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예정했던 시간보다 조금 일찍 녹동항에 도착했다. 눈앞에 보
이는 소록도지만 아직 배가 출항을 하지 않고 있다. 잠시 차에서
쉬는 동안 수산 시장을 돌아보며 석화를 사겠다며 여자들을 내린
다. 단골로 들리는 식당에 들려 아침을 먹는다.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소록도행 배에 오른다. 3개월만에 다시 방문하는 소록도지
만 조심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그분들의 한과 눈물을 알기 때문
이리라. 배에 오르니 준열이는 신이 났다. 5분 정도 배를 타니 금
방 소록도에 닿는다. 아내에게 내 신분증을 건네며 접수를 하고
오라 한다.
우리의 목적지인 동성교회에 도착하니 용달 한 대가 도착해
있다. 오늘 작업할 알루미늄 샷슈 문을 싣고 도착한 것이다. 예배
당에 들어가 간단하게 기도를 마친 후 남자들은 사택의 문들을
뜯어낸다. 여자분들은 부엌으로 들어가 음식 준비를 한다. 비바람
에 썩어 버린 나무문들은 쉽게 떨어져 나온다. 무기력하게 변해
갈 먼 훗날의 나를 보는 것 같다. 무언가 할 수 있을 때 더 열심
히 하리라는 다짐을 해본다. 몸이 성하면 벌써 작업에 동참했을
텐데... 사진기를 들고 작업하는 모습들을 담아 본다. 한쪽에서는
마련해 간 물품들을 공동 분배하고 있었다. 라면, 옷, 양말, 비누,
화장지 등을 나누고 있었다. 몸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집으로 배
달해 드리는 모습도 보인다. 장로님께 그 자리에서 현찰 250만원
을 전달해 준다. 겨울 난방비와 공사비용이다. 많은 눈물이 들어
간 돈이다.
점심시간이다. 일하는 사람들은 배가 고픈 게 당연하다. 점심
은 라면을 끓여 먹는다. 한국야쿠르트에서 지원해 주신 푸짐한
왕라면이다. 모두 맛있게 냠냠이다. 작업 도중 재료가 부족해 녹
동으로 나갔던 윤목사님도 도착해 함께 식사를 한다. 저녁에 푸
짐하게 먹기로 하고 아쉽지만 점심은 라면으로 해결하자는 말에
모두 수긍을 해 주니 감사하다. 열심히 작업을 하는 일행들. 부엌
에서는 진달래 누님과 큰샘물이 저녁때 소록도 주민들 식사 대접
을 위해 상추를 씻고 있다. 개구쟁이 아들 녀석은 옆 동네로 마
실을 갔는가 보다.
점점 산뜻하게 변해 가는 문짝들. 올 겨울은 바람도 덜 들어
오겠다는 생각을해 본다. 부족한 나를 믿고 따라 준 모든 분들께
너무나 감사하다. 사택이 새롭게 단장된다. 보기 좋다. 잠시 한가
한 틈을 이용해 유자를 따러 간다. 가시가 날카로운 유자 나무
아래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유자를 따는 윤목사님과 호준님. 노
란 유자의 유혹에 잠시 가시에 찔리는 아픔도 만난다. 사진도 몇
장 찍어 본다. 농약 한번 뿌리지 않았기에 못생긴 유지다. 드러나
향은 너무나 좋다. 유자차를 만들어 팔아서 결식 노인 무료 급식
에 쓸 겨울 김장에 보태겠다는 아내의 당찬 선언에 열심히 유자
를 따는 일행들.
장로님께서 동네에 방송을 한다. 저녁 식사를 마련했으니 예
배당으로 올라오라는 것이다. 참고로 소록도 예배당은 시골의 동
사무소와 같은 역할도 겸하고 있다. 불 판을 차리고 부지런히 생
고기를 굽는다. 미리 준비해 두었던 반찬으로 상을 차리고, 맛있
게 익은 생고기를 부지런히 나른다. 누가 구워 주기 전에는 쉽게
먹어 보지 못하는 분들... 마음대로 구워 먹을 수 있는 손가락이
없거나 구부러져 작동이 안되기 때문이다. 부지런히 고기를 굽지
만 예배당 안으로 나르기에 바쁘다. 밥을 드시기 전에 고기부터
많이 드시게 한다는 의견에 따라 모두가 열심이다. 부엌에서 맛
있는 호박 된장국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쌀밥이 이동
된다. 환갑 잔치때 받아 본 상 같다는 어느 분의 고백이 가슴을
콱 막히게 한다. '오래오래 사세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찾아
뵐 수 있고, 이런 기회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혼자만의 넋두리
다. 아들래미가 사진기 뚜껑을 열어 지금까지 찍어 둔 사진이 못
쓰게 됐다. 겨울철에 알맞은 군밤이 아들 머리에 몇 대 박힌다.
정리를 하고 나니 모두가 하루종일 세면도 못하고 바쁘게 지
냈다는 것을 알고 한바탕 웃음을 짓는다. 하루쯤 세면 못한들 어
떠랴. 마음은 더 깨끗해졌는데... 피곤한 몸을 이끌고 모두 간단하
게 씻고 자리를 편다. 코리안 시리즈 6차전을 중계하고 있다. 가
을 동화를 보겠다며 준비를 하는 호준님, 야구에 관심이 많은 나
와 윤목사님,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혜섭 누이와 아내, 이방 저
방을 옮겨 다니며 장난을 치는 아들, 여유로운 시간이다. 예배당
에 난로가 아직 설치되지 않아 철야는 할 수 없다. 새벽 예배가
4시부터 있으니까 일찍 자고 참석하자고 말하곤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예정했던 시간보다 조금 일찍 녹동항에 도착했다. 눈앞에 보
이는 소록도지만 아직 배가 출항을 하지 않고 있다. 잠시 차에서
쉬는 동안 수산 시장을 돌아보며 석화를 사겠다며 여자들을 내린
다. 단골로 들리는 식당에 들려 아침을 먹는다.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소록도행 배에 오른다. 3개월만에 다시 방문하는 소록도지
만 조심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그분들의 한과 눈물을 알기 때문
이리라. 배에 오르니 준열이는 신이 났다. 5분 정도 배를 타니 금
방 소록도에 닿는다. 아내에게 내 신분증을 건네며 접수를 하고
오라 한다.
우리의 목적지인 동성교회에 도착하니 용달 한 대가 도착해
있다. 오늘 작업할 알루미늄 샷슈 문을 싣고 도착한 것이다. 예배
당에 들어가 간단하게 기도를 마친 후 남자들은 사택의 문들을
뜯어낸다. 여자분들은 부엌으로 들어가 음식 준비를 한다. 비바람
에 썩어 버린 나무문들은 쉽게 떨어져 나온다. 무기력하게 변해
갈 먼 훗날의 나를 보는 것 같다. 무언가 할 수 있을 때 더 열심
히 하리라는 다짐을 해본다. 몸이 성하면 벌써 작업에 동참했을
텐데... 사진기를 들고 작업하는 모습들을 담아 본다. 한쪽에서는
마련해 간 물품들을 공동 분배하고 있었다. 라면, 옷, 양말, 비누,
화장지 등을 나누고 있었다. 몸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집으로 배
달해 드리는 모습도 보인다. 장로님께 그 자리에서 현찰 250만원
을 전달해 준다. 겨울 난방비와 공사비용이다. 많은 눈물이 들어
간 돈이다.
점심시간이다. 일하는 사람들은 배가 고픈 게 당연하다. 점심
은 라면을 끓여 먹는다. 한국야쿠르트에서 지원해 주신 푸짐한
왕라면이다. 모두 맛있게 냠냠이다. 작업 도중 재료가 부족해 녹
동으로 나갔던 윤목사님도 도착해 함께 식사를 한다. 저녁에 푸
짐하게 먹기로 하고 아쉽지만 점심은 라면으로 해결하자는 말에
모두 수긍을 해 주니 감사하다. 열심히 작업을 하는 일행들. 부엌
에서는 진달래 누님과 큰샘물이 저녁때 소록도 주민들 식사 대접
을 위해 상추를 씻고 있다. 개구쟁이 아들 녀석은 옆 동네로 마
실을 갔는가 보다.
점점 산뜻하게 변해 가는 문짝들. 올 겨울은 바람도 덜 들어
오겠다는 생각을해 본다. 부족한 나를 믿고 따라 준 모든 분들께
너무나 감사하다. 사택이 새롭게 단장된다. 보기 좋다. 잠시 한가
한 틈을 이용해 유자를 따러 간다. 가시가 날카로운 유자 나무
아래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유자를 따는 윤목사님과 호준님. 노
란 유자의 유혹에 잠시 가시에 찔리는 아픔도 만난다. 사진도 몇
장 찍어 본다. 농약 한번 뿌리지 않았기에 못생긴 유지다. 드러나
향은 너무나 좋다. 유자차를 만들어 팔아서 결식 노인 무료 급식
에 쓸 겨울 김장에 보태겠다는 아내의 당찬 선언에 열심히 유자
를 따는 일행들.
장로님께서 동네에 방송을 한다. 저녁 식사를 마련했으니 예
배당으로 올라오라는 것이다. 참고로 소록도 예배당은 시골의 동
사무소와 같은 역할도 겸하고 있다. 불 판을 차리고 부지런히 생
고기를 굽는다. 미리 준비해 두었던 반찬으로 상을 차리고, 맛있
게 익은 생고기를 부지런히 나른다. 누가 구워 주기 전에는 쉽게
먹어 보지 못하는 분들... 마음대로 구워 먹을 수 있는 손가락이
없거나 구부러져 작동이 안되기 때문이다. 부지런히 고기를 굽지
만 예배당 안으로 나르기에 바쁘다. 밥을 드시기 전에 고기부터
많이 드시게 한다는 의견에 따라 모두가 열심이다. 부엌에서 맛
있는 호박 된장국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쌀밥이 이동
된다. 환갑 잔치때 받아 본 상 같다는 어느 분의 고백이 가슴을
콱 막히게 한다. '오래오래 사세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찾아
뵐 수 있고, 이런 기회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혼자만의 넋두리
다. 아들래미가 사진기 뚜껑을 열어 지금까지 찍어 둔 사진이 못
쓰게 됐다. 겨울철에 알맞은 군밤이 아들 머리에 몇 대 박힌다.
정리를 하고 나니 모두가 하루종일 세면도 못하고 바쁘게 지
냈다는 것을 알고 한바탕 웃음을 짓는다. 하루쯤 세면 못한들 어
떠랴. 마음은 더 깨끗해졌는데... 피곤한 몸을 이끌고 모두 간단하
게 씻고 자리를 편다. 코리안 시리즈 6차전을 중계하고 있다. 가
을 동화를 보겠다며 준비를 하는 호준님, 야구에 관심이 많은 나
와 윤목사님,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혜섭 누이와 아내, 이방 저
방을 옮겨 다니며 장난을 치는 아들, 여유로운 시간이다. 예배당
에 난로가 아직 설치되지 않아 철야는 할 수 없다. 새벽 예배가
4시부터 있으니까 일찍 자고 참석하자고 말하곤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봉사중독 행복전염 > 봉사 댕겨 왔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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