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시] 억새꽃

자오나눔 2007. 1. 16. 12:26
= 억새 꽃 =

못 견디게 그리울 때
밤마다 벼개닛을 적시는 그리움이 있을 때
훌쩍 집을 나서 보라는 말에
마치 몽유병에 걸린 사람처럼
나도 모르게 비행기를 탔다.

아래로 보이는 하얀 구름이
솜털 같이 포근한 내님 같아서
모든 것 놓고 안기고 싶었다.

그래도 참아야 할 이유는
지각이 있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땅을 딛는 순간
멀리서 달려와 안겨줄 님을 기대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얀...
하얀 색은 아팠다.
너무 깨끗해 아팠다.
하얀 브라우스를 입은 그녀가 손을 흔들며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슬로우모션으로 달려 왔다.
너무 좋아 눈을 크게 뜨니
하얀 억새꽃이 손 흔들며 마중 나와 있었다.
억새꽃은 그리움이 되어 버렸다.

2001.8.18
오후에

'나와 너, 그리고 > 나눔의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가을이 오면  (0) 2007.01.16
[단상] 녀석...  (0) 2007.01.16
[시] 울릉도 가는 길  (0) 2007.01.16
[시] 인형뽑기  (0) 2007.01.16
[수필] 그를 만나고  (0) 2007.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