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이것이 인생이다

[나눔] 쑥국

자오나눔 2007. 1. 15. 23:53
영원히 녹지 않을 것 같던 빙판 길이 녹기 시작합니다.
따뜻한 햇살의 사랑에 얼어 붙었던 눈도 녹습니다.
차갑고 날카롭던 우리들의 마음 조각들도 녹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 봅니다. 무료급식 배식이 끝나면
드리이브라도 다녀 오자는 선린님의 애교어린 투정이
싫지않은 걸 보니 봄이 오고있는가 봅니다.

무료급식소의 식단은 밥, 국, 반찬은 4가지가 나옵니다.
우리가 보기엔 반찬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재료도
아내의 손맛이 들어가면 어느새 맛있는 반찬이 됩니다.
그래서 무료급식 식단은 언제나 풍성합니다.

사무실에서 몇가지 작업을 해 놓고 급식소로 갑니다.
얼마전에 실직하고 직장을 구하고 있는 고향친구가
설거지를 하고 있습니다. 직장을 구하는 며칠 동안이라도
봉사를 하겠다며 팔을 걷어 붙쳤습니다.
이제 날씨도 풀려가니 녀석도 다시 직장을 구하리라 믿습니다.

향긋한 봄내음이 나는 쑥국이 올라왔습니다.
맛있다며 한그릇씩 더 드시는 어르신들의 얼굴에서도 봄이
오고 있음을, 아니 이미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맛있다면 어떻게 끓였느냐는 질문에 멸치 다싯물을 만들어 놓고
쑥을 콩가루에 머무렸다가 된장을 풀어 푹 끓였다는
아내의 대답속에서도 봄이 묻어 있습니다.

아... 봄입니다.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들의 간지럼타는 소리가
따뜻한 햇살에 눈이 녹는 소리에 섞여 우리들의 마음으로
들어 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봄은 어느새 우리 곁에 와 버렸습니다.

20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