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사랑의 집] 나는 어떤 사람인가

자오나눔 2007. 1. 17. 12:01
      이렇게 후기를  올림은 자랑하고자  함이 아니랍니다.  혹시나
   이 글을  보고 마음이 움직여,  내 이웃에 있는 어려운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는  좋은 님이, 한 분이라도  생겼으면 하
   는 마음에 올립니다.

      봉사를 할 땐 하는 자  입장보다 봉사를 받는 자 입장에 맞춰
   일정을 짜야 한다는 게 나의 주장이다. 정기적인  방문 날짜에 장
   애인 공동체의 사정에 의해 1주일 연기됐었다.  날씨가 추울 거라
   던 어제의 일기예보는  청바지를 입게 만들고 있었다.  어제 밤에
   부지런히 겉절이로 배추김치와  파김치를 만들고 있는 아내는 오
   늘은 어묵 국수를 해 주겠단다. 나는 밥을  먹여야지 무슨 국수냐
   고 의견을  제시하지만 결국은  아내의 의견을 따른다.  현옥님은
   운전을 위해 아침 일찍 전화를 주신다. 함께  가기로 했던 루치아
   님도 약속 시간을 정한다.

      차를 기다리며 서 있는데  나도 모르게 햇빛이 비추는 양지쪽
   으로 이동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벌써 햇빛이  좋은 계절이 됐
   다. 현옥님이 차를 몰고 아내와 함께 온다. 달리는 차안에서 보는
   가로수들이 고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설악산 단풍 이야기며, 겨울
   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살기  어려운데..라는 걱정도 하며
   부지런히 차를 달린다. 사랑의 집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루치아님
   이 기다리고 있다.  가을을 따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함께 차에
   타고 부지런히 올라간다.

      500살 된 은행나무 아래 차를 세우고 준비해  간 짐을 내린다.
   점심을 준비할 재료와 필요한 용품들이  보인다. 부족한 재정으로
   도 푸짐하게 장만한 아내의 섬세함이  보인다. 빨래터에는 빨래가
   쌓이고 있었다. 오늘은 목욕하는  날이라 빨래가 많이 나온다. 반
   가워하는 친구들. 그들이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에서 많이 기다리
   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방 조는 부지런히  자리를 잡는
   다. 음식을 만들 동안 친구들과 함께 예배를 드린다. 산소를 우리
   몸에서 필요한 구석구석마다 사랑으로 옮겨 주는 적혈구 같은 사
   람, 나쁜 균도 사랑으로  꼭 안아 녹여 버리는 백혈구 같은 사람,
   암세포 같은 사람을  예화로 말씀을 전한다. 찬양을  배우고 싶어
   하는 그들과 목이 터져라 찬양을 부른다.

      어느새 점심이 준비됐는가 보다. 상을 차리고  각자 자리에 앉
   아 점심을 나눈다.  미리 오셔서 목욕을 시키던  김집사님 일행이
   당황해 하신다. 목욕을  마치고 옷을 입던 장애우가  간질을 일으
   킨 것이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이 안타깝다. 간질병엔 곁에서
   아무런 조치를 해 주지 못함이 안타깝단다. 얼마  후 진정된 장애
   우에게도 식사를 하게 한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한 모습
   이다.

      그사이에도 열심히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고 있는  봉사자들.
   바쁘게 서두르고 있다.  억지로 시간을 만들어 참석한  봉사라 조
   급하다. 빨래터엔  빨래가 수북하게  쌓여 있건만 오늘은  빨래를
   해 줄 수 없다. 몸이 아픈 상태에서 봉사에 참가한 회원, 약속 시
   간을 조금 연기해 놓고 참가한 회원...  무엇보다 봉사자가 세명뿐
   이었기에 빨래터로  갈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오후  늦게라도
   봉사자들이 와서 빨래를 해 주기를 기도할 뿐이다.
      시간이 되어 나오는  우리들의 눈에는 수북히 쌓인  빨랫감과,
   간질병을 않고 있던 할머님을 업고 병원으로 가고 있는 두한씨의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리고 있었다. 하늘이  너무나 파래서 시리게
   보인다. 언젠간 좋은 날이 있겠지...
      2000.10.26
      부천에서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