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이불을 펴면 언제나 두 개가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베개다. 혼자 자는 녀석이 베개는 꼭 두 개를 놓고 잔다. 녀석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8살 때부터 혼자 자는 습관을 갖게 하려고 책상과 장롱 한 개 놓으면 어른 두 명 자면 딱 좋을 방에서 혼자 자게 했었다. 처음에는 무서워하더니 차차 익숙해져서 혼자서도 잘 자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안양 교도소 장애인 재소자들을 교화하는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출소하여 오갈 곳이 없는 장애인 한 명을 집에서 데리고 있었다. 당연히 잘 곳이 없기에 그때 나이 8살인 아들하고 함께 잠을 자게 했었다. 녀석은 장애인이나, 전과자라는 것에는 관심도 없었다. 그런 것은 어른들에게나 있는 것이었다. 단지 말동무가 있어서 좋았고, 한 방에서 함께 자는 사람이 있어서 좋았다. 아니 그보다 삼촌이라는 존재가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 돈벌러 간다며 집을 나간 그 사람, 그러다 다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는 소식을 받고 마음이 아팠었다. 녀석은 그것을 모르니까 수시로 삼촌의 안부를 묻곤 했다. 그 날 이후로 녀석은 잠자리에 베개를 꼭 두 개씩 놓고 잔다. 녀석에게는 그것이 상처가 되었나 보다. 8살 아들이 기운 없어 하는 것을 보고 다시는 집에다 외부인을 들이지 않겠노라고...
그러나 그게 어찌 사람의 마음대로 되는 일이던가... 그러다가 삶에 너무나 힘들어하는 여성 장애인 한 명을 또 데리고 있게 된다. 녀석은 덩달아 신났다. "이모, 이모"하며 그녀를 챙겨주는 것이 무척 기뻐하고 있었다. 함께 밥 먹고, 공부도 함께 하고, 잘못하면 꾸중도 함께 듣고... 녀석에게는 그런 것조차도 즐거운 일이었다. 항상 방 청소며 이불 펴고 접는 일은 먼저 하려고 했다. 아빠, 엄마가 하는 일이 나눔의 일이니 녀석도 자연스럽게 배워 가는지... 아무튼 녀석의 얼굴은 언제나 밝았다. 잘못을 하고 아빠 엄마에게 꾸중을 들어도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번에도 간다는 말도 없이 집을 나가버린 장애인... 어른들인 우리도 마음이 상했는데 녀석은 오죽 했을 라고... 두 달여 녀석의 얼굴은 어두워 있었다. 그러면서도 잠자리에는 베개는 두 개다. 이불을 펼 때 내가 들어가면 내 다리를 붙잡고 매달린다. 삼촌 소식... 이모 소식... 기다리는 사람들은 소식도 없는데 녀석은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가 보다. 이렇게 화성시로 이사를 와서 자오쉼터라는 장애인 주택을 짓고, 방을 여러 개 만들어 실내 장식을 하는 것을 보고, 이방은 삼촌 방, 저 방은 이모 방... 하고 다닌다. 녀석에게 많은 이모와 할머니, 그리고 동생들을 만들어 주어야겠다.
어린 시절을 겪고 살아온 사람이지만 아직도 어린 아이들의 마음을 다 읽을 수 없다. 아이들의 마음을 다 읽을 수 있다면, 아니 어른들의 마음이 아이들처럼 순수해진다면 이 세상은 더 살기 좋은 에덴동산이 될텐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는 것도 참 좋으련만... 오늘도 나는 아이에게 세상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2003. 1. 28
그러나 그게 어찌 사람의 마음대로 되는 일이던가... 그러다가 삶에 너무나 힘들어하는 여성 장애인 한 명을 또 데리고 있게 된다. 녀석은 덩달아 신났다. "이모, 이모"하며 그녀를 챙겨주는 것이 무척 기뻐하고 있었다. 함께 밥 먹고, 공부도 함께 하고, 잘못하면 꾸중도 함께 듣고... 녀석에게는 그런 것조차도 즐거운 일이었다. 항상 방 청소며 이불 펴고 접는 일은 먼저 하려고 했다. 아빠, 엄마가 하는 일이 나눔의 일이니 녀석도 자연스럽게 배워 가는지... 아무튼 녀석의 얼굴은 언제나 밝았다. 잘못을 하고 아빠 엄마에게 꾸중을 들어도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번에도 간다는 말도 없이 집을 나가버린 장애인... 어른들인 우리도 마음이 상했는데 녀석은 오죽 했을 라고... 두 달여 녀석의 얼굴은 어두워 있었다. 그러면서도 잠자리에는 베개는 두 개다. 이불을 펼 때 내가 들어가면 내 다리를 붙잡고 매달린다. 삼촌 소식... 이모 소식... 기다리는 사람들은 소식도 없는데 녀석은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가 보다. 이렇게 화성시로 이사를 와서 자오쉼터라는 장애인 주택을 짓고, 방을 여러 개 만들어 실내 장식을 하는 것을 보고, 이방은 삼촌 방, 저 방은 이모 방... 하고 다닌다. 녀석에게 많은 이모와 할머니, 그리고 동생들을 만들어 주어야겠다.
어린 시절을 겪고 살아온 사람이지만 아직도 어린 아이들의 마음을 다 읽을 수 없다. 아이들의 마음을 다 읽을 수 있다면, 아니 어른들의 마음이 아이들처럼 순수해진다면 이 세상은 더 살기 좋은 에덴동산이 될텐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는 것도 참 좋으련만... 오늘도 나는 아이에게 세상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2003.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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