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더위는 가실 줄을 모릅니다. 어제 낮에도 엄청 덥더니
밤에는 추위를 느낄 정도로 기온이 떨어졌습니다. 오늘 낮에도
이렇게 덥고 저녁에는 또 추위를 느낄 정도로 기온이 내려갈 것
같습니다. 마산에서 찬양선교단이 방문을 했습니다. 그들이 준비
를 하고 있는 동안 우리들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분들
과 인사를 나눈 후 중앙 공원으로 이동을 합니다. 83년 동안 가
꾸어 놓은 아름다운 공원입니다. 소록도의 자료실이 있으며, 한하
운 시비가 있으며, 생체 해부실 등 소록도의 역사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일행이 구경을 하는 동안 차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습니다. 커
다란 성당에는 엄청 많은 분들이 미사를 드리려고 오셨는지 분주
합니다. 어느 방문객들은 준비해 온 음식을 공원 안으로 가져가
고 있습니다. 아마 공원에서 앉아 먹으려는 것 같습니다. 소록도
주민들께 안 좋은 이미지를 남길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말
리고 싶었지만 그냥 참고 있었습니다. 용기 없는 사람이 되는 순
간입니다. 얼마후 그분들이 관리인에게 발각되어 다시 나오고 있
습니다. 손에는 먹다 남은 음식들을 들고서... 그분들의 피와 땀으
로 가꾸어 놓은 공원을 깨끗하게 보존하는 것도 우리들의 몫이
아닐는지...
일행들이 구경을 마치고 차에 오릅니다. 이번에는 몸이 불편하
셔서 식사하러 오지 못한 분들을 방문하는 순서입니다. 손목 이
하로는 없는 분, 눈이 보이지 않는 분, 무릎 이하로 없는 분들...
그분들은 집에서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무릎 이
하로 없는 정집사님 내외분이 살고 있는 집으로 먼저 찾아갑니
다. 반가워하는 그분들, 준비해 간 작은 선물을 전해 드리고 그분
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기도 제목을 말해 주며 기도의 끈
을 이어갑니다. 기도를 하는 나의 목소리도 떨리고 곁에 있던 회
원들의 콧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감기도 걸리지 않았는데 말입니
다.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드린 후 방을 나섭니다. 엉덩이로 기어
마루까지 나오셔서 배웅하시는 그분들을 돌아보기가 힘듭니다.
어느새 눈엔 안개가 서려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집으로 이동을 합니다. 김복룡 할머님은 눈이 보이지 않
습니다. 손목 이하로는 없습니다. 무릎 이하로도 없습니다. 무릎
에 타이어를 받쳐 걸어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퇴행성
관절염으로 걸을 수 없습니다. 전에는 건강하시던 할아버님이 이
젠 귀도 들리지 않고, 말도 하지 못합니다. 혼자서 용변 처리도
하지 못합니다. 할머님은 손목에 수건을 감아 할아버님을 매일
씻어 준답니다. 행여 냄새라도 날까 봐... 청각이 발달한 할머님은
내 목소리를 듣고 벌써 알아보고 있습니다. 너무나 반가워하시는
모습에 눈물이 핑 돌고 있습니다.
방으로 들어가 손을 마주 잡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음 약한 회원은 눈물을 훔치며 밖으로
나갑니다. 서로의 기도 제목을 말해 주며 기도의 끈이 또 이어지
고 있습니다. 모처럼 김복룡 할머님께 기도 부탁을 했습니다. 무
릎으로 걸어서 새벽기도를 다니시던 할머님은 한 번이라도 좋으
니 스스로 걸어서 예배당에 나가 예배를 드리고 싶은 마음을 잔
잔하게 고백을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주
님께 감사하다는 고백을 하는 겁니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도
감사가 나올까요. 곁에 있던 친구가 두손으로 할머님의 조막손을
꼭잡아 주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일 것입니다.
다시 차를 돌려 화장터부터 교도소, 납골당을 지나 올 여름에
수련회를 할 해수욕장으로 이동을 합니다. 굵은 방풍림이 햇빛을
막아 주고 있고 고운 모래는 발가락 사이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가 백사장을 달리는 회원들은 신났습니다.
사진 몇 장을 찍고 바쁘게 서둘러야 합니다. 무료 급식에 쓸 된
장과 고추장을 준다는 친구를 만나러 해남에 들려야 하기 때문입
니다. 소록도를 나오며 맡겨 둔 신분증을 찾아 다시 바지선으로
오릅니다. 해남으로 달리는 차안에서 소록도에서 반지를 흘리고
온 것 같다는 선희의 말에 걱정이 생기고 있습니다. 해남에 들려
친구에게 귀한 대접을 받고 토종 고추장과 된장을 듬뿍 받아 들
고 다시 호남 고속도로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들의
감사 여행은 막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0.6.7
부천에서 나눔
밤에는 추위를 느낄 정도로 기온이 떨어졌습니다. 오늘 낮에도
이렇게 덥고 저녁에는 또 추위를 느낄 정도로 기온이 내려갈 것
같습니다. 마산에서 찬양선교단이 방문을 했습니다. 그들이 준비
를 하고 있는 동안 우리들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분들
과 인사를 나눈 후 중앙 공원으로 이동을 합니다. 83년 동안 가
꾸어 놓은 아름다운 공원입니다. 소록도의 자료실이 있으며, 한하
운 시비가 있으며, 생체 해부실 등 소록도의 역사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일행이 구경을 하는 동안 차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습니다. 커
다란 성당에는 엄청 많은 분들이 미사를 드리려고 오셨는지 분주
합니다. 어느 방문객들은 준비해 온 음식을 공원 안으로 가져가
고 있습니다. 아마 공원에서 앉아 먹으려는 것 같습니다. 소록도
주민들께 안 좋은 이미지를 남길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말
리고 싶었지만 그냥 참고 있었습니다. 용기 없는 사람이 되는 순
간입니다. 얼마후 그분들이 관리인에게 발각되어 다시 나오고 있
습니다. 손에는 먹다 남은 음식들을 들고서... 그분들의 피와 땀으
로 가꾸어 놓은 공원을 깨끗하게 보존하는 것도 우리들의 몫이
아닐는지...
일행들이 구경을 마치고 차에 오릅니다. 이번에는 몸이 불편하
셔서 식사하러 오지 못한 분들을 방문하는 순서입니다. 손목 이
하로는 없는 분, 눈이 보이지 않는 분, 무릎 이하로 없는 분들...
그분들은 집에서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무릎 이
하로 없는 정집사님 내외분이 살고 있는 집으로 먼저 찾아갑니
다. 반가워하는 그분들, 준비해 간 작은 선물을 전해 드리고 그분
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기도 제목을 말해 주며 기도의 끈
을 이어갑니다. 기도를 하는 나의 목소리도 떨리고 곁에 있던 회
원들의 콧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감기도 걸리지 않았는데 말입니
다.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드린 후 방을 나섭니다. 엉덩이로 기어
마루까지 나오셔서 배웅하시는 그분들을 돌아보기가 힘듭니다.
어느새 눈엔 안개가 서려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집으로 이동을 합니다. 김복룡 할머님은 눈이 보이지 않
습니다. 손목 이하로는 없습니다. 무릎 이하로도 없습니다. 무릎
에 타이어를 받쳐 걸어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퇴행성
관절염으로 걸을 수 없습니다. 전에는 건강하시던 할아버님이 이
젠 귀도 들리지 않고, 말도 하지 못합니다. 혼자서 용변 처리도
하지 못합니다. 할머님은 손목에 수건을 감아 할아버님을 매일
씻어 준답니다. 행여 냄새라도 날까 봐... 청각이 발달한 할머님은
내 목소리를 듣고 벌써 알아보고 있습니다. 너무나 반가워하시는
모습에 눈물이 핑 돌고 있습니다.
방으로 들어가 손을 마주 잡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음 약한 회원은 눈물을 훔치며 밖으로
나갑니다. 서로의 기도 제목을 말해 주며 기도의 끈이 또 이어지
고 있습니다. 모처럼 김복룡 할머님께 기도 부탁을 했습니다. 무
릎으로 걸어서 새벽기도를 다니시던 할머님은 한 번이라도 좋으
니 스스로 걸어서 예배당에 나가 예배를 드리고 싶은 마음을 잔
잔하게 고백을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주
님께 감사하다는 고백을 하는 겁니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도
감사가 나올까요. 곁에 있던 친구가 두손으로 할머님의 조막손을
꼭잡아 주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일 것입니다.
다시 차를 돌려 화장터부터 교도소, 납골당을 지나 올 여름에
수련회를 할 해수욕장으로 이동을 합니다. 굵은 방풍림이 햇빛을
막아 주고 있고 고운 모래는 발가락 사이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가 백사장을 달리는 회원들은 신났습니다.
사진 몇 장을 찍고 바쁘게 서둘러야 합니다. 무료 급식에 쓸 된
장과 고추장을 준다는 친구를 만나러 해남에 들려야 하기 때문입
니다. 소록도를 나오며 맡겨 둔 신분증을 찾아 다시 바지선으로
오릅니다. 해남으로 달리는 차안에서 소록도에서 반지를 흘리고
온 것 같다는 선희의 말에 걱정이 생기고 있습니다. 해남에 들려
친구에게 귀한 대접을 받고 토종 고추장과 된장을 듬뿍 받아 들
고 다시 호남 고속도로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들의
감사 여행은 막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0.6.7
부천에서 나눔
'봉사중독 행복전염 > 봉사 댕겨 왔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양교도소] 누군가가 보고 싶어서 (0) | 2007.01.17 |
---|---|
[못 다한 이야기] 아! 마늘 차여! (0) | 2007.01.17 |
[소록도] 감사하는 사람들...2 (0) | 2007.01.17 |
[소록도] 감사하는 사람들...1 (0) | 2007.01.17 |
[사랑의 집] 윗층 남자, 아래층 여자 (0) | 2007.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