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아들이 없는 아버지들이 아쉬운 것은 아
들과 함께 목욕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버
지와 아들이 함께 목욕을 하면서 남자들만의 정도 느끼게 되고 속내를
털어놓는 시간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들이 있
는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보라고 권유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나도 아들과 목욕하는 걸 좋아한다. 남들처럼 목욕탕에 가는 게 아
니라 집에서 한다. 특별한 경우에는 가족끼리 여관에 가서 씻기도 한
다. 온몸에 화상으로 수술을 많이 받았지만 흉측한 흉터는 그대로 있
다. 옷을 입으면 잘생긴 남자인데 벗고 보면 별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전에 용기를 내어 목욕탕에 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었다. 내가 벗고
목발을 짚고 목욕탕 실내로 들어가는데 어떤 아이가 비명을 지르며 도
망가다 넘어져 머리가 깨졌다. 내 모습을 보고 놀란 아이가 그렇게 되
니 참 힘들었다. 얼마를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집에서 하는 것도 남을
위한 배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최근에 나의 벗은 몸을 본 사람은 아
내와 아들뿐이다.
내 아들 양준열. 이제 9살인 준열이는 다른 아이들보다는 조금 늦
다. 양쪽 귀가 들리지 않다가 이제야 보청기 덕분에 들을 수 있으니
요즘은 분주하다. 궁금한 것도 많고 생각하는 것도 더 많은 것 같다.
지금까지는 조금 뒤떨어져 살아왔지만 점점 좋아지리라 믿는다. 감사
의 조건이다.
준열이와 난 목욕을 할 때면 서로에게 비누칠해서 씻어 주느라 바
쁘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소중한 행복을 지키려면 내가 건강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궁금한 것도 물어 볼 수 있어 준열이는 좋은가
보다.
오늘도 준열이와 목욕을 하면서 느낀 거... 많이 컸구나. 그 어린 핏
덩이가 많이 컸구나 였다. 녀석은 흉측한 아빠의 온몸에 비누칠을 해
주면서 좋아한다. 그러면서 내게 묻는다. "아빠는 왜 나하고 목욕하면
좋아해요? 그렇게 좋아요?" 한다. 녀석의 질문을 들으면서도 기분이
좋다. "그럼~ 얼마나 좋은데... 아빠가 아들 등 밀어 주고, 아들이 아빠
등 밀어 줄 때 사랑이 흐르기 때문이란다."
녀석의 질문은 또 이어진다. "아빠! 그럼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에
요?" "그럼~ 당연하지 우린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빠와 아들인
데..." 녀석이 또 묻는다. "아빠 가게에 불났을 때 도망가지 왜 불끄다
가 아빠가 탔어요?" "음... 소방차가 오기 전에 불이 번지면 가스통이
터질 것 같아서 불을 끈 거야... 다음에 자세히 알려 줄께~" 녀석과의
대화는 목욕이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22년전... 내 나이 19살 때, 그때 처음으로 아버님과 목욕탕에 갔었
다. 평소 호랑이처럼 무서우셨던 아버님었는데, 그날 내 등을 밀어 주
시며 흐뭇해하시던 아버님의 표정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아버님이
하늘나라에 가신지 13년이 지났지만, 그 모습이 아직도 좋기만 하는
이유는 아마... 그리움 때문일 게다.
2001.3.29
들과 함께 목욕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버
지와 아들이 함께 목욕을 하면서 남자들만의 정도 느끼게 되고 속내를
털어놓는 시간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들이 있
는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보라고 권유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나도 아들과 목욕하는 걸 좋아한다. 남들처럼 목욕탕에 가는 게 아
니라 집에서 한다. 특별한 경우에는 가족끼리 여관에 가서 씻기도 한
다. 온몸에 화상으로 수술을 많이 받았지만 흉측한 흉터는 그대로 있
다. 옷을 입으면 잘생긴 남자인데 벗고 보면 별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전에 용기를 내어 목욕탕에 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었다. 내가 벗고
목발을 짚고 목욕탕 실내로 들어가는데 어떤 아이가 비명을 지르며 도
망가다 넘어져 머리가 깨졌다. 내 모습을 보고 놀란 아이가 그렇게 되
니 참 힘들었다. 얼마를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집에서 하는 것도 남을
위한 배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최근에 나의 벗은 몸을 본 사람은 아
내와 아들뿐이다.
내 아들 양준열. 이제 9살인 준열이는 다른 아이들보다는 조금 늦
다. 양쪽 귀가 들리지 않다가 이제야 보청기 덕분에 들을 수 있으니
요즘은 분주하다. 궁금한 것도 많고 생각하는 것도 더 많은 것 같다.
지금까지는 조금 뒤떨어져 살아왔지만 점점 좋아지리라 믿는다. 감사
의 조건이다.
준열이와 난 목욕을 할 때면 서로에게 비누칠해서 씻어 주느라 바
쁘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소중한 행복을 지키려면 내가 건강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궁금한 것도 물어 볼 수 있어 준열이는 좋은가
보다.
오늘도 준열이와 목욕을 하면서 느낀 거... 많이 컸구나. 그 어린 핏
덩이가 많이 컸구나 였다. 녀석은 흉측한 아빠의 온몸에 비누칠을 해
주면서 좋아한다. 그러면서 내게 묻는다. "아빠는 왜 나하고 목욕하면
좋아해요? 그렇게 좋아요?" 한다. 녀석의 질문을 들으면서도 기분이
좋다. "그럼~ 얼마나 좋은데... 아빠가 아들 등 밀어 주고, 아들이 아빠
등 밀어 줄 때 사랑이 흐르기 때문이란다."
녀석의 질문은 또 이어진다. "아빠! 그럼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에
요?" "그럼~ 당연하지 우린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빠와 아들인
데..." 녀석이 또 묻는다. "아빠 가게에 불났을 때 도망가지 왜 불끄다
가 아빠가 탔어요?" "음... 소방차가 오기 전에 불이 번지면 가스통이
터질 것 같아서 불을 끈 거야... 다음에 자세히 알려 줄께~" 녀석과의
대화는 목욕이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22년전... 내 나이 19살 때, 그때 처음으로 아버님과 목욕탕에 갔었
다. 평소 호랑이처럼 무서우셨던 아버님었는데, 그날 내 등을 밀어 주
시며 흐뭇해하시던 아버님의 표정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아버님이
하늘나라에 가신지 13년이 지났지만, 그 모습이 아직도 좋기만 하는
이유는 아마... 그리움 때문일 게다.
200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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