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양집사님과 연애할 때(워낙 불도저처럼 밀어 부쳐서 결혼까지 해 버려서 연애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열심히 세상을 살다가 만약 죽게 되면 당신이 먼저 죽었으면 좋겠어... 당신을 곱게 장사 한 후에 내가 당신 따라가게... 만약 내가 먼저 죽으면 당신이 고생하며 우는 모습 생각하니 그것도 아니다 싶어..." 그렇게 이상한 고백을 했던 사람이다. 항상 말보다 행동을 먼저 해 온 사람이라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 성질 덕분에 자오가 지금까지 잘 자라온 것 같다.
좀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사람인데 요즘은 나에게 약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 내 누에도 그렇게 보이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보일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하다. 천성적으로 워낙 건강했던 사람이고 운동까지 했던 사람이라 그 많은 수술을 받고도 큰 후유증 없이 잘 지내왔는데, 마흔을 넘긴 작년부터 아프다는 소리를 자주 했다. 내 남편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싫어서 아프다는 소리 하지 말라고 구박(?)을 했더니 그 후로는 아프다는 소리를 잘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양집사님의 눈자위가 시커멓게 변색이 되어 있을 때는 견디기 힘든 고통중에 있다는 것을... 그러면 진통제를 슬그머니 쥐어주거나, 요즘은 진통제 주사를 맞혀 주기도 한다.
요즘은 스스로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수많은 노력을 하는 것 같다. 밤 늦게까지 공부하고, 기도하고, 이리저리 연락하여 자오쉼터 후원도 부탁하고, 틈나는대로 인터넷을 뒤지며 나눔지 원고까지 준비하는 것을 본다. 요즘은 자오쉼터를 홍보해야 한다며 인터넷에 있는 많은 동호회에도 가입하여 글을 올리는 것 같다. 하다가 못하면 못하는 거지 뭐기 그렇게 목숨걸고 하느냐고 오히려 내가 말리는 요즘이다.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힘들면 쉬었다가 하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리더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 조직도 약해지는 것이고, 리더가 힘을 내어 활기차게 살아가면 그 조직도 활기차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무언가 일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며칠전부터 양집사님이 아픈 것 같았다. 진통제 주사를 놔 달라고 하는 걸 보니 견디기 힘들었던가 보다. 덕분에 나도 근육주사를 놔 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어제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진통제를 먹더니 새벽까지 일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오늘은 일어나지 못한다. 아까 낮에 장은숙 집사님이 오셔서 주사를 놔주고 갔다. 간호사 출신이라 주사도 쉽게 놓으신다. 올 가을에 10권의 책을 읽기로 했다며 누워서 책을 보더니 지금은 잠에 취해 있다. 약기운을 받으며 자는 것 같다. 양집사님이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다. 양집사님이야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줄 아느냐고 하지만, 내 남편이기에 앞서 자오나눔선교회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로서 건강해야 하기에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다. 내 남편의 건강을 위해서도 기도해야겠다. 지금 생각하니 '당신 먼저 죽으라"고 했던 고백이 참 감동이었던 것 같다.
~샬롬.
200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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