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을 보면서 거기에 나오는 경석이가 내 아들 준열이와 무척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준열이가 양쪽 귀에 보청기를 착용하고 안경까지 쓰고 있는데 주인공 경석이도 준열이와 같은 상태였다. 인공와우를 설치하고 말을 배워가는 주인공을 보면서, 아직 인공와우까지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준열이를 통해 더욱 감사를 느낀다. 상대와 비교를 통하여 감사를 느끼고 표현하는 아이러니한 내 자신에게 실없는 웃음을 던져본다. 사물을 볼 수 있다는 것,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신의 의견을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이 세상에 중요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만, 사람으로 태어나 누려야 할 것을 누리지 못함이 얼마나 안타까운가. 그래도 준열이는 어릴 때부터 일기를 쓰게 하여 표현력을 기르도록 했고, 아빠의 입을 보며 무슨 말을 하는지 알도록 했기에 서툴지만 상대의 의사를 알아먹고 자기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으니 참 감사하다. 내가 미얀마 단기 선교를 다녀온 후에 다리에 골수염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했는데, 한 달 만에 준열이를 만날 수 있었다. 중학생이라 학교와 학원을 다녀오면 밤이 된다. 차편도 마땅치 않아 좀처럼 시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는가 보다. 아빠의 마음은 학원을 하루 쯤 쉬고 병원에 아빠를 만나러 오면 좋겠는데, 아내의 열정은 준열이의 공부가 더 소중했는가 보다. 어째든 한 달 만에 녀석을 보니 훌쩍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춘기의 절정에 다다랐는지 어른들과의 대화가 반갑지 않는가 보다. 녀석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며 살갑게 다가서보지만 녀석에게는 링거를 몇 개 꼽고, 덥수룩한 머리의 모습으로 누워있는 아빠의 모습마저 낯설어 보이나 보다. 좀처럼 말을 하지 않는다. 게임 이야기와 인터넷 이야기, 용돈 이야기들을 꺼내니 조금씩 대답을 한다. 게임을 좋아하는데 게임을 못 하게하는 아빠와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목사님은 공부 때문에 하기 싫단다. 아무튼 공부는 영 취미가 없는가 보다. 게임을 못하게 하니 더 공부가 안된다고 하는데 아내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잠시 노트북을 빌려주며 접속해 보라고 했더니 금방 게임을 다운 받는다. 모든 학부모들의 걱정이 자녀들의 게임이라고 하던데 이 녀석은 조금 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아내와 함께 아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병상에 누운 내 머릿속은 한참을 복잡한 상태에서 정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어찌해야하나……. 그래도 나는 내 아들을 믿는다. 자신의 꿈을 꾸고, 자신의 꿈을 잘 키워서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리라는 것을. 2006. 4. 5 -나눔- | ||||
|
'사람이 꽃보다 > 사랑하는 아들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준열 일기] 거제도 효도잔치 따라가기 (0) | 2007.01.16 |
---|---|
[아들아...213] 사랑하는 아들 준열에게 아빠가 (0) | 2007.01.15 |
[아들아...211] 부모마음 (0) | 2007.01.15 |
[아들아… 210] 뭐~ 공부는 대~충~ 해서……. (0) | 2007.01.15 |
[아들아...209] 2005년 2월 18일. (0) | 2007.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