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이것이 인생이다

[결혼이야기] 3. 사랑은 손을 타고...

자오나눔 2007. 1. 15. 21:58
3. 사랑은 손을 타고...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목으로 침이 넘어가는  소리만 애처롭다. 얼마 후 그녀의 무거운 입이 열렸다. 자기의 신상을 모두 말하고 있었다. 아픔이다. 너무나 큰 아픔을 감추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은  아마 결혼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었다.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머리 속에는 그녀의 지나온 역경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그것으로 대화는 끝났다. 그런데 이상한 건 내 마음이 아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사랑을 할 수  없는 죄인인데... 그런데도 사랑하는 마음은 타오르고 있었다. 살다 보면 어려운 일이 많이 닥치리라는 것을 누가 생각해도 알 수 있는데...

     소록도를 오고 갈  때마다 조수석은 내가 앉았다. 인솔자라는 책임감 때문에 졸음이 덜 찾아오기 때문이다. 오후에 소록도를 떠난다. 무사히 일정을  마치게 됨을 감사드리며 차에 오른다. 달리는 15인승 승합차는 열심히 서울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친구와 교대로 운전을 하는 그녀... 일행들이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차는 어느덧 6시간째 달리고 있었다.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도 이젠 조용하다. 피곤도  하리라. 그때... 운전을 하던 그녀의 오른손이  내 왼손을 살며시  잡는다. 말이 필요 없는 언어가  손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누나 집을 방문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어른들이 없기에 누나와 매형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결혼 할거라는 소식에 기뻐하는 가족들... 다음주에 형제들끼리 식사를  하자며 음식 준비하라고 시장비를 주고 나왔다. 일주일 후에 가족들이 누나 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누구보다 동생들이 기뻐해 준다. 고맙다... 열심히 살리라 다짐을 해 본다. 방을 구해야 하기에 보관하고 있던 내 돈을 방 얻을 때까지 달라고 했다. 약속 날짜를 잡아 놓고 방을 구하기로 했다. 목사님과 상의하여 약혼 예배를 드리기로 하고 날짜를 잡는다.

     그런데...
     우리의 결혼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목숨을 걸고 반대를 한단다. 이건 무슨 일이란 말인가. 평상시 나를 많이 도와주던 분이 딴지를 걸고 나온 것이다. 이유는... 나와 결혼하여 살려면 누더기 옷을 입으며 살아갈 사람이어야 하는데 그녀는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황당했다. 그녀의 과거를 소문내고 다니며 교회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었다. 철야 예배 때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해 보니, 이해를 할 수 없는 말만  하고 있었다. 만남의 시간이 짧은데 너무 빨리 결혼한다며  잘못된 거란다. 그녀의 부모에게까지 당신 딸은 간사장의 사모님 될 자격이 없다고 해 버린 것이다.

     그녀의 부모님은 충격을 받고 교회에도 나오지  않는다. 이젠 누나까지 반대를 한다. 이게 무언가... 우리들의 인생인데... 40전후에 있는 우리들인데...  방을 구할 돈도 줄 수 없단다. 준열이  장래를 생각한단다. 교회에서 교인들이 보는 시각이 별로다. 세상이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하도 화가 나서 결혼을 반대하던 그분께 "당신 나를 사랑했느냐?"고 물었다. 이번엔 다른 사람까지 딴지를 걸고 있다. 그들의 말로는 나를 생각해서 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것이 결코 나와 준열이를 생각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약혼 예배를 취소했다. 그녀의 어머님이 나를 찾아 왔다. 조심스럽게 "더 기다리며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그래도 우리들은 결혼을 하게 될거라고 말을 한다.

     무언가 결정을 해야 했다. 행동으로 옮겨야 했다. 목사님은 그러면 빠른 시일에 날을 잡아  결혼식을 올리라고 한다. 그러나 난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침체되어 있는 자오나눔 선교회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5/1일은 자오나눔선교회 설립일이다. 그날을 택했다. 덕분에 회원들이 모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 한 번 마음 먹은걸 돌리기는 나에게는 무척 어렵다. 이게 나의 단점이다. 결혼 날짜는 멀었고... 준열이 입학식은 가까워 오고... 방 얻을 돈은 나오지 않고... 진퇴양난이다. 잘난 사람들의 입을 막으려면 무식해 지기로 했다. 살림을 합치기로 했다. 그 일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지 않아서 벌을 준다  하더라도 사랑이 더 소중했다. 드디어 탱크 같은 나의 성질이 나온다.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