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후기]이것도 사랑입니다...2

자오나눔 2007. 1. 17. 12:06
      내년에는 무료 급식소를 한군데 더 늘리겠다는 다부진 생각으로 무
   료 급식  김장 준비를 한다. 나  같은 장애인이 하지 않아도  세상에는
   그런 일을 할 사람은 많고도 많겠지만, 나도  그 일에 동참하려는 이유
   는 나도 무언가  세상을 위해 할게 있다는  감사함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나는 우리 자오 가족들 말처럼  입으로만 일을 하는 사람이
   다. 몸으로는 무얼  할 수 있는 입장이 안되지만  입으로라도 봉사자들
   을 이끌며 일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물론 손발이  되어 주
   는 아내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요, 믿고 따라  준 자오 가족들이 없으
   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가장 큰  힘은 장애인이 되고 나서야  믿게
   된 하나님의 도우심이었다는 것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계획했던 배추  구입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염려되어 얼지 않게
   하려고 덮어놨는데 관리 소홀로  누렇게 변해 구입하기가 어렵게 되었
   다. 서로 난감해 있을 때 배추 주인의  배려로 간단하게 해결되고 오히
   려 달랭이(총각무)까지 얻어  왔었다. 1,300포기의 배추를 은숙  회원의
   노력으로 농우바이오에서 후원 받아 500포기는 교회에 드리고 800포기
   는 무료 급식을 위해 김장을 하기로 했다.  배추는 후원을 받았지만 고
   춧가루 등 갖은 양념 등은 직접 구입해야  하는데, 마늘은 미룡 회원이
   가지고 온게 있단다.  젓갈 3통은 손은석님께 후원을 받고  3통은 구입
   을 했다. 몸으로는 동참하지 못해도 고춧가루  값이라도 보태겠다는 지
   인들의 사랑이 있어  차근차근 준비가 이뤄진다. 첫날 배추를  싣고 와
   서 바로 소금에 절였던 것을, 다음날 아내와  미룡 회원이 뒤집고 무채
   까지 썰어 놓는다.

      드디어 배추를 버무리는  날이다. 아침 일찍부터 아내는  가게로 나
   간다. 봉사자들이 오기  전에 조금이라도 그들의 일을 편하게  하기 위
   함이다. 10시가 되어도 아무도  오지 않아 아내는 걱정이 앞서나 보다.
   전화로 걱정스런 질문을 해 온다. 동문 제일  교회 팀이 10시 30분까지
   오기로 했으니 조금만 기다려 보라고 한 후  나도 가게로 나간다. 내가
   가게로 나가자 아내는 언니와 함께 시장으로  달려간다. 배추가 계획보
   다 많아서 부족한 양념을  사러 가는 거란다. 물론 배추 속쌈을  할 돼
   지고기와 생굴을 사 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11시가 넘어서 동문 교회
   팀이 도착한다. 김미경  사모, 최점순, 송인실, 송영실 집사님들이 도착
   했다. 오후엔 구역예배에  참석하기에 바쁘다며 부지런히 배추를  씻는
   다. 목동에서 친구가 오고, 오후 1시에나 도착할 것 같다던 지하6층 아
   우와 다른 분이 11시를 조금 넘겨 도착한다. 선린 집사도 도착했다. 이
   젠 제법 일이 되어 간다.

      아무래도 기운 센 남자들의 손길이 필요한 게  김장이다. 작은 량이
   면 괜찮은데 800포기의 김장을  하려면 남자의 손길이 필요한 건 당연
   지사. 배추를 씻다 보니 물이  넘치는 건 당연한 일. 겨울이라 발이 시
   릴텐데 땀을 흘리며  신발이 다 젖도록 배추를 씻는 6층과  그의 아우.
   아줌마들께 인기가 최고다. 한쪽에서는 은미와 선린씨가  어제 썰다 남
   겨 둔 무채를  부지런히 썰고 있다. 양념을 버무리는데도  남자의 손길
   이 필요하다. 옷에 뻘건 양념을 묻혀 가며 부지런히 양념을 섞는다. 고
   춧가루, 마늘, 갓, 무채, 젓갈, 대파,  쪽파, 소금, 설탕, 생강, 양파, 찹쌀
   죽 등을 커다란 통에 넣고 알맞게 섞는다. 양념이  큰 통으로 3통이 준
   비됐다. 그사이에 800포기의 배추를 다 씻었다. 맛있는 동태 국에 따끈
   따끈한 쌀밥이 차려진다. 노란  배추 속이 놓이고, 맛있는 양념도 놓인
   다. 수육을 맛있게 삶아  올려놓고 싱싱한 생굴도 올라온다. 모두 열심
   히 일하고 먹는 점심이라 꿀맛이다.

      식사를 마치고 동문 팀은 모두 철수를 한다.  연합 구역예배 때문이
   다. 갑자기 줄어든 인원으로 인해 일손이 부족하다. 정기회씨가 오셔서
   김장독 묻을 땅을 파러 가자고 한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조금 기다리
   자고 한 후 다른  일부터 한다. 소금창고님이 도착했다. 잘생긴 사나이
   다. 소금 창고 회원들은 아직 도착 전이다. 일손이 부족하여 이곳 저곳
   에 전화를 해 본다.  교회도 김장을 하기에 지원 요청하기도 어색하다.
   남자들도 한참을 버무리다 김장독 묻을 밭으로 이동한다.
      커다란 구덩이  2개를 판다. 한쪽엔 플라스틱  통이 들어가고, 다른
   쪽엔 마대가 들어 갈  자리다. 나중에 알고 보니 누나네 일년  먹을 부
   추를 심어  놓은 곳인데 부추  밭에다 김장 구덩이를 팠으니...  열심히
   땅을 파는 남정네들.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사진  찍는 게 전부다. 몇
   년전에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고 있는 아우의 일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
   니다. 정신적으로 아직 장애를 극복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아직 허리만은 쓸만하다며 부지런히  구덩이를 파는 소금창고
   님. 서로 교대하며 부지런히 구덩이를 파는 6층과 기회 집사님. 핸드폰
   이 울린다. 사랑 한잔님이 도착하여 길을 묻는 전화다. 자세히 알려 준
   후 넉넉하게 땅을 판 후 다시 가게로 이동한다.

      가게에 도착하니 두명의 여자가 늘었다. 조금 전에  전화한 사랑 한
   잔님과 푸우님이다. 두명 다  아가씬데 사람이 참 좋아 보인다. 열심히
   하자고 격려를 하고 있는데 안산에서 친구가  달려왔다. 말없이 섬기기
   를 잘하는 친구다. 늘감사도 도착하여 본격적인 배추 버무리기. 태엽감
   는새님도 도착했다. 억센  일은 다한 6층과 그의 아우가 다른  일정 때
   문에 빠져나간다. 기회 집사님과 함께 김치를  일정량으로 담아 밭에다
   묻는 작업을 한다.  밭에 다녀오니 소금창고님 일행이 차  한잔하고 금
   방 오겠다며 자리를 비운다.  4명이 빠진 자리가 크다. 차 한잔 마시고
   온다던 일행들은 소식이  없다. 덕분에 심심풀이 땅콩이 되어  버린 창
   고님~~.

      날이 어두워진지도 꽤  됐다. 호랭이 친구들이 변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배추를 버무리고  있다. 참 고마운 친구들이다.  감사하다. 줄어
   들 줄 모르는 배추. 퇴근  시간이 다 되어 가는 만규형까지 부른다. 고
   무장갑을 끼우고  부지런히 김치를 담그는  모습이 보기 좋다.  양념이
   부족하다. 결국 300포기는 백김치로  담근다. 동문 교회에 김치를 실어
   다 주고 다시 가게로 오니  늦게나마 사랑 한잔님과 푸우님이 다시 돌
   아왔다. 차가 막혀 오고 싶어도 못 왔단다. 그래도 의리 있는 아가씨들
   이다.
      서서히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데 수원에서 아우가  전화를 했다.
   김치통 가지고 지금  오겠단다. 도착하면 김장 다 끝나고  없을테니 먼
   길 오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한다. 밤이 깊어 간다. 김장을 마치고 저
   녁을 사겠다며 모두  남으라고 했다. 우린 나머지 배추를  묻으러 밭으
   로 달려간다. 한참 동안 배추를 묻고 있는데  가게에 있던 일행이 밭으
   로 온다. 다른 사람들은  다른 일정 때문에 집으로 돌아갔단다. 오늘밤
   자고 나면 몸살을 할텐데... 모두 기운차게  내일을 시작하기를 바랄 뿐
   이다. 길가의 가로등이 달빛  대신 우리를 비추고 있다. 아직도 배추를
   나르는 발자국  소리와 삽질하는 소리가 들린다.  사랑이다. 올 겨울에
   무료 급식에 오시는 어르신들 밥맛이 좋겠다.
      2000.12.9
      부천에서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