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신혼이라고 우겨 보지만 마음만 신혼이라는 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우리 집에 밤늦게까지 고소한 냄새가 풍기고 있다. 깨 볶는
냄새다. 냄새가 고소한 걸 보니 참기름도 많이 나올 것 같다. 다음날
장애인 공동체에 봉사를 갈 때 가지고 갈 참깨를 볶는 냄새다. 50여명
의 장애우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기에 날마다 들어가는 부식도
만만치 않으리라. "무엇을 마련해 갈까요?"라고 물어 보면 언제나 부
식과 양념이다.
32년만의 폭설이라며 매스컴에서는 연일 특보를 내 보내고 있다.
교통이 두절되고 사람의 통행이 어렵다는 뉴스를 들으며 사랑의 집 장
애우들을 생각한다. 비닐하우스 골조에 두꺼운 비닐로 지붕을 덮었지
만 불안하다. 전화를 해 보니 아직은 괜찮다며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
다. 감사를 아는 사람들이다. 부족한 나를 깨닫게 하는 사람들이다.
부식을 준비하러 부천까지 올 수 없기에 광명 시장에서 사라고 은
정 자매에게 조언을 해 준다. 창권이와 충용이랑 함께 부식을 사러 시
장에 들렸다는 연락을 받고, 우리도 사랑의 집으로 출발을 한다.
중간에 부천 시외버스 터미널에 들려 익산에서 올라오는 신 집사님
을 태우고 바로 외곽 순환 도로를 타고 달린다. 다행이 도로에는 염화
칼슘을 뿌려 통행에 지장이 없다. 주위로 보이는 눈 덮인 산야는 한
폭의 그림이다. 멋있다. 이렇게 봉사 다니며 주위 경치를 보니 일부러
관광을 다닐 필요 없다는 말을 하며 부지런히 달린다. 조용하던 하얀
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다섯 살 꼬마 아가씨도 엄마의 손을 잡고
봉사에 참여했다. 나와 뽀뽀를 하고 손가락 도장을 찍었다. 마흔 한 살
아저씨가 다섯살 아가씨에게 찜을 당하는 순간이다. 기분이 참 좋다.
사랑의 집 입구에 도착하니 빨래터의 빨래가 보인다. 수북하게 쌓
여 있다. 오늘 참석한 남정네들 다리 품을 제법 팔아야 될 것 같다. 안
으로 들어가니 변함없이 반겨 주는 장애우들의 괴성이 도덕산 자락을
울리고 있다. 엄마가 아프다고 말하는 친구들... , 간사로 있는 최집사
님이 몸살로 누우셨단다. 부족한 일손으로 살림을 해 나가려니 몸살도
날만 하지... .
먼저 도착한 우리들은 각자 자리로 배치된다. 몸이 부실한 난 의자
에 앉아 장애우들과 찬양과 말씀을 들려주고, 고선생과 친구는 빨래터
로 간다. 아내와 신집사, 그리고 연진이는 부엌으로 들어간다. 각자 할
일을 찾을 줄 아는 모습이 보기 좋다. 잠시 후 은정 자매가 들어온다.
창권이와 충용이는 빨래터로 바로 들어갔단다. 봄나물과 야채가 푸짐
하게 들어온다. 시장을 제법 볼줄 안다. 시집 가도 될 것 같다는 칭찬
(?)을 해 주니 좋아하는 은정자매. 부지런히 야채를 다듬는 손길들. 양
파, 대파, 쪽파, 마늘 쫑, 냉이, 봄동, 미나리 등 봄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들이다. 봄 잔치가 벌려졌다. 아직 밖에는 눈이 수북하게 쌓였는데
주방에선 봄이다. 아마 봄은 주방에서 부터... 아니 아낙들의 손끝에서
부터 오는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빨래를 널 곳이 없다는 질문이 들어온다. 빨래를 널 곳을 일러주는
나를 보며 주인같다는 말을 하시는 할머님... 씽긋 웃어주는 나의 답례
가 보기 좋은가 보다. 빨래를 한 개씩 털어 널며 많은 생각을 하고 있
는 것 같은 봉사자들. 처음 온 친구와 신집사님은 더 많은 걸 생각하
고 있으리라. 중간에 빨래가 잘못된 것을 발견하여 다시 손빨래를 하
는 일행들. 그 모습이 보기 좋아 덕담겸 농담을 해 본다. 주방에 일을
마치고 빨래터에 모여 빨래가 마무리 되는 것을 보고 있는데, 학생들
이 몰려 온다. 뒤늦은 봉사를 하러 왔는가 보다. 학교 봉사 점수 때문
에 온 것이 아닌 자발적인 마음, 장애우들에게 사랑을 나누기 위해 왔
으리라는 생각을 애써 해 본다.
안으로 들어가 장애우들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학생들에
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자~ 짐을 챙기고 일어섭시다."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이 후두둑 떨어지고 있다. 아~! 봄이다.
함께 참석해 주신 고정범, 박경남, 정창권, 오충용, 오세연, 신명자,
최은정, 안연진, 김하얀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2001. 2.17
알고 있는 우리 집에 밤늦게까지 고소한 냄새가 풍기고 있다. 깨 볶는
냄새다. 냄새가 고소한 걸 보니 참기름도 많이 나올 것 같다. 다음날
장애인 공동체에 봉사를 갈 때 가지고 갈 참깨를 볶는 냄새다. 50여명
의 장애우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기에 날마다 들어가는 부식도
만만치 않으리라. "무엇을 마련해 갈까요?"라고 물어 보면 언제나 부
식과 양념이다.
32년만의 폭설이라며 매스컴에서는 연일 특보를 내 보내고 있다.
교통이 두절되고 사람의 통행이 어렵다는 뉴스를 들으며 사랑의 집 장
애우들을 생각한다. 비닐하우스 골조에 두꺼운 비닐로 지붕을 덮었지
만 불안하다. 전화를 해 보니 아직은 괜찮다며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
다. 감사를 아는 사람들이다. 부족한 나를 깨닫게 하는 사람들이다.
부식을 준비하러 부천까지 올 수 없기에 광명 시장에서 사라고 은
정 자매에게 조언을 해 준다. 창권이와 충용이랑 함께 부식을 사러 시
장에 들렸다는 연락을 받고, 우리도 사랑의 집으로 출발을 한다.
중간에 부천 시외버스 터미널에 들려 익산에서 올라오는 신 집사님
을 태우고 바로 외곽 순환 도로를 타고 달린다. 다행이 도로에는 염화
칼슘을 뿌려 통행에 지장이 없다. 주위로 보이는 눈 덮인 산야는 한
폭의 그림이다. 멋있다. 이렇게 봉사 다니며 주위 경치를 보니 일부러
관광을 다닐 필요 없다는 말을 하며 부지런히 달린다. 조용하던 하얀
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다섯 살 꼬마 아가씨도 엄마의 손을 잡고
봉사에 참여했다. 나와 뽀뽀를 하고 손가락 도장을 찍었다. 마흔 한 살
아저씨가 다섯살 아가씨에게 찜을 당하는 순간이다. 기분이 참 좋다.
사랑의 집 입구에 도착하니 빨래터의 빨래가 보인다. 수북하게 쌓
여 있다. 오늘 참석한 남정네들 다리 품을 제법 팔아야 될 것 같다. 안
으로 들어가니 변함없이 반겨 주는 장애우들의 괴성이 도덕산 자락을
울리고 있다. 엄마가 아프다고 말하는 친구들... , 간사로 있는 최집사
님이 몸살로 누우셨단다. 부족한 일손으로 살림을 해 나가려니 몸살도
날만 하지... .
먼저 도착한 우리들은 각자 자리로 배치된다. 몸이 부실한 난 의자
에 앉아 장애우들과 찬양과 말씀을 들려주고, 고선생과 친구는 빨래터
로 간다. 아내와 신집사, 그리고 연진이는 부엌으로 들어간다. 각자 할
일을 찾을 줄 아는 모습이 보기 좋다. 잠시 후 은정 자매가 들어온다.
창권이와 충용이는 빨래터로 바로 들어갔단다. 봄나물과 야채가 푸짐
하게 들어온다. 시장을 제법 볼줄 안다. 시집 가도 될 것 같다는 칭찬
(?)을 해 주니 좋아하는 은정자매. 부지런히 야채를 다듬는 손길들. 양
파, 대파, 쪽파, 마늘 쫑, 냉이, 봄동, 미나리 등 봄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들이다. 봄 잔치가 벌려졌다. 아직 밖에는 눈이 수북하게 쌓였는데
주방에선 봄이다. 아마 봄은 주방에서 부터... 아니 아낙들의 손끝에서
부터 오는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빨래를 널 곳이 없다는 질문이 들어온다. 빨래를 널 곳을 일러주는
나를 보며 주인같다는 말을 하시는 할머님... 씽긋 웃어주는 나의 답례
가 보기 좋은가 보다. 빨래를 한 개씩 털어 널며 많은 생각을 하고 있
는 것 같은 봉사자들. 처음 온 친구와 신집사님은 더 많은 걸 생각하
고 있으리라. 중간에 빨래가 잘못된 것을 발견하여 다시 손빨래를 하
는 일행들. 그 모습이 보기 좋아 덕담겸 농담을 해 본다. 주방에 일을
마치고 빨래터에 모여 빨래가 마무리 되는 것을 보고 있는데, 학생들
이 몰려 온다. 뒤늦은 봉사를 하러 왔는가 보다. 학교 봉사 점수 때문
에 온 것이 아닌 자발적인 마음, 장애우들에게 사랑을 나누기 위해 왔
으리라는 생각을 애써 해 본다.
안으로 들어가 장애우들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학생들에
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자~ 짐을 챙기고 일어섭시다."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이 후두둑 떨어지고 있다. 아~! 봄이다.
함께 참석해 주신 고정범, 박경남, 정창권, 오충용, 오세연, 신명자,
최은정, 안연진, 김하얀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2001.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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