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수필] 내가 행복하다는 것은...

자오나눔 2007. 1. 16. 12:37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귀여워한다는 말이 있다. 아마 부모의  사랑은 내
   리사랑이기 때문이리라.  어느 부모나 다  그렇겠지만 나도 내 자식을  무척
   사랑한다. 그래서 녀석에게 많은 배려를 해 주려고 노력하지만 쉽지가 않다.
   남들과 같이 정상적인 아이가  아니고 양쪽 귀에 최성능의 보청기를 끼우고
   야 제대로 대화가  가능하지만, 그래도 어눌한 건 어쩔  수 없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는 손가락이 없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아픈 손가락에  더
   신경이 쓰이듯이 녀석에게도 신경이 쓰이는가 보다.
      난 준열이에게 항상  희망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긍정적인  말을 하
   고 밝게 살게 하려고 노력을 한다. 덕분에 녀석도 많이 밝다. 항상 바쁘기만
   한 아빠와 엄마, 정목사님의 글에 나온 것처럼 녀석에게는 '아빠'가 '바빠'에
   서 '나빠'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아빠가 항상 바쁘니 바빠요, 결국 실망하
   여 아빠는 나빠로 될는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모처럼 시간을 냈다.  이제 열 살된 녀석에게 인터넷을  가르쳐 준답시고
   모처럼 큰소리  쳐보며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인터넷 시장을  누비는
   시범을 보이다가 무료 영화 사이트에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서 발견한 오래
   된 만화 영화를 만났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5시 40분이  되면 어김없이
   라디오 채널을 돌렸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 우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아
   니었나 생각된다.
      최고는 아니었지만 악의 무리와  최선을 다해 싸우는 마루치와 아라치의
   활약상을 이번에는 만화 영화로 아들과 함께 보고  있노라니 감회가 새롭다.
   숲속에서 생활하던 마루치 아라치를 세상으로 데리고 나오려는 사범과 선생
   의 노력에 마루치는 완강하게 거절을 한다. 할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파란
   해골 13호를 무찌르겠다는 뜻이다. 숲속에 남아서 자연을  훼손하는 악의 무
   리를 무찌르겠다는  마루치에게 아라치가 달래게 되고  결국 함께 내려오게
   된다. 여기서 잠시 아담과 이브가 선악을 알게 하는  과실을 먹게 되는 순간
   과 교차되는 내 머리 속은 어찌된 건지 모르겠다.
      마루치라는 뜻은 '가장 높은 꼭대기'라고  한다. 무슨 산마루 하는 그런
   거 말이다. 아라치는 '가장 아름다운 소녀'라고  한단다. 지인에게 이야기를
   해 줬더니 자기도 아라치라고 불러 달란다. 순수한  우리말에 대하여 아들에
   게 설명까지 해주는 자상한 아빠가 되어 보는 순간이다.  내가 어릴 때 들었
   던 마루치 아라치  라디오 연속극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주며,  아빠의 유년
   시절로 함께 여행을 떠나 보았다.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유년 시절. 아버님이  들려주었던 할아버지 할머님
   이야기가 가슴 깊숙이 남아 있다. 내가 들려준  이야기들이 준열에게 어떻게
   남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행복한 것은 그녀석의 대답 때문이었다. 함
   께 있으면서 녀석에게  살짝 물어 봤다. "준열아 아빠랑 함께  만화 영화 보
   니 좋아?" "네~ 좋아요~" 아빠랑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았다는  그녀석의 고백
   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나도 모르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달려라 마루치
   ~ 날아라 아라치~ .... 태권 동자 마루치 정의의 주먹에 파란 해골 13호 납작
   코가 되었네~"
      2001.10.19

'나와 너, 그리고 > 나눔의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장승  (0) 2007.01.16
[시]엿 먹어라  (0) 2007.01.16
[수필] 희망을 주는 사람  (0) 2007.01.16
[수필] 그의 고백이 참 좋았다.  (0) 2007.01.16
[단상] 설레임  (0) 2007.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