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211] 부모마음

자오나눔 2007. 1. 15. 13:13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용돈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초등학생 때는 필요한 것들을 말하며 사다주었는데 이제는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용돈을 주었다. 버스는 타지 않으니까 차비도 필요 없었다. 학교까지 2.5km, 아침저녁으로 왕복 5km를 걸어 다닌다. 마음이야 차로 태워다 주고 싶지만 걸어 다니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체험하며 자랐기에 아들에게도 걸어 다니게 한다. 특별히 비가 오는 날이나 눈이 많이 와서 산길을 걸어가기 힘들 때만 태워다 준다. 그래서 일주일 용돈 3,000원.

      아들은 텔레비전과는 친할 시간이 없다. 컴퓨터도 토요일에만 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학교에서 컴퓨터 수업을 받을 때는 마음 놓고 하겠지만 말이다. 집에서 컴퓨터를 할 수 있을 때는 자료를 찾을 때만 사용할 수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내가 보기엔 그 핑계로 컴퓨터를 켜고 메일도 주고받고, 버디 버디도 하는 것 같다. 녀석이 용돈을 받게 되자 사용하지 않고 모아 놓고 있었다. 학교 앞에서 사발면이나 군것질을 가끔 하는 것 빼곤 안 쓰고 있었다. 그래서 녀석에게 저축하는 법을 가르쳐 줬다. 학교 앞 우체국에서 만들어 놓은 통장이 있기에 저금해 보라고 했더니 어느 날 통장에 1만3천원을 저금해 왔다. 아내야 뭐라고 하든지 내가 보기엔 대견했다. 그 와중에 주일 헌금은 천원씩 한다고 했다. 하나님이 예뻐하실 거라고 칭찬을 해 줬다.

      그러던 어느 날, 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학원에서 녀석을 받아 준다고 했다. 감사했다. 녀석의 양쪽 귀가 들리지 않아 보청기를 착용하고도 정확한 단어를 알아듣지 못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학업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고 학원에서 거절을 당했을 때는 힘들었는데, 이번 학원에서는 받아 준다니 얼마나 감사하던지...
      학교에서 끝나면 버스 타고 가서 밤 9시까지 공부하고 다시 집에 오면 9시30분 정도가 된다. 점심 도시락은 싸 가지만 저녁은 집에 와서 먹어야 한다. 한참 커야 할 녀석에게 못할 짓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공부를 강요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아내의 의견을 따라 주다보니 아들이 고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공부하도록 용돈을 인상해 줬다. 하루에 천 원씩 5일, 5천원이 인상되었다.

      주일 저녁이면 용돈을 준다. 용돈은 아빠가 줘야한다는 아내의 의견이다. 아껴 쓰고 남겨서 저축하라는 권면을 잊지 않고 해 준다. 그런데 녀석이 전화를 했다. 아빠 말대로 우체국에 저금해 놓고 찾으러 갔다가 못 찾았단다. 우체국 누나가 졸업할 때 찾는 거라며 안 내주더란다. 8천원을 받으니까 주일 헌금할 천원만 빼 놓고 모두 저금을 해 놓고 매일 천원씩 찾아 쓰려고 했던가 보다. 그런데 그 예상이 어긋나 버렸으니 난감했을 것이다. 아빠 말대로 했다가 이렇게 되었단다. 미안했지만 인생공부 시킨다 생각하고 이번 주에 추가 용돈은 없었다. 그런데 녀석은 다음 주에는 자기가 사 주기로 하고 이번 주에는 친구에게 부탁을 했단다. 마음은 추가 용돈을 주고 싶은데...

      갑자기 내가 32년 전 초등학교 때 보았던 만화가 생각났다. 무전여행을 가는 아들의 비품마다 지폐와 동전을 넣어 두었던 만화였다. 심지어 김밥에도 동전을 넣어 두었던...
      부모 마음에 대하여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이제 며칠 후면 어버이 날이다. 내 부모님도 나를 키울 때 이렇게 애틋한 마음이었을...

2005. 4. 29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