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이것이 인생이다

[간증] 주님, 아픈만큼 은혜받게 해 주세요...6

자오나눔 2007. 1. 15. 13:44
     아침에 치료사가 출근을 하면, 그 순간부터 공포는 시작된다. 그래도 소망이 있는 공포였다. 환자들은 그날의 스케줄에 온통 신경이 쓰여 있다. 환자나 보호 모두가  치료 시간에 신경을 쓴다. 오전에 치료를 받는 사람은 그래도 났다.
  오후에는 안식을 취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났다고 했나보다. 오후에 치료를 받을 사람은 아침도 점심도 먹을 수가 없다. 식사는 나오지만 그 고통을 앞에 놓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어떤 환자나 똑 같은 과정을 거치지만, 짧게는 20분에서 길게는 나같이 3시간을 죽었다(?) 살아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릴 환자는 보통 오후에 치료를 했다. 차라리 죽었으면, 차라리 죽었으면, 하루하루가 죽음을 사모하는 날들이 되었다. 실컷 치료를 해서 붕대를 감아 놓으면, 가려움에 참지를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울다가, 나도 모르게  붕대를 풀어 버리고 공포에  질려 있을 때가 많았다.  붕대를 풀면 또 한 번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아픔과 가려움에 잠을 잘 수 없다. 진통제와 가렵지 않게 하는 주사를 놔 달라고, 수시로 사정을 한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만 처방을 해 주고 주사를 놔주는 줄 알지만, 의사나 간호사를 볼 때마다  때를 쓰고 죄 없는 보호자(여동생들과 아내가 교대로 간호를 했다)만 들볶는다. 잠을 자지 못하니까, 정신 착란 증세까지 생긴다. 본인이 그런 증세를 느끼지 못하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데, 본인이 그 증세를 알게 되  니까 미치고 환장한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수시로 나는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야 했다. 소설의 주인공이 되고, 영화 감독이 되고, 군대 내무반의 내무반장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정신이 들면 기가 막혀서 울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은  정신과 치료까지 같이 받게 되었다. 세월이 약이라고 날짜가  지날수록 치료하는 부위와 시간은 짧아졌다.

    몇 개월만에 "이제 당신은 살았다"는 의사의 선언이 있었다. 화상은 금방 멀쩡하다가도 열이 내부로  침투하면 몇 분만에 죽게 돼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병(?)이다. 사실 그런 환자들을 많이 보았었다. 이제는 피부 이식수술을 해야 한다. 그런데 피부가 없다.  얼굴과 국부만 남겨 놓고 모두 타 버렸으니, 이 구석 저 구석에서  남은 피부를 찾아  떼어다가 이식을 해야 한다.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