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가끔씩 감사를 잃어 버릴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는 사람임을 느끼는 짧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들판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 순간에 병원 밖을
나가보고 싶었던 순간이 생각납니다.
어렵사리 기회를 만들어 차를 타고 들녘을 가로질러 달릴 때
얼마나 세상이 아름답고, 차량 봉사를 해 주시던 분이 감사하고,
아무리 장애가 심한 몸이지만 살아 있다는 그 자체가 너무나 좋
았습니다.
항상 감사하며 살리라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었는데, 어느 순간
부터인지 그때의 감격을 잃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감사 불감증이
되어 있었습니다. 달리는 차안에서 순간 떠올랐던 기억은 다시
순수했던 과거로 돌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은 서울 한복판에 있는 영세민 임대 아파
트입니다. 공동체 생활을 하다가 새로운 꿈을 가지고 독립을 하
여 살고 있습니다. 윗층에는 진행성 근이양증을 않고 있는 잘생
긴 남자가 살고 있고, 아래층에는 장애가 심한 뇌성마비 자매와
조금 덜한 자매가 살고 있습니다.
생활은 영세민으로 지정되어 정부에서 나오는 작은 배려로 살
아가고 있지만 어려운 살림은 때로는 그들을 힘들게 합니다. 더
힘든 것은 혼자 식생활을 해결해야 하기에 일그러진 손으로 밥상
을 차려 먹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한끼를 해결하
기 위해 2시간을 투자한다는 고백을 들었을 땐 마음이 답답해 옵
니다.
미리 전화를 했습니다. 점심을 준비할테니 아래층에 살고 있는
자매들도 초대하라고... 아내에게 가게에서 장사할 고기와 냉면을
준비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아내는 불 판과 부스타, 그리고
야채와 고기를 구워 찍어 먹을 소스를 준비합니다.
무료 급식을 하는 A팀 봉사자들과 함께 방문을 합니다. 봉사자
중에 한분은 정신 지체인 7살 따님을 데리고 함께 갑니다. 오늘
은 나를 포함하여 장애인이 더 많습니다. 장애인을 뺀 세명의 봉
사자지만 일당백의 역할을 감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별 걱정
은 하지 않습니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각자 양손에 묵직하게 들고 올라
갑니다. 엘리베이터 표시등은 15층을 가리키고 있었고, 짧은 침묵
속에 우리의 목적지까지 올라갑니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니
손님이 오신다고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 부엌을 정리하고 있는
그를 보며 씽긋 웃으며 잠시 앉아 기도를 합니다.
한사람은 주방으로 가서 준비를 하고, 한사람은 부지런히 걸레
를 빨아 이곳 저곳을 닦고 있습니다. 걸레의 색깔이 변해 갈수록
집안은 깨끗해지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상을 차리고 있습니다.
불을 피우고 생고기를 올려놓고 굽고 있습니다. 아래층에 살고
있는 뇌성마비 자매님도 올라옵니다. 고기가 맛있게 익어 가고
상에는 푸짐한 야채와 반찬들이 차려지고 있습니다.
고기가 익어 먼저 고기를 맛있게 먹습니다. 봉사자들은 함께
먹을 생각을 못하고 부지런히 무언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
이라도 더 준비를 해 놓고 가려는 따뜻한 배려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식사시간은 무르익어 갑니다. 주방에서는 냉면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한여름에 가족을 위해 열무 국수를 말아 주
시던 어머님을 생각나게 합니다. 고기와 함께 냉면을 다 먹어 갈
때야 봉사자들이 상 앞에 앉습니다. 행복한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존재가 우리 사람이라고 하는데, 몸이
불편한 가운데 홀로 살고 있는 장애우들에게는 고독이란 게 참으
로 무섭습니다. 당장 아파도 머리에 수건 한 번 올려 줄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것은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들은 밝았습니다. 그들은 맑았습니다. 그들에게는 희망이 있었습
니다. 현재의 어려움이 결코 그들의 꿈을 꺽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서서히 그 자리를 일어서야 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봉사자들은
부지런히 손을 놀립니다.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해 주고 가려는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마치... 객지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자녀의 집에 찾아온 어머님의 손길처럼 따뜻한 정이 흐르고 있었
습니다. 모두가 아름답게 보입니다. 역시 세상은 아직 살만한 세
상이요, 아름다운 세상인가 봅니다.
자주 찾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쉽지 않기에 더 많은 봉사
자들이 생기기를 기도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가 봅
니다. 돌아오는 길에 어느 집 담에 피어 있는 빨간 장미를 보며
우리들은 모두 감탄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
도 장미꽃처럼 아름답게 보이고 있었습니다. 하늘이 너무나 푸릅
니다. 금방이라도 청자빛 물한방울이 뚝 떨어질 것만 같습니다.
2000.5.30
부천에서 나눔
어쩔 수 없는 사람임을 느끼는 짧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들판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 순간에 병원 밖을
나가보고 싶었던 순간이 생각납니다.
어렵사리 기회를 만들어 차를 타고 들녘을 가로질러 달릴 때
얼마나 세상이 아름답고, 차량 봉사를 해 주시던 분이 감사하고,
아무리 장애가 심한 몸이지만 살아 있다는 그 자체가 너무나 좋
았습니다.
항상 감사하며 살리라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었는데, 어느 순간
부터인지 그때의 감격을 잃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감사 불감증이
되어 있었습니다. 달리는 차안에서 순간 떠올랐던 기억은 다시
순수했던 과거로 돌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은 서울 한복판에 있는 영세민 임대 아파
트입니다. 공동체 생활을 하다가 새로운 꿈을 가지고 독립을 하
여 살고 있습니다. 윗층에는 진행성 근이양증을 않고 있는 잘생
긴 남자가 살고 있고, 아래층에는 장애가 심한 뇌성마비 자매와
조금 덜한 자매가 살고 있습니다.
생활은 영세민으로 지정되어 정부에서 나오는 작은 배려로 살
아가고 있지만 어려운 살림은 때로는 그들을 힘들게 합니다. 더
힘든 것은 혼자 식생활을 해결해야 하기에 일그러진 손으로 밥상
을 차려 먹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한끼를 해결하
기 위해 2시간을 투자한다는 고백을 들었을 땐 마음이 답답해 옵
니다.
미리 전화를 했습니다. 점심을 준비할테니 아래층에 살고 있는
자매들도 초대하라고... 아내에게 가게에서 장사할 고기와 냉면을
준비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아내는 불 판과 부스타, 그리고
야채와 고기를 구워 찍어 먹을 소스를 준비합니다.
무료 급식을 하는 A팀 봉사자들과 함께 방문을 합니다. 봉사자
중에 한분은 정신 지체인 7살 따님을 데리고 함께 갑니다. 오늘
은 나를 포함하여 장애인이 더 많습니다. 장애인을 뺀 세명의 봉
사자지만 일당백의 역할을 감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별 걱정
은 하지 않습니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각자 양손에 묵직하게 들고 올라
갑니다. 엘리베이터 표시등은 15층을 가리키고 있었고, 짧은 침묵
속에 우리의 목적지까지 올라갑니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니
손님이 오신다고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 부엌을 정리하고 있는
그를 보며 씽긋 웃으며 잠시 앉아 기도를 합니다.
한사람은 주방으로 가서 준비를 하고, 한사람은 부지런히 걸레
를 빨아 이곳 저곳을 닦고 있습니다. 걸레의 색깔이 변해 갈수록
집안은 깨끗해지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상을 차리고 있습니다.
불을 피우고 생고기를 올려놓고 굽고 있습니다. 아래층에 살고
있는 뇌성마비 자매님도 올라옵니다. 고기가 맛있게 익어 가고
상에는 푸짐한 야채와 반찬들이 차려지고 있습니다.
고기가 익어 먼저 고기를 맛있게 먹습니다. 봉사자들은 함께
먹을 생각을 못하고 부지런히 무언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
이라도 더 준비를 해 놓고 가려는 따뜻한 배려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식사시간은 무르익어 갑니다. 주방에서는 냉면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한여름에 가족을 위해 열무 국수를 말아 주
시던 어머님을 생각나게 합니다. 고기와 함께 냉면을 다 먹어 갈
때야 봉사자들이 상 앞에 앉습니다. 행복한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존재가 우리 사람이라고 하는데, 몸이
불편한 가운데 홀로 살고 있는 장애우들에게는 고독이란 게 참으
로 무섭습니다. 당장 아파도 머리에 수건 한 번 올려 줄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것은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들은 밝았습니다. 그들은 맑았습니다. 그들에게는 희망이 있었습
니다. 현재의 어려움이 결코 그들의 꿈을 꺽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서서히 그 자리를 일어서야 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봉사자들은
부지런히 손을 놀립니다.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해 주고 가려는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마치... 객지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자녀의 집에 찾아온 어머님의 손길처럼 따뜻한 정이 흐르고 있었
습니다. 모두가 아름답게 보입니다. 역시 세상은 아직 살만한 세
상이요, 아름다운 세상인가 봅니다.
자주 찾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쉽지 않기에 더 많은 봉사
자들이 생기기를 기도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가 봅
니다. 돌아오는 길에 어느 집 담에 피어 있는 빨간 장미를 보며
우리들은 모두 감탄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
도 장미꽃처럼 아름답게 보이고 있었습니다. 하늘이 너무나 푸릅
니다. 금방이라도 청자빛 물한방울이 뚝 떨어질 것만 같습니다.
2000.5.30
부천에서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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