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시간을 넉넉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은 비슷한 시간
에 있는 일들을 모아서 하는 것이다. 언젠간 꼭 한 번 가보
고 싶었던 정동진... 마침 속초에서 결혼식이 있고, 전날에는
여주에서 결식 노인들 식사 봉사가 있었다. 계산은 나오고
있었다. 봉사를 마치고 길을 달려 정동진에 도착한 후에 일
출을 보고 속초로 와서 결혼식에 참석하면 되었다. 함께 봉
사에 참석했던 지인들과 작별을 한 후 영동 고속도로를 달
린다. 아내와 아들과 나, 이렇게 세명이 모처럼 떠나 보는
여행이다. 아들도 현장학습 허락을 받았기에 마음이 편하다.
운전을 하고 있는 아내, 조수석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은 나, 연신 신기한 듯 창밖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는
아들.
점점 산은 높고 골은 깊어진다. 차창을 열어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셔 본다. 바람소리에 놀란 단풍잎들은 우수수 비
명을 지르며 떨어지고, 가끔씩 보이는 대형 간판엔 광고 문
구가 적혀 있다. 어디론가 부지런히 달리는 차량들, 저들도
분명 목적지는 있으리라. 그 끝에는 문이 기다리고 있을텐
데... 어차피 우리들의 가는 길은 문을 열고 들어가기 위함
이 아닐까? 문막을 지나니 점점 붉어지는 산이 아름답다.
뻥 뚫린 고속도로 양쪽엔 침엽수들이 불꽃처럼 하늘을 향해
폼을 내고 있다. 산을 뚫고 지나는 것처럼, 마치 안개를 헤
치고 달리는 것처럼 우리는 달리고 있었다. 굽이굽이 돌아
가니 '소사'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눈에 띄는 표지판... LPG
충전소가 있다는 표지... 이 길을 달릴 땐 잠시 빠져나가지
않아도 LPG를 충전하고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생명이 꿈틀대는 봄 산도 아름답지만, 역시 산은 가을산
이 아름답다. 그러나 군데군데 산을 훼손해 놓고 아무런 조
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 보일 땐 안타깝다. 멀리 보
이는 산머리엔 구름이 모자 되어 멋을 부리고 있다. 평온해
보이는 농가를 보며 잠시 고향을 생각해 본다. 언제나 여유
롭게 찾아 가 보려는지... 무척 길게 뚫어진 둔내 터널엔 송
풍기도 두 개씩 달려 있다. 이승복 기념관이 있다는 안내판
을 지나니 고랭지 채소를 키우고 있는 횡계를 지나니 저 멀
리 대관령이 보인다.
대관령 휴게소에 들려 우동 한 그릇으로 아내와 아들이
나눠 먹고 난 커피 한잔을 마신다. 밖엔 엄청 바람이 많이
분다. 춥다. 역시 이렇게 추울 땐 따끈한 국물과 커피가 최
고다. 주유를 하고 출발하려는데 두툼한 외투를 들고 뛰어
가던 아들이 넘어져 울고 있다.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기다
렸다가 다시 차를 출발한다. 대관령에서 강릉 시내 쪽을 향
해 내려간다. 해발 800m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바람에 모두
떨어져 버린 나뭇잎, 추워서 오돌오돌 떨고 있는 앙상한 가
지들... 뒤돌아 본 대관령 하늘엔 가느다란 초생달이 배웅을
하고 있었다. 배낭을 매고 내려오는 어느 노인의 발걸음이
무겁다. 아마 등산을 다녀오는가 보다.
에 있는 일들을 모아서 하는 것이다. 언젠간 꼭 한 번 가보
고 싶었던 정동진... 마침 속초에서 결혼식이 있고, 전날에는
여주에서 결식 노인들 식사 봉사가 있었다. 계산은 나오고
있었다. 봉사를 마치고 길을 달려 정동진에 도착한 후에 일
출을 보고 속초로 와서 결혼식에 참석하면 되었다. 함께 봉
사에 참석했던 지인들과 작별을 한 후 영동 고속도로를 달
린다. 아내와 아들과 나, 이렇게 세명이 모처럼 떠나 보는
여행이다. 아들도 현장학습 허락을 받았기에 마음이 편하다.
운전을 하고 있는 아내, 조수석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은 나, 연신 신기한 듯 창밖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는
아들.
점점 산은 높고 골은 깊어진다. 차창을 열어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셔 본다. 바람소리에 놀란 단풍잎들은 우수수 비
명을 지르며 떨어지고, 가끔씩 보이는 대형 간판엔 광고 문
구가 적혀 있다. 어디론가 부지런히 달리는 차량들, 저들도
분명 목적지는 있으리라. 그 끝에는 문이 기다리고 있을텐
데... 어차피 우리들의 가는 길은 문을 열고 들어가기 위함
이 아닐까? 문막을 지나니 점점 붉어지는 산이 아름답다.
뻥 뚫린 고속도로 양쪽엔 침엽수들이 불꽃처럼 하늘을 향해
폼을 내고 있다. 산을 뚫고 지나는 것처럼, 마치 안개를 헤
치고 달리는 것처럼 우리는 달리고 있었다. 굽이굽이 돌아
가니 '소사'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눈에 띄는 표지판... LPG
충전소가 있다는 표지... 이 길을 달릴 땐 잠시 빠져나가지
않아도 LPG를 충전하고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생명이 꿈틀대는 봄 산도 아름답지만, 역시 산은 가을산
이 아름답다. 그러나 군데군데 산을 훼손해 놓고 아무런 조
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 보일 땐 안타깝다. 멀리 보
이는 산머리엔 구름이 모자 되어 멋을 부리고 있다. 평온해
보이는 농가를 보며 잠시 고향을 생각해 본다. 언제나 여유
롭게 찾아 가 보려는지... 무척 길게 뚫어진 둔내 터널엔 송
풍기도 두 개씩 달려 있다. 이승복 기념관이 있다는 안내판
을 지나니 고랭지 채소를 키우고 있는 횡계를 지나니 저 멀
리 대관령이 보인다.
대관령 휴게소에 들려 우동 한 그릇으로 아내와 아들이
나눠 먹고 난 커피 한잔을 마신다. 밖엔 엄청 바람이 많이
분다. 춥다. 역시 이렇게 추울 땐 따끈한 국물과 커피가 최
고다. 주유를 하고 출발하려는데 두툼한 외투를 들고 뛰어
가던 아들이 넘어져 울고 있다.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기다
렸다가 다시 차를 출발한다. 대관령에서 강릉 시내 쪽을 향
해 내려간다. 해발 800m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바람에 모두
떨어져 버린 나뭇잎, 추워서 오돌오돌 떨고 있는 앙상한 가
지들... 뒤돌아 본 대관령 하늘엔 가느다란 초생달이 배웅을
하고 있었다. 배낭을 매고 내려오는 어느 노인의 발걸음이
무겁다. 아마 등산을 다녀오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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