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며 알 수 없는 세 가지를 말한다면, 첫째로 여자의 마음을
알 수 없고, 둘째로 고속도로가 막히는 이유, 세 번째가 착한 사람도 정치판
에 뛰어들면 왜 나쁜 사람으로 변하는지를 알 수 없다고 한다.
추석 연휴 다음날이지만 정해진 일은 해야 한다. 청주 교도소를 방문해
야 하는데 추석의 여파가 아직도 있어 봉사자가 없다. 언제든지 나눔의 사
역에 동참하겠다는 박미양 집사님과 오전 10시에 부천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한다. 아내는 전날 저녁때 교도소에 가져갈 물품들을 준비해 놓는다. 추석
뒤라 그런지 푸짐하다. 아침에 청주 교도소에 전화를 한다. 예정대로 출발을
하겠다고 했더니 담당자가 새로 바뀌어 잘 모르고 있었다. 전 담당자와 통
화를 마친 후 출발을 한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데 계속하여 비는 내리고 있다. 청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는 시원하게 뚫려 있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는 비는
시속 80키로를 유지하게 한다. 윈도우 브러시는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빗줄기를 밀어내고 있다. 서울로 올라가는 도로는 아직도 밀려 있다. 행사를
마치고 올라갈 때는 막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근데 참 이상하다 도로가
막힐 이유가 없는데 왜 막히는 걸까?
청주 교도소로 들어가는 근처에 옛날 손 자장면(난 짜장면이라는 단어가
더 맞는데....) 집이 있다. 아침도 제대로 먹지 않고 출발한 일행은 행사를 마
치면 자장면을 먹고 가자고 약속을 한다. 주로 여자 재소자와 초범인 재소
자, 장기수들이 수감되어 있는 청주교도소. 정문의 경비병에게 절차를 밟고
안으로 들어 간다. 다시 본관으로 들어 가려면 신분증을 제시하고 교무과
직원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 마침 어떤 수녀님 일행도 방문을 하시려고 수
속을 밟는다. 안내실에 잠시 대기하다 교도관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간
다. 첫 철문을 만났다. 한눈에 보이는 표어. '바다는 메울 수 있어도 사람의
욕심은 채울 수 없다.'는 글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교육 시설이 부족하여 미안하다며 잠시 기다려 달란다. 교무과장실에서
잠시 기다린다. 대전에서 새로 부임한 박계장님이 여러 가지 설명을 해 주
신다. 그때 교무과장님이 들어오시더니 날 알아보시곤 반갑게 맞이해 주신
다. 교무 과장께 7월부터 정해진 일정인데 교육 시설이 부족하다고 기다리
게 하면, 우리는 언제 행사를 마치고 부천까지 올라가느냐고 했더니 빨리
자리를 마련하라고 지시한다. 마침 수녀님 일행도 함께 있어서 인사를 드렸
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내가 존경하는 수녀님하고도 굉장히 친하신 수녀님
이었다. 안부를 전해 달라며 이것 저것 이야기를 나누는데 교육실이 마련됐
다며 안내를 해 주신다. 교도소 입구에서부터 긴장하고 있는 미양님은 얼굴
이 헬쓱해 졌다. 그러나 난 알고 있다 그들을 만나보면 해결되라는 걸....
교육관에는 15-20 여명이 면담도 나누고 교육도 받을 수 있는 시설이 되
어 있었다. 마련해 간 물품들을 교육관으로 가져 오는 모범수들. 한쪽 탁자
에 올려놓게 한 후 잠시 기다리니 장정들이 들어온다. 장애우들이 올 줄 알
았는데 건장한 장정들이다. 궁금한 내용은 잠시 접어 두고 간단한 예배를
드린다. '교제'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했다.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교제를 나
누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이 변한다는 내용이다. 의지할 대상에 대하여
예를 들며 설명을 한다.
그들도 궁금했으리라. 이상하게 생긴 장애인이 와서 서로의 인사도 없이
예배부터 인도하니 말이다. 간단한 예배를 끝낸 후 소개를 했다. 첫 만남을
기억에 남게 하고 싶었다고... 우리 일행의 소개를 한다. 나와 아내, 그리고
미양님. 이렇게 세명이다. 장정들은 6명이다. 그들에 대하여 알고 대화를 나
누면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초범인줄은 알기에 몇 바퀴
(몇 년의 교도소 은어) 받았으며, 몇 바퀴 남았고, 죄목은 뭐냐고 물었다. 물
어 보는 내가 너무 당당했는가... 쉽게 대답을 해 준다.
한쪽 눈이 이상하게 변한 사람은 키가 180 이상은 될 듯 했다. 역시 조
직 폭력에 있으며 보복살인(상대방이 이쪽을 죽이니 이쪽도 상대방을 죽인
것)으로 15년형을 받았단다. 이제 1년 살았다며 얼굴을 붉힌다. 36이란다. 다
른 사람은 어머니를 죽이고 들어 왔는데 약물에 의한 환각 상태에서 일어난
사건이란다. 24살에 들어와 10년을 살았단다. 다음 사람도 살인이다. 아내를
죽이고 들어 온 것 같았다. 51세. 그 옆 사람은 57세인데 강도로 들어오셨
고, 다음 사람은 43살인데 역시 살인이다. 마지막 사람은 절도... 우와~ 화려
하다. 어떻게 대처를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준비해 간 과일이며, 빵이며, 과자, 음료 등을 푸짐하게 탁자에 차리게
했다. 먹으며 이야기 하면 대화의 실마리가 풀린다. 아내와 미양님은 그 말
을 기다린 듯 음식을 차린다. 아내에게 교무과에 가서 커피를 부탁하고 오
라고 했다. 마련해 간 커피는 정문에서 통과를 시켜주지 않아 가져 오지 못
했다. 커피를 석잔만 타오시는 교도관. 종이컵에 나누어 함게 마신다. 교도
소 생활에 대한 고충도 들어 본다. 수감 생활 8년만에 처음으로 외부 사람
은 만난다는 어느 재소자. 그에게는 아직도 적의가 있었다.
감사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재소자로 있는 상태에서 무슨 감사가 있
겠느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살아 있기에 희망이 있고, 희망은 곧 감사의 조
건이 아닌가? 라고 이야기를 한다. 엉망으로 망가진 내 몸을 보여주며 건강
할 때 건강함이 얼마나 감사한 줄 모르다가 불량품의 몸을 가지고 감사를
깨달아 가는 삶을 이야기한다. 그들에게도 이야기할 기회를 최대한으로 배
려를 해 본다. 겉으로 보기엔 정상인데 왜 장애인 방에 있느냐고 물었더니
한쪽 눈 실명도 있고, 오랜 수감 생활로 척추 이상이 생겨 장애인 방에 있
는 사람도 있었다.
어차피 피하지 못할 삶이라면 즐기며 살라고 했다. 교도소 안에서 무언
가 목표를 두고 해 보자고 했다. 그렇다고 신창원처럼 탈주할 목표가 아니
라, 열심히 기술을 연마하고 배워서 출소하면 고개 숙인 남자가 아닌 당당
한 남자들이 되어 달라고 해 본다. 출소를 앞둔 재소자에게는 갈 곳이 없으
면 갱생원으로 들어가라고 해 준다. 갱생원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작은 구멍
가게라도 차릴 수 있는 자립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것도 설명해 준다. 큰
샘물과 미양님도 이젠 대화를 잘 나눈다. 적응이 됐는가 보다. 들킨 죄와 들
키지 않은 죄의 차이를 놓고도 이야기를 나누는 일행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다. 오후 3시면 끝나
야 하는데 늦게 시작한 접견이라 시간을 많이 할애해 준다. 하모니카로 노
래 두곡을 불러 줬다. 눈을 끔벅이며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는 그들.... 분명
그들의 마음속에도 선함은 있으리라. 조금이라도 외부 사람과 더 있고 싶어
하는 그들의 마음을 알기에, 그들이 감방으로 들어가야 할 시간 오후 5시가
다 되어 행사를 마친다. 준비해 간 음식이 너무 많이 남았다. 교도관에게 골
고루 나눠 주라고 부탁을 드린 후 그들과 이별을 나눈다. 다음달을 기약하
며...
교도소 정문을 나서며 핸드폰을 켜니 음성이 들어와 있다. 명순님이 음
성을 남겼다. 전화를 하니 오신 김에 저녁 시간도 되어 가니 식사를 하고
가란다. 그러고 보니 하루종일 먹은 게 부실하다. 비는 엄청 내리고 있다.
시간이 부족하여 오랜 시간을 청주에서 있을 수 없어 식사만 하고 부지런히
차를 달린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는 비, 차들이 거북이 걸음이다.
시속 20키로... 이것도 어제와 비교하면 감사하다. 천안을 지나니 도로가 뻥
뚫렸다. 근데 왜 천안 구간은 그렇게 막히는지... 미양님을 내려 주고 집에
오니 밤 10시가 넘었다. 피곤한 하루지만 꼭 해야 할 일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다시 한번 청주 교도소에 있었던 표어를 생각해 본다. '바다
는 메울 수 있어도 사람의 욕심은 채울 수 없다'.
20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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