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수필] 히야신스

자오나눔 2007. 1. 16. 00:09
      봄입니다. 생명이 움트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는 날입니다. 아무래
   도 봄에는 새싹, 생명, 꽃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봄이라 그런
   지 꽃에 대하여 글을 한 개 쓰고 싶었습니다.  물론 잘 쓰는 글은 아니
   지만 머리 속에 떠오르는 짧은  생각을 놓치기 싫어서 순간 순간 메모
   를 해 놨다가 쓰기도 합니다.

      우리집에는 작은 화분이 한 개 있습니다. 며칠  전에 아우들을 만났
   는데 비닐로 된  작은 컵을 선물로 사 주었습니다.  거기에는 히야신스
   라는 꽃나무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가격이야 얼마  하지 않지만 거기에
   는 귀한 마음이  담겨져 있습니다. 화분 겉에는 히야신스에  대하여 설
   명을 해 놓았습니다. 상품화된 꽃이라 그런지  소비자를 배려하는 마음
   이 담겨져 있습니다. 자생지는 지중해 연안이요, 꽃말은 추억, 유희, 기
   쁨이라고 써 있습니다.  개화기는 12-3월(촉성용), 4-5월(노지), 색상은
   백색, 청색, 분홍, 적색 등이요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둘 것이며, 온도는
   10-20도로 유지하고 표면이 마르면 물을 흠뻑 주라고 써 있습니다.

      작은 식탁 위에서  히야신스는 적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며
   칠 동안 보는 것이라 그런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전혀 새롭
   지 않습니다. 화장실을 가면서 보니 히야신스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
   었습니다. 그런데 줄기가 한쪽으로 휘어져 있는 것입니다. 햇볕이 들어
   오지 않는 실내라 형광등 불빛을  향해 줄기가 뻗어 있고 꽃도 형광등
   불빛을 향하여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빛을 받아야 살아가는 존재... 우
   리는 빛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빛에 대한
   감사가 나옵니다. 따지고 보니 모두가 감사의 조건입니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빛은 존재와 생명의 근원입니다. 그것
   을 실감나게  알려 주는 것이  광합성 작용입니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빛을 받아들여 광합성 작용을 하여 포도당을 만들어 생존하고 자라 갑
   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빛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
   해 봅니다. 광합성 식물들은  곧 죽게 될 것이고, 이어서 초식동물들이
   죽고, 그 뒤에는 육식동물들이 죽고, 마침내  사람도 죽게 되겠지요. 도
   미노 현상처럼 쓰러져 가는 모든 사물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광합성
   작용을 통하여 우리는 빛이 곧  생명의 근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
   다.

      히야신스가 빛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방향을  돌려봅니다. 짙은 향기
   가 마음을 훑고  지나갑니다.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라고  하는데 그렇
   게 살지 못하고 있는 나를 추슬러 봅니다.  말보다 소중한 것이 삶이라
   는데, 말과  삶은 따로 내 곁에  있지는 않았는지 빛으로 오신  그분을
   생각해 봅니다. 히야신스 꽃봉오리  한 개가 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봄
   이 깊어 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름다움입니다.
      2001.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