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청주교도소] 가을속의 겨울 나들이

자오나눔 2007. 1. 17. 12:01
      가을 속의 겨울 나들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안에서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이
   런 말이 나왔다. "여보 우리는 참  복도 많은 사람들이지? 수시로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할 수 있으니  말이야... 물론 봉사를  하러
   다니며 구경하는 것이지만..." 청주  교도소를 방문하러 아침 일찍
   부터 서둘러 준비를  하고 가는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가을
   의 운치를 한껏 풍기도  있는 길가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가 너무
   나 아름다워 하는  소리다. 역시 코스모스는 길가에  피어 있어야
   제멋인 것 같다.  비온 뒤의 가을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말
   하지 않아도 모두 아는 사실. 쪽빛 하늘에  하얗게 피어오르는 양
   털 구름이 너무나 포근하게 보인다.

      아침부터 서둘렀지만  오후 1시에야 청주 교도소로  들어선다.
   위병소를 지나  정문에서 간단한 수속을 한  후 교도관의 안내에
   따라 만남의 장소로 이동을 한다. 순간 짚고  있던 알루미늄 목발
   이 뚝하고  부러진다. 어이구 벌써 4개째  부러진다. 가볍고 보기
   좋다고 알루미늄을 선호하는데  너무 약하다. 이따 집에  갈 때는
   나무로 만든 목발을 구해야겠다.
      몇 개의 철문을 지나가면서 공기가 무척  차다는 생각을 했다.
   허긴 여름에도 춥게 느껴지는 교도소인데... 준비해  간 음식은 한
   쪽에 놓고 아내와  둘이서 잠시 그들을 기다린다.  그들을 기다리
   며 아내에게  하모니카 연주를 들려주니 지긋이  눈을 감고 듣고
   있다. 아내에게 교도소에서 하모니카를 불러  주다니 참 멋대가리
   없는 남자다 난.

      얼마 후 눈에 익은 그들이 들어온다.  지난달보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이번에는 그들이 모두 성경책을  옆구리에 끼고 오는
   것이었고, 새로운 재소자가 휠체어를  타고 들어 온 것이 달랐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그들을 더 춥게 만들었나  보다. 간단하게
   예배를 인도했다. 적혈구와 백혈구, 그리고 암세포와 같은 사람으
   로 예화를  들며 말씀을 전했다.  7명이 나왔는데 그 중에  5명이
   살인범이니 암세포를  비유하며 말씀을  전한다는 게 이상했지만
   마음에서 일어나는 하고픔은 어쩔 수 없었다.  순간 3초가 살인범
   으로 만들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10여분의 시간이 흘렀다.  우리를 기다리며 점심도 일부러  먹
   지 않았다는 말에 서둘러 준비해 간 음식을 차린다. 떡, 빵, 단감,
   홍시, 음료,  커피, 꿀차가 제법 푸짐하게  차려진다. 아침을 먹지
   않고 나왔지만 그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는 듯
   했다. 커피 한잔으로 대신하고 그들 앞으로 자꾸  음식을 밀어 주
   는 아내와 나.  자기들 앞에 있는 음식을 집어 주며  드시라며 권
   하는 그들.
      먹는 시간이 제일  행복한 것 같다. 푸짐하게 먹을  것이 있을
   땐 마음도 풍요로워지는가 보다. 본격적인  이야기 보따리가 풀어
   진다. 왜 이번에는  두 분만 오셨느냐? 자선 음악회는  잘 치렀느
   냐? 궁금한 것도  많다. 매일 교도관을 통해 듣는  소식보다 우리
   들이 전해 주는 세상 소식이 더 좋은가 보다.  그 소식이 그 소식
   인데 말이다.

      지난달에 암송하라고 부탁했던 시편 1,  23, 126, 127편을 종이
   에 적어서,   감방 벽과 작업장 벽에 붙여 놓고  암송했다며 자신
   있게 암송하는 그들을 보며, 지금 이 순간의  순수함을 저들이 끝
   까지 유지하게 해  달라고 나도 모르게 기도가  나온다. 하모니카
   로 듣고 싶어하는 노래도 불러 주고, 그들의 고충도 들어본다. 그
   들의 고충을 들으며 그것도 감사로 바꿀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고 격려를 해 본다.
      아직 복음을 접해 보지  못한 그들이라 간단한 숙제를 내주며
   암송하라고 한다.  아마 다음달엔  모두 한 목소리로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암송하게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그들과  함께 있
   어 주면  좋겠지만 부천과 청주의 거리가  만만치 않기에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한다.  통닭을 먹고 싶어했던 그들에게  교도소 안에
   서 파는 훈제 통닭이라도  사 드시라며 준비해 간 영치금을 입금
   시켜 드리고 다음달을 기약한다.

      교도소를 나서며 하늘을  본다. 담안이나 담밖이나 똑같은  하
   늘인데 왜 느낌은 다를까. 자유... 자유가  그 정답이 되리라. 청주
   에 있는 아우를 만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바로 차를 달린다. 이
   름 모를 들꽃이  지는 해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마치 탁배기
   한잔 마신 촌로의 벌콰한 얼굴처럼 이름 모를  들꽃이 보기 좋다.
   이렇게 하루가 나의 빛 바랜 도화지에 그려지고  있었다. 함께 해
   준 아내에게 감사를 전한다.
      2000.10.12
      부천에서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