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사랑의 집] 아! 봄이다.

자오나눔 2007. 1. 17. 12:12
     아직은 신혼이라고  우겨 보지만 마음만 신혼이라는  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우리 집에 밤늦게까지 고소한 냄새가  풍기고 있다. 깨 볶는
  냄새다. 냄새가 고소한  걸 보니 참기름도 많이  나올 것 같다. 다음날
  장애인 공동체에 봉사를 갈 때 가지고 갈  참깨를 볶는 냄새다. 50여명
  의 장애우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기에 날마다 들어가는 부식도
  만만치 않으리라. "무엇을  마련해 갈까요?"라고 물어 보면  언제나 부
  식과 양념이다.

     32년만의 폭설이라며  매스컴에서는 연일  특보를 내 보내고  있다.
  교통이 두절되고 사람의 통행이 어렵다는 뉴스를 들으며 사랑의 집 장
  애우들을 생각한다. 비닐하우스  골조에 두꺼운 비닐로 지붕을  덮었지
  만 불안하다. 전화를  해 보니 아직은 괜찮다며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
  다. 감사를 아는 사람들이다. 부족한 나를 깨닫게 하는 사람들이다.

     부식을 준비하러 부천까지 올  수 없기에 광명 시장에서 사라고 은
  정 자매에게 조언을 해 준다. 창권이와 충용이랑  함께 부식을 사러 시
  장에 들렸다는 연락을 받고, 우리도 사랑의 집으로 출발을 한다.
     중간에 부천 시외버스 터미널에 들려 익산에서 올라오는 신 집사님
  을 태우고 바로 외곽 순환 도로를 타고  달린다. 다행이 도로에는 염화
  칼슘을 뿌려  통행에 지장이 없다. 주위로  보이는 눈 덮인 산야는  한
  폭의 그림이다. 멋있다. 이렇게  봉사 다니며 주위 경치를 보니 일부러
  관광을 다닐 필요  없다는 말을 하며 부지런히 달린다.  조용하던 하얀
  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다섯 살  꼬마 아가씨도 엄마의 손을  잡고
  봉사에 참여했다. 나와 뽀뽀를 하고 손가락 도장을 찍었다. 마흔 한 살
  아저씨가 다섯살 아가씨에게 찜을 당하는 순간이다. 기분이 참 좋다.

     사랑의 집 입구에  도착하니 빨래터의 빨래가 보인다.  수북하게 쌓
  여 있다. 오늘 참석한 남정네들 다리 품을 제법 팔아야 될 것 같다. 안
  으로 들어가니 변함없이 반겨  주는 장애우들의 괴성이 도덕산 자락을
  울리고 있다. 엄마가  아프다고 말하는 친구들... , 간사로  있는 최집사
  님이 몸살로 누우셨단다. 부족한 일손으로 살림을  해 나가려니 몸살도
  날만 하지... .  

     먼저 도착한 우리들은 각자 자리로 배치된다. 몸이  부실한 난 의자
  에 앉아 장애우들과 찬양과 말씀을 들려주고,  고선생과 친구는 빨래터
  로 간다. 아내와 신집사, 그리고 연진이는  부엌으로 들어간다. 각자 할
  일을 찾을 줄 아는 모습이  보기 좋다. 잠시 후 은정 자매가 들어온다.
  창권이와 충용이는 빨래터로  바로 들어갔단다. 봄나물과 야채가  푸짐
  하게 들어온다. 시장을 제법 볼줄  안다. 시집 가도 될 것 같다는 칭찬
  (?)을 해 주니 좋아하는 은정자매. 부지런히 야채를  다듬는 손길들. 양
  파, 대파, 쪽파, 마늘  쫑, 냉이, 봄동, 미나리 등 봄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들이다. 봄  잔치가 벌려졌다. 아직 밖에는  눈이 수북하게 쌓였는데
  주방에선 봄이다. 아마 봄은  주방에서 부터... 아니 아낙들의 손끝에서
  부터 오는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빨래를 널 곳이 없다는 질문이 들어온다. 빨래를  널 곳을 일러주는
  나를 보며 주인같다는 말을 하시는 할머님...  씽긋 웃어주는 나의 답례
  가 보기 좋은가 보다. 빨래를 한 개씩 털어  널며 많은 생각을 하고 있
  는 것 같은 봉사자들.  처음 온 친구와 신집사님은 더 많은  걸 생각하
  고 있으리라. 중간에  빨래가 잘못된 것을 발견하여 다시  손빨래를 하
  는 일행들. 그 모습이 보기  좋아 덕담겸 농담을 해 본다. 주방에 일을
  마치고 빨래터에 모여  빨래가 마무리 되는 것을 보고  있는데, 학생들
  이 몰려 온다. 뒤늦은 봉사를  하러 왔는가 보다. 학교 봉사 점수 때문
  에 온 것이 아닌 자발적인 마음, 장애우들에게  사랑을 나누기 위해 왔
  으리라는 생각을 애써 해 본다.
     안으로 들어가 장애우들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학생들에
  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자~ 짐을 챙기고 일어섭시다."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이 후두둑 떨어지고 있다. 아~! 봄이다.

     함께 참석해 주신  고정범, 박경남, 정창권, 오충용, 오세연, 신명자,
  최은정, 안연진, 김하얀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2001. 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