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기행] 2. 정동진에서

자오나눔 2007. 1. 15. 23:49
     어느새 정동진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정동진 만남의
   광장'이라는 간판을 보니  마음이 설랜다. 내가 무언가 기대
   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정동진 초입엔 전형적인  시골 냄새
   가 난다. 깊숙하게  들어서니 여느 관광지처럼 수많은  음식
   점과 숙박 시설을 알리는 네온이 현란하다.  눈에 번쩍 띄는
   범선, 해적들이 타고  있던 배를 옮겨 놓고 불을  밝히고 있
   는가...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이동을 한다. 해돋이 공원에 주
   차를 하고  들어가니 기차를 옮겨  놓은 찻집이 있고,  철도
   레일이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다. 구경온 가족들이 많다. 음
   악에 섞여 들려 오는 소리... 정동진  발전을 위해 내일 행사
   에 참석해 달라는 이장님의 안내 방송이었다.

     저녁을 먹고  민박을 잡았다.  바다를 바라보며  밤바람을
   맞고 있다. 무언가  정리를 하고 싶었는데 혼란하기만 하다.
   따뜻한 방에 가서 자라는 아내에게 먼저 자라고 한 후 바다
   를 보고 있다. 밤바다... 해안 경비를 서고 있는 군인들이 비
   추는 서치라이트에 보이는 파도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고 있
   다. 파도의 비명이 들리는 듯 하다. 저 멀리 오징어 잡이 배
   들의 집어등이 밝게 빛을 내고 있다. 밤새 바다만 바라본다.
   정리가 안된다.  결국 이 마음을  다시 가지고 가야  하려나
   보다. 바다를 향해 끝없이 걸어가고 싶다는  바보 같은 생각
   을 잠시 해본다.

     새벽 4시 20분부터 백사장엔 상인들이  준비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면 컵라면도 팔고 커피도 팔기 위해 새벽부터
   서두르고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많이 잡는다
   고 했던가? 오늘은  장사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말없이 바
   다만 바라보는 내가  걱정되어 자주 나와 보는  아내... 그저
   침묵으로 지켜보고 있다.  파도에 잠기고 있는 갯바위를  보
   다 문득 바닷물이 파란  건 바위에 부딪쳐 멍들어서라던 친
   구의 말이 생각난다. 파도가 파도를 덮치고 있다. 수많은 연
   인들이 백사장을 걷고 있다.

     일출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백사장에 제법 많다.  아내도
   아들을 데리고 5시  30분부터 나와 있다. 기다리다  지친 아
   들은 그냥 잔다며 뒷좌석에 누워 버린다.  멀리 수면이 붉게
   변하기 시작한다. 사진기에 삼각대를  부착한 채 백사장으로
   간다. 아내는  거리를 조정해 놓고 기다린다.  저 멀리 수면
   위로 붉은 불덩이가  올라오고 있다. 붉은데 너무  깨끗하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크지 않은 불덩이... 마치 쟁반 크
   기만 하다.  짧은 순간이다. 매일 바라보는  태양이건만... 느
   끼는 감정은 왜  이리 다른지... 모두 떠난  백사장엔 상인들
   이 차려 놓은  식탁과 의자만 남아 있다. 결국  정동진 백사
   장에서 혼자 밤을 새우고 말았다.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
   하고....

     숙소에 들어가 간단하게  씻는다.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
   아 찬물로 하려니  소름이 돋는다. 기름값이 너무  올랐다는
   생각을해 본다. 그렇지  않았으면 민박집 주인의 인심이  더
   후했을 텐데....  옷을 새로 갈아입고 민박집을  나선다. 정동
   진 역을 구경하고 모래시계 나무도  보고... 정동진의 기억은
   별로 생각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라리... 라는 단어가 가슴
   을 누르고 있었다. 이젠 결혼식이 있는 속초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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