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기회만 생기면 데리고 다니려고 하는데, 학교에 다니는  녀석과의 시간을 맞
   추기가 쉽지 않다.

      녀석은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다.  요즘은 녀석이 신났다. 외로움에서 해
   방되었기 때문이다. 방학을 하고 나니 아빠와 엄마랑  함께 돌아다니니 얼굴
   에 웃음이 가득하다.  양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보청기를  끼우고도 큰소리
   로 말을 해야 알아먹는 녀석은 한글을 늦게  배웠다. '아버지'를 가르쳐 줘도
   녀석이 듣는 소리는 '아지'정도로 들리니 힘들 수밖에... 그래서 일기를 쓰는
   법을 가르쳐 주며 매일 일기를 쓰게 하고, 만화를 자주 보게 했다. 그래서인
   지 만화를 참 좋아한다. 어디를 가도 만화책을 들고 가려고 한다.

      아무튼... 녀석이랑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려 장애인 화장실에서  일을 보
   는데 녀석이 "아빠 나  부탁 한 개 들어주세요." "뭔데~?" "준열이 포켓몬스
   터 만화 책 한 권 사주세요... 네? 아빠~" 녀석을 보며 내가 한마디했다. "사
   랑하는 준열아, 만화책 사주는 것은  괜찮은데... 만화책 한 권 살 돈이면 우
   리 무료 급식소에  오시는 불쌍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데 어떻게 하지?"
   한참을 고민하던 녀석이 말을 꺼낸다.  "아빠! 그러면 나 만화책 사 주지 말
   고요, 크리스마스 때 드래곤 팽이 사 주세요" "그게 뭔데?" "문방구 가면 있
   어요~" 성탄 때 팽이를 선물하기로 약속했는데,  그것만 받겠다며 만화책 사
   주지 말고 불쌍한  사람을 돕자는 녀석의 말에 참 기분이  좋았다. 휴게소에
   서 3천원 하는 만화책 한 권을 사주고 있는  나의 모습, 만화책을 들고 휴게
   소 매점 아주머니께 고개를 숙이며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아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녀석에게  한방(?) 맞는 일이 벌어졌다. 운전을 하
   다 보며 주행 중에  신호가 빨간 불로 바뀌는 경우를 만나게 된다.  그럴 때
   는 빠르게 지나가야 되는데 이번에도 똑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그 순간 녀
   석이 한마디한다. "엄마! 빨간  불인데 왜 지나가요?" "윽! 내 그럴  줄 알았
   다. 아들 화이팅이다!" 아내의 대답에 이해를 못하는  얼굴이 되는 녀석. "살
   다 보면 그럴 때도 있는 거야 준열아~"
      살다 보면 부득한 경우에 신호를 어길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의 욕심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 아닐까... 조금 더  빨리
   가려고, 조금 더 해 보려고, 조금 더... 조금 더...,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것을 보여줘야 하는가. 부모의  모습이 아이들에
   게 산 교육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난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가.  많은 생
   각을 하게 되는  하루다. 년말 년시라고 분주한 삶속에서 나는  녀석에게 이
   웃과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2001.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