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수필] 새벽 단상

자오나눔 2007. 1. 16. 00:06
      잠자리에 들었지만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몇  번을 뒤척이다 조
   심스럽게 이불을  젖히고 빠져 나와  컴퓨터를 켠다. 통신에  접속하여
   40대 이상의 동호회에 올라  있는 어느 글을 본다. 나이 어린  젊은 직
   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신세대 노래를  배워야 하는... 어렵게 살아왔던
   40대들의 애환을 잘 표현해 놓은  글을 읽고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인
   다.

      어제 이맘때쯤이면 앞집의 술 취한 아가씨 덕분에 왁자지껄 할텐데
   조용하다. 아.... 아까 퇴근할 때 보니 봉고차에  짐을 싣던데 그 아가씨
   가 이사를 갔는가 보다. 조용한 방안에 째깍이는  시계 초침 소리와 함
   께 고른 숨소리로 깊은 잠을  자고 있는 아내의 기척이 적막을 건드리
   고 있다.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을 것이고, 이
   순간에도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기의  본분을 다하
   고 남들 잘 때 조금 더 늦게 자면서 자료를 올려 주는 고운 마음을 보
   게 되니 감사하다.

      변함없이 시간은 흐르고  있고, 세월이 더디게 간다고  생각되던 20
   대 때는 순간적인 충동에 세월을 다 보내고,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
   었던 30대 때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삶에 접목시켜 보려고 낑낑대기
   도 했는데..., 40대의 시간은 너무나 빨리 가고  있었고, 그 시간이 아까
   워 많은  생각을 하기도 한다.  40대 남자의 사망률이 여자보다  3배가
   더 많다는 뉴스가 무겁게 다가오는 건 현실이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그래도 순간  순간을 소중한 보석처럼 챙겨  보려는 마음이 있기에
   아직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되는가 보다. 나이를 먹
   으면 그 사람의 얼굴에서  그 사람의 삶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
   고 그 얼굴에 책임을  지는 나이라고 한다. 나는 어떤 얼굴일까... 깊은
   고뇌에 빠져 있는 생각하는 사람의 얼굴일까? 언제나 개구쟁이처럼 살
   고 싶은 마음이 나타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있는 행복
   한 모습일까?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의 고뇌에 싸인  얼굴일까? 아니
   면... 모든게 합쳐진 채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는 얼굴일까...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어느 님의 고백이 조금은 이해가 될  듯
   한 그런 시간이다. 몇  년전의 일인가 보다. 박종호 콘서트에 휠체어를
   타고 갔었다. 그때  박종호씨가 나에게 "집사님 세상이  어떻게 보이세
   요?"라고 물었을 때,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네! 세상이 참 아름
   답습니다"라고 대답을 했었다.  지금 누가 내게 세상이  어떻게 보이느
   냐고 물어 본다면,  그때처럼 자신 있게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고 말
   할 수 있을까? 그래... 그래도 나는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할 것이다. 지
   금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조금은 알아 가고 있으니까.

      20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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