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수필] 날개에 찢기다

자오나눔 2007. 1. 16. 00:21
며칠전 밤늦게 일하다 갑자기 뭐가 눈속으로 뛰어 들어 왔다. 누군가에게 쫓겨도 그렇게 허겁지겁 뛰어 들어 오지 않았을거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지만 더 빠르게 들어와 버린...

나도 모르게 눈을 부볐다. 화장지로 닦아 내니 머리와 몸통으로 두 동강난 좀벌레가 묻혀 나온다. 자살 사이트에 다녀왔나... 녀석의 삶은 내 눈속으로 들어 온 순간에 바로 끝났다. 그 후로 난 안약을 사서 넣으며 이틀을 보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뭔가 눈에 박혀 있다. 눈을 뜨고 감을 때마다 신경을 거슬릴 정도로 통증이 온다. 그래도... 눈을 심하게 부벼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안약만 자주 넣었다. 거울을 보니 눈이 많이 충혈됐다. 은근히 걱정도 되지만 자연스럽게 낫겠지... 나는 일에 매달려 있다.

난, 무슨 일을 시작하면 해결을 해야만 밥을 먹을 정도로 집착이 있다. 일을 하다 너무나 눈이 아파 거울을 보니, 눈거플 속에 까만점 같은게 보인다. 자세히 보니 가시 같기도 하고... 어? 어제 자살한 좀벌레의 발톱인가? 녀석이 마지막 발악을 하고 갔나? 다시 보니 아무래도 이상하다.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웠다. 눈을 까 뒤집고 화장지로 닦아 보라고 했다. 병원으로 가라는 아내의 권유도 마다하고 고집을 부렸다. 우여곡절 끝에 화장지를 접어서 조심스럽게 좀벌레의 잔해를 꺼내기 시작한다. 통증은 짜르르... 잠시 후 시원한 느낌이 온다.

아내가 보여주는 화장지에는 좀벌레의 날개가 묻어 있었다. 이틀동안 좀벌레의 딱딱한 날개를 내 눈속에 담고 다녔다. 덕분에 눈속의 흰자위에는 빨간 피멍이 들었다. 지금은 상처로 인해 거북하지만 하룻밤 자고 나면 괜찮으리...

이번 일로 배운거... 눈에 뭐가 들어 갔을때는 부비지 말고 먼저 물에 씻어 낼 것이며, 귀에 벌레가 들어가면 후레쉬 불빛을 비춰서 밖으로 기어 나오게 해야 한단다. 맞는 말이다.

간단하게 생각했다가 고생만 했던 3일간이다. 여름에 불빛을 보고 날아 오는 벌레들에게 당하는 불상사는 없어야겠다. 작은 날개에게 찍혔을때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경험하며, 강한것 같아도 한없이 나약한 나를 발견한다. 겸손해야지...

2001. 7. 11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