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소록도] 감사하는 사람들...3

자오나눔 2007. 1. 17. 11:47
     한낮의 더위는 가실  줄을 모릅니다. 어제 낮에도  엄청 덥더니
   밤에는 추위를  느낄 정도로  기온이 떨어졌습니다. 오늘  낮에도
   이렇게 덥고 저녁에는 또  추위를 느낄 정도로 기온이 내려갈 것
   같습니다. 마산에서 찬양선교단이  방문을 했습니다. 그들이 준비
   를 하고 있는 동안 우리들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분들
   과 인사를 나눈  후 중앙 공원으로 이동을 합니다. 83년  동안 가
   꾸어 놓은 아름다운 공원입니다. 소록도의 자료실이 있으며, 한하
   운 시비가 있으며, 생체 해부실 등 소록도의  역사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일행이 구경을 하는  동안 차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습니다. 커
   다란 성당에는 엄청 많은 분들이 미사를 드리려고 오셨는지 분주
   합니다. 어느 방문객들은  준비해 온 음식을 공원  안으로 가져가
   고 있습니다. 아마 공원에서  앉아 먹으려는 것 같습니다. 소록도
   주민들께 안 좋은 이미지를 남길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말
   리고 싶었지만 그냥 참고 있었습니다. 용기 없는  사람이 되는 순
   간입니다. 얼마후 그분들이 관리인에게 발각되어  다시 나오고 있
   습니다. 손에는 먹다 남은 음식들을 들고서... 그분들의 피와 땀으
   로 가꾸어  놓은 공원을 깨끗하게 보존하는  것도 우리들의 몫이
   아닐는지...

     일행들이 구경을 마치고 차에 오릅니다.  이번에는 몸이 불편하
   셔서 식사하러 오지  못한 분들을 방문하는 순서입니다.  손목 이
   하로는 없는 분,  눈이 보이지 않는 분, 무릎 이하로  없는 분들...
   그분들은 집에서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무릎 이
   하로 없는  정집사님 내외분이 살고 있는  집으로 먼저 찾아갑니
   다. 반가워하는 그분들, 준비해 간 작은 선물을 전해 드리고 그분
   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기도 제목을 말해 주며 기도의 끈
   을 이어갑니다. 기도를 하는 나의 목소리도 떨리고  곁에 있던 회
   원들의 콧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감기도  걸리지 않았는데 말입니
   다.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드린  후 방을 나섭니다. 엉덩이로 기어
   마루까지  나오셔서 배웅하시는  그분들을 돌아보기가  힘듭니다.
   어느새 눈엔 안개가 서려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집으로 이동을  합니다. 김복룡 할머님은 눈이  보이지 않
   습니다. 손목  이하로는 없습니다. 무릎 이하로도  없습니다. 무릎
   에 타이어를 받쳐 걸어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퇴행성
   관절염으로 걸을 수 없습니다. 전에는  건강하시던 할아버님이 이
   젠 귀도 들리지  않고, 말도 하지 못합니다.  혼자서 용변 처리도
   하지 못합니다.  할머님은 손목에  수건을 감아 할아버님을  매일
   씻어 준답니다. 행여 냄새라도 날까 봐... 청각이 발달한 할머님은
   내 목소리를 듣고 벌써 알아보고  있습니다. 너무나 반가워하시는
   모습에 눈물이 핑 돌고 있습니다.

     방으로 들어가 손을  마주 잡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음 약한 회원은  눈물을 훔치며 밖으로
   나갑니다. 서로의 기도 제목을 말해 주며 기도의  끈이 또 이어지
   고 있습니다. 모처럼 김복룡  할머님께 기도 부탁을 했습니다. 무
   릎으로 걸어서 새벽기도를  다니시던 할머님은 한 번이라도 좋으
   니 스스로 걸어서 예배당에  나가 예배를 드리고 싶은 마음을 잔
   잔하게 고백을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주
   님께 감사하다는  고백을 하는  겁니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도
   감사가 나올까요. 곁에 있던 친구가  두손으로 할머님의 조막손을
   꼭잡아 주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일 것입니다.

     다시 차를 돌려  화장터부터 교도소, 납골당을 지나  올 여름에
   수련회를 할 해수욕장으로 이동을 합니다.  굵은 방풍림이 햇빛을
   막아 주고 있고  고운 모래는 발가락 사이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가 백사장을 달리는 회원들은  신났습니다.
   사진 몇 장을  찍고 바쁘게 서둘러야 합니다. 무료 급식에  쓸 된
   장과 고추장을 준다는 친구를 만나러 해남에 들려야 하기 때문입
   니다. 소록도를 나오며  맡겨 둔 신분증을 찾아  다시 바지선으로
   오릅니다. 해남으로  달리는 차안에서 소록도에서 반지를  흘리고
   온 것 같다는 선희의 말에 걱정이 생기고  있습니다. 해남에 들려
   친구에게 귀한 대접을 받고  토종 고추장과 된장을 듬뿍 받아 들
   고 다시  호남 고속도로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들의
   감사 여행은 막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0.6.7
     부천에서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