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단상] 녀석...

자오나눔 2007. 1. 16. 12:27
      녀석의 여름은 무척 짧았다. 이제 10살인 그 녀석은 천상 개구쟁이다. 호
   기심 많고 장난치기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일 뿐이다.  또래의 아이들처럼 해
   거름 녘에도 집에  들어오는 것을 잊어 먹고  놀고 있을 때도 있다.  그러나
   그 녀석은 다른  아이들과 조금은 다르기도 하다. 살아 있는  교육을 시키겠
   다는 아빠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그  녀석의 여름은 짧았다. 장애인  사역을
   하고 있는  아빠는 부지런히 봉사를  다닌다. 그러다 보니 자기만의  시간이
   부족하였다. 그때마다 그  녀석도 따라 다녀야 했다.  그래서인지 그 녀석은
   지금까지 장애우를 자연스럽게 대한다. 몸이 불편한 그들에게도 "형아, 누나
   ~"하며 뒹굴기도 한다. 소록도  한센병자들을 만나도 자연스럽게 "할아버지~
   할머니~"라며 손을 잡고  돌아다닌다. 그런 것을 보면 내 마음이  덩달아 뿌
   듯해진다. 감사의 조건이다.

      엊그제 여름 방학이  시작된 것 같았는데 벌써 개학이라고  분주하다. 방
   학 숙제는 며칠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어쩌면  아빠의 30여년전 모습하고
   닮았는지..., 그래도 일기만큼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3년째 쓰고  있다. 녀석
   의 일기를 보니 참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  한글을 아무
   리 가르쳐 줘도  모르기에 일기를 쓰게 했다. 제목도 쓰기  힘들어하던 녀석
   이 이제는 자기 스스로 제목도 정하고 그에 맞는  내용도 쓴다. 보청기를 끼
   고 들어야 말을 들을 수 있기에  대화가 잘 통하지 않을 때는 메모로 할 때
   가 있다. 그럴 때마다 감사한 것은 녀석이 한글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책가
   방을 챙겨 놓고 기도하며 자는  녀석을 보며 올 여름에 부쩍 컸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은 여름에  큰다는 말을 실감한다. 오늘밤  잠자리에 주님이 그
   녀석을 칭찬해 주었으면 좋겠다.
     
   200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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