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수필] 희망을 주는 사람

자오나눔 2007. 1. 16. 12:36
계간 [장애인 먼저]에서 원고 청탁이 왔다. 내 글이 도움이 된다기에 주저없이 썼는데 다시 보니 미숙할 뿐이다.


      희망을 주는 사람

      울릉도에서 목회를 하시는 노(老)목사님이 육지에 볼일  보러 나오셨다며
   연락이 왔기에 목사님을 모시고 식사 대접을 할  기회가 나에게도 주어졌다.
   섬에서 10년을  넘게 사시는 분이라  해산물보다는 육식(肉食)이 더  낫겠다
   싶어, 아내에게 맛있게 음식을 하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하여, 찾아간 곳이
   간판도 휘황찬란하고 실내도 넓은 갈비집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에 일을 보러 가는데 난감하다.  계단을 열 개 이상
   을 올라가야 있는  것이다. 목발을 짚고 겨우 올라가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변기가 모두 좌변기다. 좌변기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쪼그려 앉아서 일을  본다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일을  보지 못하
   고 다시 계단을 내려와 음식값을 계산하면서  작은 항의를 해 본다. "이렇게
   큰 식당에서는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화장실을 식당과 같은 층에 두어
   야 하는 것  아니에요? 어쩔 수 없이  2층을 사용한다면 변기라도 양변기로
   고쳐 놓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 같은 장애인은 다시 오려면 망설여지게
   될 것 같습니다. 부지런히 돈을 벌어서 화장실부터 고쳐 주세요." 주인의 변
   명을 들으며 식당을 나오는데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나는 어디를 가던지  그곳의 화장실부터 문의를 한다. 아마  다리가 불편
   한 장애우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리라. 화장실이 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게 되
   어 있다면 정중하게 그 장소를 사양한다. 그러면서 꼭 한마디하게 된다. "힘
   든 줄은 알지만 내 가족  중에 다리 불편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시고 경사
   로나 장애인용 변기를 설치해  주세요. 그러면 많은 사랑을 받을 것입니다."
   라고 부탁을 하면  일단은 긍정적으로 받아 주는걸 경험한다. 물론  바로 시
   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장애인을 배려
   하는 마음은  생겼으리라 믿는다. 때로는  우리 장애우들은 하고 싶은  말도
   가슴속에 묻어 버릴 때가 많다. 항상 도움을 받는  처지라는 생각이 더 앞서
   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들 스스로가 작은  부분이라도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참 중요하다.  우리의 작은 소리가 희
   망이다.

      나는 장애인 선교회 일을  하다 보니 종종 간증 집회를 하게  된다. 물론
   교회에서 초청을 하여  강사로 가게 되는 것이다. 지체1급  장애인이지만 말
   은 잘할 수 있기에 대중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데는  지장이 없다. 집회 때
   마다 내가 하는 소리가 있다. "이세상에서  저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1억명은
   넘습니다. 여러분은 이세상에서  여러분을 부러워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됩
   니까?"라고 질문을 한다.  상대방은 그런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여 머뭇거리
   기 일쑤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설명을 해 준다.  "저는 1급 지체 장애인이지만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말을  할 수 있으니 말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분들이 저를
   부러워 할 것입니다. 저는  컴퓨터를 독학으로 익혀서 6년째 월간지를 2,500
   권씩 손수 만들어  회원들에게 보내고 있고, 통신에서도 4개의  동아리를 운
   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컴퓨터를 못하시는 분들은 저를  부러워 할 것입
   니다. 텔레비전에서  보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한글을 배우려고  애쓰시고
   계셨습니다. 저는 한글을 알고 작가로 등단까지 했으니  그분들도 한글을 아
   는 저를 부러워  할 것입니다. 이렇게 따지니 저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세
   상에서 1억명은 훨씬  넘는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때서야 웃
   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희망이  될 수 있다. 상대방에게  희망이 되는 것은 무척  어려운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전혀  어렵지 않다. 그 이유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
   리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를 부러워하고 있
   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새로운 힘이 생긴다. 생각하는 것이  긍정적으로 변
   하게 된다. 긍정적으로  변하게 되면 우리의 행동도  긍정적이 된다. 중요한
   것은 깨닫는 것이다.  내가 남에게 피해만 끼치는 사람이 아니라  이제는 누
   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사람이란 것, 그것을 깨닫는 것이다. 힘들고 어려워도
   절망치 말자. 내가  힘들 때 다른 사람도 힘들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힘든
   것을 희망으로  바꾸기 때문에 힘들지  않게 보일 뿐이다. 희망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호흡 있는 그 순간까지 우리는 희망을 주는 사람들이다.
      2001.10.15
      양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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