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안양교도소]꽃이 어울리는 곳

자오나눔 2007. 1. 17. 12:02
      무슨 일을 하던지  끝까지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하던  일을 중단
   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마음을 상하게 된다.  그러나 작
   은 격려에도 새로운  힘을 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사랑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전과 3범 이상의  재소자 3,500여명이 수용자 생활을  하고 있
   는 안양 교도소, 그곳을 방문한지 햇수로는  3년이지만 언제나 조
   심스럽다. 행여 그들을  찾아가는 것이 불편함만 주는  것이 아닐
   까 생각해 볼 때도  있다. 그럴 땐 망설여지게 된다. 핑계를 대고
   싶어진다. 함께  갈 사람들도 없는데....,  재정도 부족한데..., 몸이
   안 좋은데..., 그럴  때면 어김없이 전화가 온다. 담당 교도관이다.
   한 달에 한 번 2시간 동안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좋아서 한
   달을 기다리는 재소자들을 생각해 달라는 내용이다.

      얼마 전에 불법 유턴을 한 덕분에 딱지를 끊기고 벌금이 나왔
   는데, 벌금을 내러  가다가 무료 급식하는데 부식  거리가 없다는
   걸 생각한 아내는 시장으로  가 버렸다. 덕분에 면허 정지 20일...
   오늘 교도소 방문을 해야 하는데 운전할 사람이  없다. 장롱 면허
   인 내가 운전하기도 그렇고... 서울에 있는  박미양 집사님께 도움
   을 청한다. 나와  아내, 그리고 박집사님, 세명이 차에  올라 안양
   교도소를 향해 달린다.  눈에 보이는 산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아
   름답다. 설악산에 안가면  어떠랴~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
   하며 좋은 일을 하러 가는데...

      검문소를 지날  때마다 경비병에게 방문  목적을 말하면 미리
   연락이 되어 있기에 통과가 된다. 15척 담과  육중한 철문이 우리
   를 기다리고 있다. 접수를  마치자 담당 교도관이 마중을 나온다.
   구불구불 철문을  지날 때마다  차가운 기운이 피부로  느껴진다.
   교육관에 도착하니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다. 탁자를  놓고 양쪽
   으로 놓여 있는  수많은 의자들... 오늘은 꽤 많은  재소자들이 오
   려나 보다.
      이윽고 그들의 모습이 보인다.  몇 명은 처음 본 얼굴이다. 아
   직 스무 살도 안돼 보이는 재소자부터 환갑을 넘겼을 것 같은 재
   소자도 보인다. 간단한 예배를 마치고 바로 준비해  간 다과를 나
   눈다. 그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커피다. 한 달에 한 번 마
   시는 커피니 얼마나 맛있을까.  밖에선 흔한 게 커핀데... 함께 하
   는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교도소 사역에 더 많은  분들이 관
   심을 갖고 함께  해 달라고 기도 부탁을  한 후 그들과의 시간을
   접는다.

      교무 과장님과의 면담시간이다. 교무  과장실에 들어가니 백합
   향기가 분위기를 바꿔 준다.  어떤 방문객이 가져온 거란다. 교도
   소에 꽃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어쩌면 이런 곳이  더 필요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마치 메마른 곳에  물이 더 필요하듯이
   말이다. 성당에 나가신다는 그분은 인품이 참 온화하시다. 대화를
   나누며 느낀 것 어떠한 경우에도 화를 내면  안된다는 것이다. 재
   소자들에게 화를  내면 당신은  편하게 생활하겠지만 재소자들은
   또 다른 말썽을 부리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교단체들이  있고 신자들은 날로 늘어난다
   고 하지만,  서로가 힘들다고, 못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가
   고, 범법자들이 늘어가는 이유는 사람들간의  신뢰가 깨어져 버렸
   기 때문이란다.  수백명, 수천명을 모여  놓고 강의하고 설교하고
   설법하는 것보다, 작은 인원이지만 사랑으로  꾸준하게 대해 줌으
   로 인하여 재소자  중에 한 사람이 변하게  되면 더 멋진 교화가
   아니겠느냐는 말씀에 고개가 숙여진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생
   각이 든다.

      오던 길을 반대로  다시 돌아 나온다. 다른 곳은  쉽게 들려서
   나올 수 없는 곳, 그러나 우리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곳 중에 하
   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단풍을 만난다. 이제
   며칠 후면 겨울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겠지....
      2000년 10월 27일
      부천에서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