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202] 아빠! 제가 장애인이에요?

자오나눔 2007. 1. 15. 13:06
      오갈 곳 없는 장애인들이 살아갈 집을 건축하며 화성시로 이사를 오게되고, 자연스럽게 준열이 근처에 있는 작은 초등학교로 전학을 왔다. 한 학년 전체가 24명이라 당연히 한 학년에 학급도 한 개만 있다. 그러니 선생님의 관심도 더 많은 아이들에게 보여지게 되고, 한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학습을 할 수 있으니 부모의 입장에선 마음이 편했다. 보청기를 착용하고도 정확한 단어들을 잘 들을 수 없어 나름대로 해석을 하고 행동을 하다보니, 녀석은 언제나 이상한 아이, 고집스런 아이, 제 멋대로 행동하는 아이로 변해 간다. 그것을 눈치 챈 아내가 잘 들릴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해주면, 녀석은 혼내는 줄 알고 겁을 잔뜩 먹고 눈물만 글썽이던 날이 많았다. 덩달아 애 타는 부모마음 아니겠는가. 그래서인지 녀석은 대화가 별로 없는 태권도나 피아노를 좋아한다. 태권도는 올 5월에 꼭 품 띠를 따겠다며 열심이다. 피아노를 열심히 배워 자오쉼터에서 장애인들과 예배드릴 때 피아노 반주를 하겠다며 시간이 나는 대로 디지털 피아노 앞에 앉아서 건반을 두드린다. 녀석이 마음에 상처받지 않고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주길 기도하며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다.

      눈물이 많은 녀석인지라 항상 강하게 키우려고 하는데 그게 부모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무슨 지적을 해 주면 금새 눈자위가 벌게지면서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아들!"
      "네..."
      "남자는 쉽게 눈물을 보이면 안 되는 거야. 울어도 마음으로 우는 거야."
      "..."
      지적해 주는 것은 잠시 뒤로 미루고 품에 안고 기도를 해준다. 녀석이 마음에 상처받지 않고 자라게 해 달라고...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다녀왔습니다."라는 인사를 하고 바로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보다.
      한참을 방안에서 있더니 사무실로 들어온다. 표정이 어둡다.
      "아빠..."
      "응? 왜 그러시나 아들"
      "아빠... 제가 장애인이에요?"
      "그럼 장애인이지..."
      "왜 제가 장애인이에요? 보청기 끼우면 들을 수 있는데 왜 장애인이에요? 안경 쓴 친구들은 안경 벗으면 보이지 않아도 안경 쓰면 보이니까 장애인이 아니라고 하잖아요..."
      "그래... 아빠는 아들 마음을 알겠다. 그러나 언젠가는 네 소원이 이루어질 날이 있을 거야."
      "우리 집은 아빠도 장애인, 나도 장애인..."
      "아들아... 세상에는 장애인이라도 비장애인처럼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요. 그렇게 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해요."
      "아빠 처럼요?"
      "녀석..."

      얼마 전에 농아인 협회에서 공문이 발송되어왔다. 아들 이름으로 공문이 오니 이상한가보다.
      "아빠 이게 뭐예요?"
      "응 청각장애인들의 모임에 가입하라는 편지야..."
      "아빠, 저는 요. 아빠 입 모양보고도 말 알아먹을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어요. 연습 많이 해서 입 모양보고 말 알아먹으면 장애인 안되지요?"
      말을 할 때 수시로 아빠 입 모양 보며 말을 알아먹게 했더니 스스로 구화를 배우는가 보다. 녀석은 벌써부터 홀로서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녀석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녀석에게 용기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해야겠다. 언제나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 마음도 넓게 통도 크게 살아가는 사람,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마음이라도 넉넉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도록 곁에서 독려를 해야겠다. 사랑하는 아들아 넌 할 수 있단다. 너는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일기를 써온 자랑스런 아들이란다.
      어제는 학교에서 발표를 잘해서 박수를 받았다고 자랑을 한다.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 그렇게 좋아지는 거야. 넌 우리의 가슴이란다.
2003.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