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이것이 인생이다

[결혼이야기] 4. 너 방 빼!

자오나눔 2007. 1. 15. 21:58
4. 너 방 빼!

     막내 여동생이 가지고  있던 돈을 보내라고 했다.  녀석은
   언제나 큰오빠를 믿어  준다. 무엇을 하더라도 자기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결정했을 것이며,  판단도 더  정확하리라고
   믿어 버리는 녀석 덕분에 나쁜 짓을 조금 덜 하며 살아가나
   보다. 녀석은 자기가 보관하고 있던  300만원과 복덕방 비를
   보내 준다. 우선 그것으로 월세 방이라도 얻기로 했다.
     이번에는 그녀가 만류를 한다. 아직 방을  얻을 때가 아니
   란다. 그녀에게 나는 이렇게 말을 했다. "지금 이 순간은 혼
   돈에 빠져 있는  상태이다. 그 혼돈에서 가장 빨리  빠져 나
   올 수 있는  방법은 선택이다. 선택을 했을 때  행동으로 옮
   길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결혼 할거라면 반대도  뚫고 나
   가야 한다. 나 혼자라도 방을 얻어  준열이를 데리고 들어가
   겠다."

     그녀에게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교회에 가까운 곳에 방을
   얻으라고 했다. 언제나  교회에 가까이 있고 싶은 게  내 심
   정이다. 때론 교인의  행동에 어긋나는 짓을 하더라도  교회
   에 가까이  있고 싶음은 그만큼  내가 죄가 많아서리라.  내
   돈이 다 나오면 전세방은 얻을 수 있으니 방 2개가 딸린 방
   을 얻으라고 했다.
     부동산에 방을  보러 간 그녀에게서  마침 적당한 빌라가
   나왔다고 전화가 왔다.  계약금을 주고 보름 후에  입주하기
   로 했다. 준열이 데리고 혼자 어떻게  살거냐고 묻는 그녀에
   게 "몸이 불편하기에  조금은 느리겠지만 할 수  있다. 대신
   조금 늦게 자고 조금 더 일찍 일어나면 된다."고 했다. 나의
   탱크 같은 행동에 난감한가 보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그러면 수시로 자기가 들려 밥이며 빨
   래를 해 놓고 가겠단다.  내가 싫어 할 이유가 없었다. 남자
   본심이 나타나는가 보다. 그녀는 자기 집에  가서 사정 이야
   기를 하고 몇  가지 집기를 가져온다며 차를 끌고  간다. 이
   사하기 전에 짐을 가져와 꾸려 놓겠다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새벽 기도를 가려는데 전화가  왔다. 밤새 부
   모님들과 다투고 차에서  잤단다. 나와 결혼을 반대하는  부
   모님들이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줄리 없다는 건 알고 있었
   지만 그녀에게 한없이  미안하기만 했다. 새벽 기도를  마치
   고 사무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제부
   터 철야 기도를 하자고 했다. 한겨울에  난방도 안된 예배당
   에 쪼그리고 앉아 밤새 기도하며 매달리자고 했다.

     각자의 일을 마치고 차한잔  마신 후 예배당에 내려가 밤
   새 부르짖는다. 투정도 해 보고,  넋두리도 해보고... 이런 저
   런 생각이 겹치니 기도는 안되고 눈물만  한없이 흐른다. 넘
   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대성통곡을 해  버린다. 그러다가 깜
   박 졸기도 하고...  새벽 예배를 마치고 사무실  쇼파에 앉아
   잠시 수면을  취한다. 그리곤 시간이  되면 일터로 나가고...
   이번에는 남녀가 새벽부터 같이  있다고 수군거린다. 울화통
   이 터지려고 한다. 한  번 휘저어 버리고 싶다. 도대체 우리
   의 결혼이 무엇 때문에 하면 안된다는 말인가...

     날카로운 전화벨이 고막을 울린다.  전화기도 내 마음처럼
   날카로운가 보다. 부동산에  근무하는 교회 아가씨였다. "집
   사님 여기 부동산인데요..."  "응~ 그래 이틀 남았나?"  "네...
   그런데요..." "뭔데?  말해 봐라"  "미안해서 어쩌지요?" "미
   안? 너 나한테  무슨 잘못했냐?" "그것이 아니고요..." "뭐냐
   니까?" "주인이 부도를 맞아서 그 집을 다른 사람에게 넘어
   갔대요... 그래서 집사님은 그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됐어
   요. 망해서 집을  뺏겼는데..." "이런... 야! 그러면 나는 어떡
   해!" "다른  방 알아볼께요. 미안해요..."  "너 방이라도 빼서
   줘!" "에고 집사님..." 무슨  일이 이렇게 꼬이나... 혼자 넋두
   리를 하다가 그녀에게 전화를  해서 방이 잘못 됐다고 설명
   을 한 후, 벼룩 시장을 뒤져보라고 했다. 반대하던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좋아 할 것 같다는 생각을하니 머리가 뜨
   거워진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인가 보다 나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