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달 30일 동안에 20일은 우리들을 이야기하며 사람의
정을 느끼고, 나머지 10일은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따지고
보면 한달 내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15척 담안에서
그들만의 세상에 적응해 가며 살아가는 사람들. 일반인은 그곳을 교도
소라 부르고, 그곳에서 있는 사람들을 죄수라 부른다.
이번 달에도 변함없이 안양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장애인 재소자
들을 방문하는 날이 다가온다. 이번 방문 때는 재소자가 줄어들기를
바라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특사라는 이름으로 출소를 시키지 말고, 남
은 기간 사회 적응 훈련을 제대로 시켜서 잔여형을 마치면 출소시키기
를 바라고 있었다.
교도소라는 특성 때문에 방문할 사람들이 정해져 있다. 회원들과 한
길 교회 성도들을 주축으로 몇 명씩 추가되는 게 요즘 교도소 방문자
의 숫자다. 이번에도 10명 정도 될 것 같다. 필요한 물품을 적어 주며
아내에게 준비를 하라고 해 놓고, 교도소에 14명 정도 방문할 것 같다
고 연락을 해 준다. 혹시 추가될 인원이 있을 것 같아 넉넉하게 알린
다. 따로 그들에게 전해 줄 메시지도 준비를 한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서두른다. 아들이 학교에 갈 때 우리도 함께 집
을 나선다. 나눔 사무실에 들려 그분들께 전해 줄 서적을 차에 싣고,
대형 마트로 가서 교도소에 가져갈 물품들을 산다. 아내는 마트에서
물건을 살 동안, 이곳 저곳에 전화를 하여 인원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결식 노인 무료 급식이 매일 실시되고 있기에 일부 회원은 교도소 방
문에 동참을 못해 아쉬워하기도 한다. 다음엔 일부는 참여할 수 있도
록 해야겠다.
떡집에 들려 주문해 놓은 떡을 싣고, 제과점으로 달린다. 트렁크에는
점점 푸짐하게 쌓여 간다. 제과점에서 푸짐하게 빵을 싣고 손 간사 가
게로 달린다. 미리 연락을 해 놓았기에 준비하고 있다. 소사역에 들려
잠시 기다려 친구와 지영이를 태운다. 달리는 차안에서 오늘 섹스폰
연주를 하실 김학배 교역자께 전화를 해 보나 불통이다. 다시 김혁님
께 전화로 확인한 후 연락을 해도 안된다. 음성만 남겨 놓고 교도소
검문소를 통과한다.
차를 주차시킨 후 마련해 간 물품을 내려놓고 신분증을 걷으며 장애
인 담당에게 연락해 달라고 접수를 한다. 저쪽에서 한길 교회 권사님
이 웃으시며 오신다. 그런데 김성현 목사님이 너무 아프셔서 참석을
하지 못했단다. 순간 짧더라도 은혜로운 예배를 기다리는 그들에게 어
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다 그분께 맡기기로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보
안과에서 검열을 해야 하기에 물품들은 안으로 옮겨만 놓고 몸만 이동
을 한다.
철창문을 몇 개 지나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당도하니 찬송가
소리가 들려 온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장애인 재소자들이 부르는
찬송이다. 마음이 뭉클해진다. 교도관이 나를 보더니 강사료라며 4만원
이 들었다며 봉투를 전해 준다. 법무부에서 나온 거란다. 나눔 재정에
보태기로 하고 감사하게 받고 그들이 있는 장소로 들어간다. 만남의
자리가 꽉 찬 느낌이다.
장애인 재소자들이 지난달보다 더 늘었다. 줄어들어야 하는데 오히
려 늘어감을 속으로만 서운해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교도소에서 안양
으로 이감 신청을 하여 온 사람이 늘었단다. 기뻐해야 할지 서운해야
할지 잠시 판단이 서지 않는다. 처음 본 재소자들 앞으로 가서 자리를
잡는다. 오늘은 어떤 은혜가 주어질까 기대를 하고 있다. 재소자 기독
담당 정배씨랑 예배에 대해 잠시 상의를 한다. 말씀만 봉독하고, 찬송
과 기도로 예배를 마치고 2부 행사를 하기로 한다. 몇 구절의 찬송과
기도 말씀 봉독, 그리고 몸이 아프신 길 목사님을 위한 통성기도, 다시
찬송... 20여분이 시간이 지나갔다.
어쩌면 이 시간을 더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남북 적십자 회담하듯이
마주 앉은 탁자 위로 푸짐하게 차려지는 음식들... 떡, 과일, 커피, 생과
자, 빵, 사탕, 음료가 올라오고 나눔지를 비롯한 다른 책도 그들에게
전해진다. 작년에는 통닭 정도는 반입을 할 수 있었는데, 올 해부턴 엄
격하게 조리 식품은 제한되고 있다. 단지 영치금이나 속옷 정도는 허
락이 된다.
이번에는 떡이 가장 인기가 있었다. 10명 정도 더 늘은 것을 계산하
지 않고 떡을 준비했는데 더 먹고 싶은가 보다. 다음 방문 때는 더 많
이 해 가야겠다. 그때 섹스폰을 연주해 주실 김학배 교역자가 도착했
다. 조금만 더 빨리 왔다면 예배도 인도할 수 있었을 텐데....
어느 정도 분위기가 익었다. 남은 음식은 감방 안에 가지고 가서 먹
을 수 있도록 봉투에 담아서 전해 준 후, 소중한 시간을 이어간다. 방
문자부터 그들을 위해 서로의 소개를 한다. 어김없이 처음 방문한 사
람들은 소중한 체험을 하게 된다. 궁금하시면 다음에 동참해 보시고요.
각 방별로 그들의 소개를 받은 후 섹스폰 연주부터 시작한다. 흐느끼
는 듯한 섹스폰 소리, 끊어질 듯 이어지는 소리에 모두가 가슴이 진탕
되고 있다.
재소자 측에서 준비한 찬양과 귀한 이야기, 섹스폰에 맞춰 노래를
한곡 부르고 싶다는 어느 재소자는 주님을 영접한다는 고백과 함께
'세상에서 방황할 때'를 부르고 있다. 참으로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
평상시 입을 다물고 있던 사람들도 서로가 노래를 하겠다고 신청을 한
다. 스므살 남짓한 재소자는 처음 보는데 계속 울고 있다. 43년 동안
살면서 14번이나 교도소를 들락거렸다는 재소자도 일어서서 서툴게
'405장'을 부른다. 평상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앞을 보지 못하는
상은이의 유행가 스타일로 부르는 찬송, 잠시 웃음도 나왔지만 은혜다.
정해진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어하는 그들을
위한 작은 배려를 해 보기로 했다. 교도관께 양해를 구한다. 20여분 더
허락을 받았다. 일반 면회 객은 5분에서 10분이지만, 우리들에게는 2시
간이 주어진다. 그들의 변화를 교도소 측에서 인정한 결과다.
PC통신에서 어느 님이 장애우들에게 남긴 메시지를 준비해 갔었는
데 그걸 낭독해 주는데 여기저기서 눈물 바다다. 읽어 주는 내 목도
잠긴다. 일부 회원들은 울며 밖으로 나간다. 아마 그 내용은 6월 나눔
지에 나올 것 같다. 가져간 하모니카로 한곡을 연주한 후, 섹스폰으로
불러 주는 405장을 들으며 길 목사님과 장애우들, 그리고 자오나눔선
교회를 위해 통성기도를 한다. 이렇게 은혜롭게 진행 될 수도 있구나.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어 간다. 마지막으로 김
학배 교역자님의 기도를 이어 주기도문으로 모든 시간을 마친다.
한사람씩 악수를 하며 그들의 눈을 본다. 거의가 눈이 젖어 있다. 누
가 이들을 울렸을까. 그들의 마음을 녹여 버린 이는 누구일까. 말하지
않아도 우리들은 알고 있다. 스므살 정도 되어 보이는 재소자가 엉엉
울며 내 손을 잡는다. 이쪽 저쪽에서도 악수하며 눈물짓는 방문자들과
재소자들... 이 순간만은 모두가 하나의 띠로 이어지고 있었다. 나오는
우리의 고개는 자꾸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들은 이 순간부터 또 다
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느 님의 '기다림은 사랑이다'는
말이 가슴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
립니다.
2000. 5. 12
생각해 본다. 한달 30일 동안에 20일은 우리들을 이야기하며 사람의
정을 느끼고, 나머지 10일은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따지고
보면 한달 내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15척 담안에서
그들만의 세상에 적응해 가며 살아가는 사람들. 일반인은 그곳을 교도
소라 부르고, 그곳에서 있는 사람들을 죄수라 부른다.
이번 달에도 변함없이 안양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장애인 재소자
들을 방문하는 날이 다가온다. 이번 방문 때는 재소자가 줄어들기를
바라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특사라는 이름으로 출소를 시키지 말고, 남
은 기간 사회 적응 훈련을 제대로 시켜서 잔여형을 마치면 출소시키기
를 바라고 있었다.
교도소라는 특성 때문에 방문할 사람들이 정해져 있다. 회원들과 한
길 교회 성도들을 주축으로 몇 명씩 추가되는 게 요즘 교도소 방문자
의 숫자다. 이번에도 10명 정도 될 것 같다. 필요한 물품을 적어 주며
아내에게 준비를 하라고 해 놓고, 교도소에 14명 정도 방문할 것 같다
고 연락을 해 준다. 혹시 추가될 인원이 있을 것 같아 넉넉하게 알린
다. 따로 그들에게 전해 줄 메시지도 준비를 한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서두른다. 아들이 학교에 갈 때 우리도 함께 집
을 나선다. 나눔 사무실에 들려 그분들께 전해 줄 서적을 차에 싣고,
대형 마트로 가서 교도소에 가져갈 물품들을 산다. 아내는 마트에서
물건을 살 동안, 이곳 저곳에 전화를 하여 인원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결식 노인 무료 급식이 매일 실시되고 있기에 일부 회원은 교도소 방
문에 동참을 못해 아쉬워하기도 한다. 다음엔 일부는 참여할 수 있도
록 해야겠다.
떡집에 들려 주문해 놓은 떡을 싣고, 제과점으로 달린다. 트렁크에는
점점 푸짐하게 쌓여 간다. 제과점에서 푸짐하게 빵을 싣고 손 간사 가
게로 달린다. 미리 연락을 해 놓았기에 준비하고 있다. 소사역에 들려
잠시 기다려 친구와 지영이를 태운다. 달리는 차안에서 오늘 섹스폰
연주를 하실 김학배 교역자께 전화를 해 보나 불통이다. 다시 김혁님
께 전화로 확인한 후 연락을 해도 안된다. 음성만 남겨 놓고 교도소
검문소를 통과한다.
차를 주차시킨 후 마련해 간 물품을 내려놓고 신분증을 걷으며 장애
인 담당에게 연락해 달라고 접수를 한다. 저쪽에서 한길 교회 권사님
이 웃으시며 오신다. 그런데 김성현 목사님이 너무 아프셔서 참석을
하지 못했단다. 순간 짧더라도 은혜로운 예배를 기다리는 그들에게 어
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다 그분께 맡기기로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보
안과에서 검열을 해야 하기에 물품들은 안으로 옮겨만 놓고 몸만 이동
을 한다.
철창문을 몇 개 지나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당도하니 찬송가
소리가 들려 온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장애인 재소자들이 부르는
찬송이다. 마음이 뭉클해진다. 교도관이 나를 보더니 강사료라며 4만원
이 들었다며 봉투를 전해 준다. 법무부에서 나온 거란다. 나눔 재정에
보태기로 하고 감사하게 받고 그들이 있는 장소로 들어간다. 만남의
자리가 꽉 찬 느낌이다.
장애인 재소자들이 지난달보다 더 늘었다. 줄어들어야 하는데 오히
려 늘어감을 속으로만 서운해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교도소에서 안양
으로 이감 신청을 하여 온 사람이 늘었단다. 기뻐해야 할지 서운해야
할지 잠시 판단이 서지 않는다. 처음 본 재소자들 앞으로 가서 자리를
잡는다. 오늘은 어떤 은혜가 주어질까 기대를 하고 있다. 재소자 기독
담당 정배씨랑 예배에 대해 잠시 상의를 한다. 말씀만 봉독하고, 찬송
과 기도로 예배를 마치고 2부 행사를 하기로 한다. 몇 구절의 찬송과
기도 말씀 봉독, 그리고 몸이 아프신 길 목사님을 위한 통성기도, 다시
찬송... 20여분이 시간이 지나갔다.
어쩌면 이 시간을 더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남북 적십자 회담하듯이
마주 앉은 탁자 위로 푸짐하게 차려지는 음식들... 떡, 과일, 커피, 생과
자, 빵, 사탕, 음료가 올라오고 나눔지를 비롯한 다른 책도 그들에게
전해진다. 작년에는 통닭 정도는 반입을 할 수 있었는데, 올 해부턴 엄
격하게 조리 식품은 제한되고 있다. 단지 영치금이나 속옷 정도는 허
락이 된다.
이번에는 떡이 가장 인기가 있었다. 10명 정도 더 늘은 것을 계산하
지 않고 떡을 준비했는데 더 먹고 싶은가 보다. 다음 방문 때는 더 많
이 해 가야겠다. 그때 섹스폰을 연주해 주실 김학배 교역자가 도착했
다. 조금만 더 빨리 왔다면 예배도 인도할 수 있었을 텐데....
어느 정도 분위기가 익었다. 남은 음식은 감방 안에 가지고 가서 먹
을 수 있도록 봉투에 담아서 전해 준 후, 소중한 시간을 이어간다. 방
문자부터 그들을 위해 서로의 소개를 한다. 어김없이 처음 방문한 사
람들은 소중한 체험을 하게 된다. 궁금하시면 다음에 동참해 보시고요.
각 방별로 그들의 소개를 받은 후 섹스폰 연주부터 시작한다. 흐느끼
는 듯한 섹스폰 소리, 끊어질 듯 이어지는 소리에 모두가 가슴이 진탕
되고 있다.
재소자 측에서 준비한 찬양과 귀한 이야기, 섹스폰에 맞춰 노래를
한곡 부르고 싶다는 어느 재소자는 주님을 영접한다는 고백과 함께
'세상에서 방황할 때'를 부르고 있다. 참으로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
평상시 입을 다물고 있던 사람들도 서로가 노래를 하겠다고 신청을 한
다. 스므살 남짓한 재소자는 처음 보는데 계속 울고 있다. 43년 동안
살면서 14번이나 교도소를 들락거렸다는 재소자도 일어서서 서툴게
'405장'을 부른다. 평상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앞을 보지 못하는
상은이의 유행가 스타일로 부르는 찬송, 잠시 웃음도 나왔지만 은혜다.
정해진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어하는 그들을
위한 작은 배려를 해 보기로 했다. 교도관께 양해를 구한다. 20여분 더
허락을 받았다. 일반 면회 객은 5분에서 10분이지만, 우리들에게는 2시
간이 주어진다. 그들의 변화를 교도소 측에서 인정한 결과다.
PC통신에서 어느 님이 장애우들에게 남긴 메시지를 준비해 갔었는
데 그걸 낭독해 주는데 여기저기서 눈물 바다다. 읽어 주는 내 목도
잠긴다. 일부 회원들은 울며 밖으로 나간다. 아마 그 내용은 6월 나눔
지에 나올 것 같다. 가져간 하모니카로 한곡을 연주한 후, 섹스폰으로
불러 주는 405장을 들으며 길 목사님과 장애우들, 그리고 자오나눔선
교회를 위해 통성기도를 한다. 이렇게 은혜롭게 진행 될 수도 있구나.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어 간다. 마지막으로 김
학배 교역자님의 기도를 이어 주기도문으로 모든 시간을 마친다.
한사람씩 악수를 하며 그들의 눈을 본다. 거의가 눈이 젖어 있다. 누
가 이들을 울렸을까. 그들의 마음을 녹여 버린 이는 누구일까. 말하지
않아도 우리들은 알고 있다. 스므살 정도 되어 보이는 재소자가 엉엉
울며 내 손을 잡는다. 이쪽 저쪽에서도 악수하며 눈물짓는 방문자들과
재소자들... 이 순간만은 모두가 하나의 띠로 이어지고 있었다. 나오는
우리의 고개는 자꾸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들은 이 순간부터 또 다
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느 님의 '기다림은 사랑이다'는
말이 가슴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
립니다.
2000. 5. 12
'봉사중독 행복전염 > 봉사 댕겨 왔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록도] 감사하는 사람들...1 (0) | 2007.01.17 |
---|---|
[사랑의 집] 윗층 남자, 아래층 여자 (0) | 2007.01.17 |
[후기] 제발 그렇게만 되게..... (0) | 2007.01.17 |
[後記] 자오의 날...2 (0) | 2007.01.17 |
[後記] 자오의 날...1 (0) | 2007.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