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이것이 인생이다

[결혼 이야기] 8. 소록도에서 신혼 첫날 밤...

자오나눔 2007. 1. 15. 22:02
    8. 소록도에서 신혼 첫날 밤...

    간밤에 그런 일이 있었지만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소록도 행을 서두르니 기막히다 는 듯 아내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부지런히 차를 달려 녹동에 도착하여 소록도에 들어가는 배에 오른다. 잠시 휴식도 할 시간이 없다. 아내는 부엌으로 들어가 솥에 물을 넣고 끓이고 있다. 국수를 삶아 놓고, 김치를 썰고, 고명도 만들고, 다른 반찬도 만든다. 소록도 동생리 어르신들께 결혼했다며 국수 대접을 하기 위함이다. 떡과 과일도 차려지고 국수도 날라진다. 동성 교회 집사님들이 내 일처럼 기뻐하며 도와 주신다. 어른신들이 식사하는 동안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내 자식들이 결혼한 것처럼 정말 기뻐하는 어르신들... 어느새 우리들은 부모 자식처럼 정이 들어 버렸다.

    오후가 되니 빗줄기가 내리고 있다. 비 오는 날은 밤이 빨리 온다. 우리가 신방을 차린 소록도 방에는 곰팡이 냄새가 많이 나고 있었다. 벽지가 곰팡이가 덕지덕지 자라고 있었고, 벽지는 벽에서 떨어져 덜렁거리고 있다. 일찍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결국 긴 밤을 뜬 눈으로 새우고 말았다.
    [갈증]
    어린아이 몸 뒤집는 모습 지금 내 모습
    이름 모를 산새 소리에 장단 맞춰
    한 번
    두 번
    세 번...
    소록도의 한 밤이 다 간다.

    99.5.4 소록도에 신혼여행을 와서

    결국 새벽에 자리에 일어나 밖을 서성이고 있다. 밝은 달빛과 별 빛은 소록도의 새벽 바다에 은빛 노을을 만들고 있었다. 소쩍새 울어 주는 소록도의 새벽을 마음껏 느끼고 방으로 들어온다. 다시 뒤척거리는 나...
    [함께 한다는 것]
    말은 쉬운 것
    허나
    함께 한다는 것
    결코 쉽지 않는 것

    말로는 쉬운 것
    허나
    함께 한다는 것
    사랑 없이는 결코 못하는 것

    말로는 쉬운 것
    허나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사랑하기에 갈 수 있는 것.

    아침에 일어나 산길을 걸었다. 날다람쥐와 꿩이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고 나를 마중하고 있다. 녀석들과의 만남이 아침을 더욱 상쾌하게 만들고 있었다. 1년에 3번 정도 육지에 나가는데 그 날이 마침 오늘이란다. 야외 예배를 드리는 날이라며 함께 가자고 하신다. 남해대교를 지나 하동까지 갔다가 다시 소록도로 들어온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갔다. 내일은 고향으로 가야 한다.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