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수필] 휴~ 쉼터 주변 산을 모두 태울 뻔 했다.

자오나눔 2007. 1. 17. 11:03
글쓴이 : 나눔(양미동)
조회 : 40   스크랩 : 0   날짜 : 2005.03.21 16:54

릴레이 금식기도 첫날,
큰샘물도 수원에 일보러 나가고, 사랑한잔이네는 부부가 그저께 제부도로 여행을 떠나고, 정자는 운동을 갔는지 조용하다. 자오문집 교정을 다시 보다가 강의 듣는 것이 밀려 있다는 것을 알고 강의를 듣는다. 한 과목 듣고 설교 타이핑을 한다. 한참 타이핑에 몰입해 있는데 지킴이가 신나게 짖는다. 누가 찾아왔는가 보다. 나가보니 사랑한잔이네 가족이다. 부부가 다시 화해를 하고 열심히 살아가기로 했다며 들어온다.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짐 챙겨서 차에 싣고 집으로 들어가라고 한 후, 강대상 아래로 앉으라고 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대답이 좋다. 쉼터에 온 기념으로 팬지를 화단에 심으라고 했다. 마도 초등학교서 가져다 놓은 팬지 두판, 부부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꽃을 심는다. 보기 좋다.

인선님이 마도까지 왔는데 택시가 영업 나가고 없단다. 걸어 들어오라고 했더니 사모님 안계시냐네. 수원 나가고 없다고 했더니 기다렸다가 택시 타고 들어온단다. 얼마 후 인선님이 쉼터에 도착했다. 사모님께 인사드리고 가야한다며 큰샘물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랑한잔이네 가족. 그 사이에 화단에 잔디를 태우자고 했다. 인선님, 현지아빠(사랑한잔 남편), 사랑한잔, 나눔, 이렇게 서서 화단에 불을 붙인다. 잘 탄다. 덥수룩한 수염이 면도기로 깔끔하게 밀려지는 것 같다. 불은 화단을 잘 태우고 밭이 있는 쪽으로 타들어 간다. 불이 더 이상 번지지 않게 하고 마무리를 했다. 시원하다.

그때...
인선님이 밭에 있는 풀도 태워버리자고 한다. 산에 불날 위험이 있으니 다음에 사람이 많을 때 하자고 했더니, "에이~ 괜찮아요"하며 불을 붙인다. 불이 커지지 않게 하라고 했더니 걱정 말라네.
그런데...
불길이 커지며 걷잡을 수 없다. 어느새 불길은 창고 뒤 산으로 번져 간다. 세명의 남자가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불을 잡으려는데 역부족이다. 내 생에 목발 짚고 그렇게 빠르게 뛰어 다닌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이고 하나님~~ 어떻게 합니까." 그 와중에도 기도가 나온다. 그 순간 물이 있으면 쉽게 끄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밭에 물 주려고 호스를 연결해 놨던 것이 생각난다. 물탱크에 뛰어가 물을 틀고 현지아빠에게 호스를 잡게 했다. 물을 뿌리며 나뭇가지로 두드리며 불길을 잡아간다. 역시 불에는 물이 상극이다. 큰불은 잡혔다. 구석구석 물을 뿌리며 잔불까지 잡았다. 정신이 아늑하다. 큰샘물이 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불길이 다 잡혀 있으니 놀라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하는 말 "어째 오늘 새벽예배를 빼먹더라~"한다. 끙.

아직도 연기가 나고 있는 곳곳마다 물을 흠뻑 뿌려준다. 나무를 뒤집어 가며 물을 뿌린다. 드디어 불이 다 꺼졌다. 사랑한잔이네를 배웅하고 다시 돌아보니 무성하던 마른 풀들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평소 가시넝쿨이 무성하여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곳까지 깨끗하다. 작년에 무덤을 파 가지 않았더라면 크게 낭패를 당했을 텐데 무덤이 있던 주변까지 잘 태운 결과가 되었다. 돌아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데 여기저기 가시에 긁힌 흔적이 있다. 금식 날 연기를 배부르게 마셨다. 덕분에 목이 아프다. 정말 아찔했던 오후다. 가족 모두는 인선님이 저녁을 봉사한다기에 함께 나갔다. 쉼터가 조용하다.

'나와 너, 그리고 > 나눔의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상] 참 힘들었던...  (0) 2007.01.17
[단상] 행복 전령사로 오신 어느 천사들.  (0) 2007.01.17
[시] 사랑 한조각 가슴에 숨겼더니  (0) 2007.01.17
[시] 누군들  (0) 2007.01.17
[시] 사연  (0) 2007.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