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 5. 7.
1인 실로 옮긴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나 해가 바뀌었다. 생
각을 해 보니 누워서 대 소변을 받아 낸 지는 1년이 넘었
다. 목련이 피었고, 라일락이 피었고, 어느새 장미까지 피었
다는 소식들이 들린다. 문병 오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볍
게 변한지도 벌써 오래다. 밖으로 나가서 자연의 냄새라도
맡아보고 싶고, 다른 병실로 마실도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
하다. 그 마음을 이기지 못해 간병인 아줌마께 휠체어를 타
고 병실을 벗어나 보고 싶다고 했더니 팔짝 뛴다.
그 모습을 보며 간병인 아줌마께 이렇게 말했다. "아줌마!
탄광에서 탄을 캐던 광부가 갱도가 무너져 갇힌지 벌써 5일
이 됐습니다. 수통에 물이 떨어져 자기 소변을 받아먹으며
구조를 기다리다 지쳐서,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상
태에서 가장 갈망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족을 보고 싶은
것도 아니오, 회사가 걱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하나 무
너진 갱도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밖으로 나오
면 물도 마실 수 있고 가족도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저의 처지가 그 광부와 같습니다. 걸어다니고 사회생활 하
는 것은 차후의 문제입니다. 우선 휠체어라도 타고 밖을 한
번 구경하고 오는 것이 지금 제가 가장 바라는 것입니다."
말하는 내 목소리가 잠겨 온다.
간병인 아줌마는 조용히 나가더니 빈 휠체어를 끌고 오면
서 다른 병실에 있는 보호자 한 분을 불러온다. 그리고 환
자복을 입혀 준다. 정말 오랜만에 입어 보는 환자복이다. 다
리에 매달려 있는 추를 떼어 내고 두 사람이 조심스레 들어
서 휠체어에 앉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렇게 타고 싶었던
휠체어였지만 기쁨보다 고통이 먼저 찾아온다. 일그러진 두
뺨 위로 고통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채 병실을 벗어나
보지도 못하고 침대에 뉘어져야 했다.
휠체어를 타면 밖을 구경할 수 있기에, 이 만신창이가 되
어 버린 상태에서도 볼 수 있는 눈이라도 멀쩡하기에 감사
했었다. 그런데 감사는 저 태평양 너머로 가 버리고 절망과
슬픔만 가득 안고
천장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위로를 해주는 간병인
아줌마의 말은 귀에도 안 들어온다. 아직도 휠체어는 나에
게 무지개에 불과했다. 말은커녕 쳐다보는 것조차 징그러워
병실에 들어오지 않는 환자들. 휠체어를 탈 수 있으면 내가
찾아가 이야기라도 하고 싶었는데.... 그것은 나의 마음뿐이
었다. 아직도 얼마를 더 누워 있어야 될는지....... 휠체어는
언제 탈 수 있는 날이 올는지.......
이어집니다
1인 실로 옮긴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나 해가 바뀌었다. 생
각을 해 보니 누워서 대 소변을 받아 낸 지는 1년이 넘었
다. 목련이 피었고, 라일락이 피었고, 어느새 장미까지 피었
다는 소식들이 들린다. 문병 오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볍
게 변한지도 벌써 오래다. 밖으로 나가서 자연의 냄새라도
맡아보고 싶고, 다른 병실로 마실도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
하다. 그 마음을 이기지 못해 간병인 아줌마께 휠체어를 타
고 병실을 벗어나 보고 싶다고 했더니 팔짝 뛴다.
그 모습을 보며 간병인 아줌마께 이렇게 말했다. "아줌마!
탄광에서 탄을 캐던 광부가 갱도가 무너져 갇힌지 벌써 5일
이 됐습니다. 수통에 물이 떨어져 자기 소변을 받아먹으며
구조를 기다리다 지쳐서,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상
태에서 가장 갈망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족을 보고 싶은
것도 아니오, 회사가 걱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하나 무
너진 갱도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밖으로 나오
면 물도 마실 수 있고 가족도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저의 처지가 그 광부와 같습니다. 걸어다니고 사회생활 하
는 것은 차후의 문제입니다. 우선 휠체어라도 타고 밖을 한
번 구경하고 오는 것이 지금 제가 가장 바라는 것입니다."
말하는 내 목소리가 잠겨 온다.
간병인 아줌마는 조용히 나가더니 빈 휠체어를 끌고 오면
서 다른 병실에 있는 보호자 한 분을 불러온다. 그리고 환
자복을 입혀 준다. 정말 오랜만에 입어 보는 환자복이다. 다
리에 매달려 있는 추를 떼어 내고 두 사람이 조심스레 들어
서 휠체어에 앉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렇게 타고 싶었던
휠체어였지만 기쁨보다 고통이 먼저 찾아온다. 일그러진 두
뺨 위로 고통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채 병실을 벗어나
보지도 못하고 침대에 뉘어져야 했다.
휠체어를 타면 밖을 구경할 수 있기에, 이 만신창이가 되
어 버린 상태에서도 볼 수 있는 눈이라도 멀쩡하기에 감사
했었다. 그런데 감사는 저 태평양 너머로 가 버리고 절망과
슬픔만 가득 안고
천장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위로를 해주는 간병인
아줌마의 말은 귀에도 안 들어온다. 아직도 휠체어는 나에
게 무지개에 불과했다. 말은커녕 쳐다보는 것조차 징그러워
병실에 들어오지 않는 환자들. 휠체어를 탈 수 있으면 내가
찾아가 이야기라도 하고 싶었는데.... 그것은 나의 마음뿐이
었다. 아직도 얼마를 더 누워 있어야 될는지....... 휠체어는
언제 탈 수 있는 날이 올는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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