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속의 겨울 나들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안에서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이
런 말이 나왔다. "여보 우리는 참 복도 많은 사람들이지? 수시로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할 수 있으니 말이야... 물론 봉사를 하러
다니며 구경하는 것이지만..." 청주 교도소를 방문하러 아침 일찍
부터 서둘러 준비를 하고 가는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가을
의 운치를 한껏 풍기도 있는 길가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가 너무
나 아름다워 하는 소리다. 역시 코스모스는 길가에 피어 있어야
제멋인 것 같다. 비온 뒤의 가을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말
하지 않아도 모두 아는 사실. 쪽빛 하늘에 하얗게 피어오르는 양
털 구름이 너무나 포근하게 보인다.
아침부터 서둘렀지만 오후 1시에야 청주 교도소로 들어선다.
위병소를 지나 정문에서 간단한 수속을 한 후 교도관의 안내에
따라 만남의 장소로 이동을 한다. 순간 짚고 있던 알루미늄 목발
이 뚝하고 부러진다. 어이구 벌써 4개째 부러진다. 가볍고 보기
좋다고 알루미늄을 선호하는데 너무 약하다. 이따 집에 갈 때는
나무로 만든 목발을 구해야겠다.
몇 개의 철문을 지나가면서 공기가 무척 차다는 생각을 했다.
허긴 여름에도 춥게 느껴지는 교도소인데... 준비해 간 음식은 한
쪽에 놓고 아내와 둘이서 잠시 그들을 기다린다. 그들을 기다리
며 아내에게 하모니카 연주를 들려주니 지긋이 눈을 감고 듣고
있다. 아내에게 교도소에서 하모니카를 불러 주다니 참 멋대가리
없는 남자다 난.
얼마 후 눈에 익은 그들이 들어온다. 지난달보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이번에는 그들이 모두 성경책을 옆구리에 끼고 오는
것이었고, 새로운 재소자가 휠체어를 타고 들어 온 것이 달랐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그들을 더 춥게 만들었나 보다. 간단하게
예배를 인도했다. 적혈구와 백혈구, 그리고 암세포와 같은 사람으
로 예화를 들며 말씀을 전했다. 7명이 나왔는데 그 중에 5명이
살인범이니 암세포를 비유하며 말씀을 전한다는 게 이상했지만
마음에서 일어나는 하고픔은 어쩔 수 없었다. 순간 3초가 살인범
으로 만들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10여분의 시간이 흘렀다. 우리를 기다리며 점심도 일부러 먹
지 않았다는 말에 서둘러 준비해 간 음식을 차린다. 떡, 빵, 단감,
홍시, 음료, 커피, 꿀차가 제법 푸짐하게 차려진다. 아침을 먹지
않고 나왔지만 그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는 듯
했다. 커피 한잔으로 대신하고 그들 앞으로 자꾸 음식을 밀어 주
는 아내와 나. 자기들 앞에 있는 음식을 집어 주며 드시라며 권
하는 그들.
먹는 시간이 제일 행복한 것 같다. 푸짐하게 먹을 것이 있을
땐 마음도 풍요로워지는가 보다. 본격적인 이야기 보따리가 풀어
진다. 왜 이번에는 두 분만 오셨느냐? 자선 음악회는 잘 치렀느
냐? 궁금한 것도 많다. 매일 교도관을 통해 듣는 소식보다 우리
들이 전해 주는 세상 소식이 더 좋은가 보다. 그 소식이 그 소식
인데 말이다.
지난달에 암송하라고 부탁했던 시편 1, 23, 126, 127편을 종이
에 적어서, 감방 벽과 작업장 벽에 붙여 놓고 암송했다며 자신
있게 암송하는 그들을 보며, 지금 이 순간의 순수함을 저들이 끝
까지 유지하게 해 달라고 나도 모르게 기도가 나온다. 하모니카
로 듣고 싶어하는 노래도 불러 주고, 그들의 고충도 들어본다. 그
들의 고충을 들으며 그것도 감사로 바꿀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고 격려를 해 본다.
아직 복음을 접해 보지 못한 그들이라 간단한 숙제를 내주며
암송하라고 한다. 아마 다음달엔 모두 한 목소리로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암송하게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그들과 함께 있
어 주면 좋겠지만 부천과 청주의 거리가 만만치 않기에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한다. 통닭을 먹고 싶어했던 그들에게 교도소 안에
서 파는 훈제 통닭이라도 사 드시라며 준비해 간 영치금을 입금
시켜 드리고 다음달을 기약한다.
교도소를 나서며 하늘을 본다. 담안이나 담밖이나 똑같은 하
늘인데 왜 느낌은 다를까. 자유... 자유가 그 정답이 되리라. 청주
에 있는 아우를 만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바로 차를 달린다. 이
름 모를 들꽃이 지는 해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마치 탁배기
한잔 마신 촌로의 벌콰한 얼굴처럼 이름 모를 들꽃이 보기 좋다.
이렇게 하루가 나의 빛 바랜 도화지에 그려지고 있었다. 함께 해
준 아내에게 감사를 전한다.
2000.10.12
부천에서 나눔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안에서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이
런 말이 나왔다. "여보 우리는 참 복도 많은 사람들이지? 수시로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할 수 있으니 말이야... 물론 봉사를 하러
다니며 구경하는 것이지만..." 청주 교도소를 방문하러 아침 일찍
부터 서둘러 준비를 하고 가는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가을
의 운치를 한껏 풍기도 있는 길가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가 너무
나 아름다워 하는 소리다. 역시 코스모스는 길가에 피어 있어야
제멋인 것 같다. 비온 뒤의 가을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말
하지 않아도 모두 아는 사실. 쪽빛 하늘에 하얗게 피어오르는 양
털 구름이 너무나 포근하게 보인다.
아침부터 서둘렀지만 오후 1시에야 청주 교도소로 들어선다.
위병소를 지나 정문에서 간단한 수속을 한 후 교도관의 안내에
따라 만남의 장소로 이동을 한다. 순간 짚고 있던 알루미늄 목발
이 뚝하고 부러진다. 어이구 벌써 4개째 부러진다. 가볍고 보기
좋다고 알루미늄을 선호하는데 너무 약하다. 이따 집에 갈 때는
나무로 만든 목발을 구해야겠다.
몇 개의 철문을 지나가면서 공기가 무척 차다는 생각을 했다.
허긴 여름에도 춥게 느껴지는 교도소인데... 준비해 간 음식은 한
쪽에 놓고 아내와 둘이서 잠시 그들을 기다린다. 그들을 기다리
며 아내에게 하모니카 연주를 들려주니 지긋이 눈을 감고 듣고
있다. 아내에게 교도소에서 하모니카를 불러 주다니 참 멋대가리
없는 남자다 난.
얼마 후 눈에 익은 그들이 들어온다. 지난달보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이번에는 그들이 모두 성경책을 옆구리에 끼고 오는
것이었고, 새로운 재소자가 휠체어를 타고 들어 온 것이 달랐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그들을 더 춥게 만들었나 보다. 간단하게
예배를 인도했다. 적혈구와 백혈구, 그리고 암세포와 같은 사람으
로 예화를 들며 말씀을 전했다. 7명이 나왔는데 그 중에 5명이
살인범이니 암세포를 비유하며 말씀을 전한다는 게 이상했지만
마음에서 일어나는 하고픔은 어쩔 수 없었다. 순간 3초가 살인범
으로 만들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10여분의 시간이 흘렀다. 우리를 기다리며 점심도 일부러 먹
지 않았다는 말에 서둘러 준비해 간 음식을 차린다. 떡, 빵, 단감,
홍시, 음료, 커피, 꿀차가 제법 푸짐하게 차려진다. 아침을 먹지
않고 나왔지만 그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는 듯
했다. 커피 한잔으로 대신하고 그들 앞으로 자꾸 음식을 밀어 주
는 아내와 나. 자기들 앞에 있는 음식을 집어 주며 드시라며 권
하는 그들.
먹는 시간이 제일 행복한 것 같다. 푸짐하게 먹을 것이 있을
땐 마음도 풍요로워지는가 보다. 본격적인 이야기 보따리가 풀어
진다. 왜 이번에는 두 분만 오셨느냐? 자선 음악회는 잘 치렀느
냐? 궁금한 것도 많다. 매일 교도관을 통해 듣는 소식보다 우리
들이 전해 주는 세상 소식이 더 좋은가 보다. 그 소식이 그 소식
인데 말이다.
지난달에 암송하라고 부탁했던 시편 1, 23, 126, 127편을 종이
에 적어서, 감방 벽과 작업장 벽에 붙여 놓고 암송했다며 자신
있게 암송하는 그들을 보며, 지금 이 순간의 순수함을 저들이 끝
까지 유지하게 해 달라고 나도 모르게 기도가 나온다. 하모니카
로 듣고 싶어하는 노래도 불러 주고, 그들의 고충도 들어본다. 그
들의 고충을 들으며 그것도 감사로 바꿀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고 격려를 해 본다.
아직 복음을 접해 보지 못한 그들이라 간단한 숙제를 내주며
암송하라고 한다. 아마 다음달엔 모두 한 목소리로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암송하게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그들과 함께 있
어 주면 좋겠지만 부천과 청주의 거리가 만만치 않기에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한다. 통닭을 먹고 싶어했던 그들에게 교도소 안에
서 파는 훈제 통닭이라도 사 드시라며 준비해 간 영치금을 입금
시켜 드리고 다음달을 기약한다.
교도소를 나서며 하늘을 본다. 담안이나 담밖이나 똑같은 하
늘인데 왜 느낌은 다를까. 자유... 자유가 그 정답이 되리라. 청주
에 있는 아우를 만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바로 차를 달린다. 이
름 모를 들꽃이 지는 해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마치 탁배기
한잔 마신 촌로의 벌콰한 얼굴처럼 이름 모를 들꽃이 보기 좋다.
이렇게 하루가 나의 빛 바랜 도화지에 그려지고 있었다. 함께 해
준 아내에게 감사를 전한다.
2000.10.12
부천에서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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