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단상] 라일락이 피었더라

자오나눔 2007. 1. 16. 00:13
올해는 봄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봄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벌써 날씨가 덥습니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는 봄이 되어야 싹이 나고 꽃이 피는 순리를 역행하지는 않습니다. 날씨는 초여름이지만 눈에 보이는 자연은 그래도 봄이라고 우리에게 사랑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목련이 지던날 서럽게 울었다던 어느 시인의 시가 생각납니다. 노란 개나리의 몸짓은 이젠 푸름으로 변해가고, 연분홍 진달래의 사랑도 식어 갑니다. 여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어제부터 반팔티를 입었습니다. 온몸이 시원하고 상쾌함을 느낍니다. 아마 내 피부도 세상을 보고 싶었나 봅니다. 두툼한 외투를 찾던 때가 며칠 전 같은데 조금이라도 더 얇고 멋진 여름옷을 찾고 있는 나를 보니 쓴웃음이 납니다. 여름을 예찬해야 하려는지... 지금은 무척 덥기만 합니다.

오늘 아침에 출근을 하는데 어디선가 향긋한 꽃냄새가 났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어디선가 맡아 보았던 향기입니다. 아! 그렇습니다. 5월의 꽃이였습니다. 그 꽃을 순 우리말로는 수수꽃다리라고 한답니다. 그래요. 라일락... 라일락 향기였습니다. 진원지를 찾았습니다. 우리 동네에 라일락 꽃이 이렇게 많다는 걸 새삼 알았습니다. 웬만한 집 담아래에는 라일락 꽃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짙은 유혹입니다.

교회 화단에도 라일락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가지 한개를 끌어 당겨 냄새를 맡았습니다. 아찔한 유혹이좋습니다. 참 좋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라일락 꽃 한다발을 안겨 주고 싶었습니다. 라일락 향기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나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하루가 무척 즐거울 것 같습니다. 아직도 봄입니다.

2001.4.23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