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안양교도소]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자오나눔 2007. 1. 17. 12:11
     교도소.
     교도소 하면 우선 몸이 움츠려 드는 건 누구나 다 마찬가지인
  가 보다. 신년 들어  처음 방문하는 안양 교도소. 함께 가기로 한
  분들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모른  체 한
  다. 담 안에 들어가 보면 조금은 다른 느낌을  얻게 될 거라는 걸
  알 수 있기에...

     교도소 소장이 바뀌고 장애인 담당 교도관도 바뀌었다는 연락
  이 왔다. 준비해  올 물품도 최소로 줄여 달라는 내용과  함께 담
  당 교도관의 인사  전화다. 분위기가 많이 어둡겠다는  생각을 하
  며 안양 교도소를  행해 출발한다. 변함없이 운전사로  비서로 몸
  이 부실한  남편의 사역을 도와주는 아내의  화장기 없는 얼굴이
  부드럽다.
     눈이 녹지  않은 산야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를 격려하고
  있었다. 교도소 검문소마다 경비를 서고  있는 경비병들의 두툼한
  방한복에서 추위를 더  느낀다. 신분증을 걷어 핸드폰과  함께 정
  문에서 제출을 한다. 준비해 간 물품은 그  자리에 두고 우리들은
  교육관으로 이동을 한다. 일부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반가
  워하는 그들과 악수를 나누며 나도 그들을 보고 싶어했음을 피부
  로 느낀다.

     기타 반주에 함께 찬양을 부르며 은혜를  나누고, 정영태 목사
  님의 설교에 은혜를 받는다. 준비해 간 다과상을  차려 함께 나누
  며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분주하다. 그들도  각 방에서 살다
  가 모처럼 함께  모여 얼굴을 볼 수  있으니 할 이야기도 많으리
  라. 특히 몸이  불편한 장애인 재소자들이라 함께  불편함을 토론
  하고 정보도 교환하는 시간이 부족했기에 더 반가우리라.

     교도소 소장이 바뀌고 담당자가 바뀌고 불편한 점이 한 두 가
  지가 아니라는 투정을 하며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하는 그들에
  게 한마디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보이는 것
  이 진실이 아닌 경우는 너무나 많습니다. 교도소에서  정해 준 방
  침대로 따라 살다  보면 그분들의 뜻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아마
  그때는 감사가 나올  겁니다."라고 말하며, 10여분을 시간을 통해
  짧으나마 나의 삶을 이야기 해 준다. 전혀 몰랐으리라. 내가 어떠
  한 삶을 살아 왔고  어쩌다 장애인이 됐으며 어떻게 주님을 믿게
  됐는지를... 정말이다.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닌 경우는 우리들 삶
  에서도 너무나 많다.  누구나 다 죄를 짓고 살지만 들킨  죄와 들
  키지 않는 죄로 구분되는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약속된  시간이 지났다. 이젠
  끝내 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교도관. 조금이라도 시간을  연장해
  보려는 나와의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교도소의 방침을  따라 줘야 다음 만남에  유리하다는 걸 알기에
  끝낼 수밖에 없다.  교도관의 당부 말씀을 듣고  목사님의 축도로
  나눔의 시간을 마친다. 그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철창문 몇 개
  를 되돌아 나올 때 그들의 기운 없는 모습이 자꾸 눈에 아른거려
  마음이 무거웠다.  다음 방문 때는  조금 더 밝은 얼굴의  그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함께 방문해 주신 정영태 목사님, 고정
  범님, 최유진님, 오세연님 모두 애쓰셨습니다.
     2001.2.9
     부천에서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