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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야기] 7. 신혼여행을 소록도로? 미쳤구먼!

자오나눔 2007. 1. 15. 22:01
    7. 신혼여행을 소록도로? 미쳤구먼!

     행사를 마치고 누나 집에 부부가 찾아갔다. 이제는 막힌 담을 헐어야 했기 때문이다. 매형께 감사하다고 하면서 술을 한잔 따라 드렸더니 내 앞에 잔을 던져 깨 버린다. 내가 누나에게 서운하게 해서 누나를 많이 힘들게 했다는 것이 매형의 이야기였다. 매형의 성질도 있지만 내 성질도 있었다. 상을 뒤집어엎고 매형 멱살을 잡으려다 누나와 아내가 두려워하고 있었다. 참으며 매형께 말을 한다. "매형은 매형 아내가 힘들어하니까 나에게 화풀이하는데, 당신들로 인해 내 마누라 날마다 가슴에 멍든 건 나는 누구에게 화풀이하느냐... 당신 마누라만 소중하고 내 마누라는 개차반이냐?" 조금만 더 하면 진짜 일이 벌어질 판이다. 아내가 말리고 눈도 말리고, 매형도 주춤해 진다. "지금 나에게 이렇게 하는 건 나는 잊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내 아내는 이 자리를 잊지 않을 것이다."라며 나는 한바탕 더한다. 욱! 하는 성질은 있지만 금방 풀리는 게 내 성질인가 보다. 매형께 술 한잔 따라 드리며 열심히 살겠다고 했더니 매형도 금방 풀린다. 신혼 여행은 어디로 갈 거냐고 묻기에 자연스럽게 소록도로 간다고 했더니, "신혼 여행을 소록도로? 미쳤구먼!" 한다. 그래... 어쩌면 미쳤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어제 결혼식과 자오의 큰 행사를 마치고도 피곤한 기색도 없이 예배를 드리고 목사님과 교회 성도님들게 인사를 드리고 차에 오른다. 공짜로 얻은 중고 르망이었지만 훌륭한 다리가 되어 전국을 누비게 하고 있었다. 운전석에는 아내가 앉았고 나는 조수석에 앉았다. 트렁크에는 소록도 어르신들께 대접할 음식 재료들이 실려 있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철쭉의 배웅을 받으며 차는 출발을 한다. 하얗게 핀 철쭉과 빨갛게 핀 철쭉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역시 하나보다는 둘이 아름답다. 잠시 차를 세우게 하고 차창을 열고 가제트 팔이 되어 철쭉 한 송이 꺾어 아내에게 건네준다. 부지런히 차를 달리지만 배가 끊어져서 소록도에 당일에 도착할 수 없었다. 여수에 있는 지인들을 만나 하룻밤을 유한 뒤 소록도에 들어가기로 했다.
     
지인들을 만나 식사를 하면서 술을 몇 잔 마셨다. 좋은 안주에 지인들이 축하한다며 권하는 탓도 있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한잔 마셔 보고 싶었다. 그게 기분에 취했는지 술에 취했는지 아무튼 취했다. 지인들이 터미널에 간다기에 아내에게 태워 주고 오자고 했더니 아내가 택시 타는 게 훨씬 낫다며 택시를 타고 가게 한다. 못된 성질이 아내에게 구박을 많이 했다. 누가 그랬던가... 결혼하고 초장에 잡지 못하면 평생 잡혀 산다고... 바보 같은 짓을 아내에게 했다. 결국 아내에게서 나온 고함 "그래! 잡을 년을 잡아라! 그런다고 내가 잡히냐?" 결국 내가 잡히고 말았다. 여관에 들어가 씻고 자기 전에 침대에서 기도하다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쿵! 소리와 함께... 나중에 들어서 안 일인데 그 날 내가 떨어질 때 아내가 많이 놀랬다고 한다. 아무튼 그렇게 여수에서 하룻밤은 지나고 있었다.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