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위가 마지막 꽃샘추위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외투를
걸쳐 입는다. 주문해 놨던 떡을 찾으러 떡집에 들리니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침샘을 자극시키고 있다. 떡을 싣고 과일을 싣고, 다과류와 음
료를 싣는다. 함께 방문할 고선생과 은정 자매가 차에 탔다. 양주군에
서 오실 윤건주 목사님께서 전화를 해 주셨다. 전철을 타고 갈텐데 길
안내를 해 달란다. "목사님이나 저나 전철길 모르는 거 똑 같은데 찾
아서 오세요."라고 하니 웃으신다. 색소폰 연주를 하실 김학배 전도사
님이 어디쯤 오고 계시나 확인 전화를 하니, 부지런히 오고 계시단다.
안양 교도소 1차 검문소 곁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목사님을 기다린
다. 도착하셨다는데 보이지 않는다. 다시 확인하니 서울 구치소 정문에
서 전화를 하고 계시네....
얼마후 무사히 합류를 하여 15척 담이 있는 정문 앞에 내린다. 오
늘의 방문자 6명이 모두 모였다. 신분증을 걷어 제출하고 우리들의 만
남이 있을 장소로 이동을 한다. 역시 교도소 안은 춥다. 콘크리트 벽에
서 나오는 냉기가 어깨를 움츠리게 한다. 오늘은 어떤 은혜를 주실까?
마음속에는 오늘 체험할 은혜를 기대하고 있었다. 교육실로 가는 길에
재소자들을 만난다. 푸른 죄수복을 입었지만 표정이 밝다. 모처럼 만나
는 설렘 때문이리라. 교육관에 도착하니 많은 분들이 오셨다. 평상시에
는 40여명이 오는데 오늘은 50여명이다. 푸른색 수의로 교육관이 가득
찼다. 눈에 익은 사람들도 보이고 처음 보는 사람도 보인다.
먼저 간단한 소개를 하고 바로 예배를 드린다. 윤건주 목사님의 힘
있는 설교가 가슴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설교가 길면 당장 반응이 온
다. 옆 사람과 인상을 쓰거나 다른 행동을 한다. 그래서 핵심만 골라
간단하게 설교를 한다. 그때마다 그들의 심령을 울리는 말씀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작은 가슴들이다 우리는...
1부 예배가 끝나고 2부 다과를 나누는 시간이다.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에 색소폰 연주가 시작된다. 가슴을 울리는 색소폰 소리에 우리
모두의 얼굴이 편안해 진다. 음악 치료를 체험하는 순간이 되기도 한
다. 음식이 다 차려지기 전에 먼저 먹는 재소자들도 있다. 함께 감사
기도 드리고 먹자고 제의를 한다. 언제나 커피는 인기다. 떡은 제법 많
은 량을 준비해 갔는데 모두 떨어졌다. 순간 포착을 하여 1회용 커피
를 몰래 감추다 교도관에게 들키는 재소자.... 마음이 아프다.
모처럼 넉넉한 시간이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즉석에서 시를 써
서 낭송해 주는 어느 재소자, 찬양을 준비했는데 안시켜 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다는 재소자. 방문자와 재소자가 주거니 받거니 준비한 찬
양과 이야기를 나눈다. 무언가 그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다. "내
가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은 언제나 있다."는 말을 해 준다. 출소하면
다시는 교도소에 잡혀 들어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해 본
다. 그들에게 열변을 토해 보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오직 주님
만 아시리라.
한쪽 방면에서는 탁월한 재주가 있는 사람들. 나름대로 똑똑하고
영리한 사람들, 그 좋은 머리로, 그 건강한 육체를, 좋은 쪽에 사용했
더라면 이런 만남은 없었을 텐데... 한 달에 한 번 만남이 그들에게는
행복이다. 일반 면회 시간은 길어야 10분인데 우리와의 만남은 2시간
이상이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질문을 했다.
3년 동안 만남을 통하여 아쉬운 점도 있었을 텐데, 우리가 앞으로 만
날 때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라는 것이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
이런 저런 의견이 나온다. 메모지에 적으라고 고선생께 부탁을 한다.
얼마나 시정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교도소 측과 협의하여 시정해 보
겠다는 대답을 해 준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만남의 시간이 2시간을 초과했다. 모른 척
하고 계속 진행을 한다. 이 시간이 지나면 한달 동안 감방에 갇혀 외
출을 할 수 없는 그들을 알기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 보려는 작은
마음이다. 출소를 앞둔 재소자들 일어나게 하여 그들의 각오도 들어보
고, 그들을 위해 모두 통성으로 축복기도를 해 준다. "주님, 저들에게
편함 속의 고통을 겪지 않게 하시고, 비록 부족하여 불편할지라도 참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하소서, 하여 다시는 교도소 안에서 만나는 일이
없게 하소서..." 모두 한 목소리로 찬송을 하고 목사님의 축도로 만남
의 시간을 마무리한다.
먼저 문 앞에 나가 일일이 그들과 악수를 하며 정을 나눈다. 목발
을 짚고 조막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나를 보며 그들은 무엇을 생
각할까... 모두 자리를 비운 후 출소를 앞둔 재소자와 면담을 한다. 조
직 세계에서 중간 보스였던 그는 고백을 한다. 교도소 안에서 다른 재
소자를 보면 '너는 도둑놈이고 나는 깡패야'라며 자부심(?)가지고 살았
다는 그.
작년에 자오 나눔과 만남이 있고 나서 많이 괴로웠다고 고백을 한
다. 이젠 깡패 생활 그만하고 열심히 살겠노라고 다짐을 한다. 중국에
서 농수산물 수입하는 일을 해 보고 싶단다. 자기를 붙잡아 달라는 부
탁을 들으며 얼마나 감사하던지... 연약한 나를 통하여 한 영혼을 바르
게 살도록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교도소를 나오는 우리
의 뺨에 스치는 차가운 바람에 봄향기가 묻어 오고 있었다. 봄이다.
2001. 3. 9
걸쳐 입는다. 주문해 놨던 떡을 찾으러 떡집에 들리니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침샘을 자극시키고 있다. 떡을 싣고 과일을 싣고, 다과류와 음
료를 싣는다. 함께 방문할 고선생과 은정 자매가 차에 탔다. 양주군에
서 오실 윤건주 목사님께서 전화를 해 주셨다. 전철을 타고 갈텐데 길
안내를 해 달란다. "목사님이나 저나 전철길 모르는 거 똑 같은데 찾
아서 오세요."라고 하니 웃으신다. 색소폰 연주를 하실 김학배 전도사
님이 어디쯤 오고 계시나 확인 전화를 하니, 부지런히 오고 계시단다.
안양 교도소 1차 검문소 곁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목사님을 기다린
다. 도착하셨다는데 보이지 않는다. 다시 확인하니 서울 구치소 정문에
서 전화를 하고 계시네....
얼마후 무사히 합류를 하여 15척 담이 있는 정문 앞에 내린다. 오
늘의 방문자 6명이 모두 모였다. 신분증을 걷어 제출하고 우리들의 만
남이 있을 장소로 이동을 한다. 역시 교도소 안은 춥다. 콘크리트 벽에
서 나오는 냉기가 어깨를 움츠리게 한다. 오늘은 어떤 은혜를 주실까?
마음속에는 오늘 체험할 은혜를 기대하고 있었다. 교육실로 가는 길에
재소자들을 만난다. 푸른 죄수복을 입었지만 표정이 밝다. 모처럼 만나
는 설렘 때문이리라. 교육관에 도착하니 많은 분들이 오셨다. 평상시에
는 40여명이 오는데 오늘은 50여명이다. 푸른색 수의로 교육관이 가득
찼다. 눈에 익은 사람들도 보이고 처음 보는 사람도 보인다.
먼저 간단한 소개를 하고 바로 예배를 드린다. 윤건주 목사님의 힘
있는 설교가 가슴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설교가 길면 당장 반응이 온
다. 옆 사람과 인상을 쓰거나 다른 행동을 한다. 그래서 핵심만 골라
간단하게 설교를 한다. 그때마다 그들의 심령을 울리는 말씀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작은 가슴들이다 우리는...
1부 예배가 끝나고 2부 다과를 나누는 시간이다.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에 색소폰 연주가 시작된다. 가슴을 울리는 색소폰 소리에 우리
모두의 얼굴이 편안해 진다. 음악 치료를 체험하는 순간이 되기도 한
다. 음식이 다 차려지기 전에 먼저 먹는 재소자들도 있다. 함께 감사
기도 드리고 먹자고 제의를 한다. 언제나 커피는 인기다. 떡은 제법 많
은 량을 준비해 갔는데 모두 떨어졌다. 순간 포착을 하여 1회용 커피
를 몰래 감추다 교도관에게 들키는 재소자.... 마음이 아프다.
모처럼 넉넉한 시간이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즉석에서 시를 써
서 낭송해 주는 어느 재소자, 찬양을 준비했는데 안시켜 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다는 재소자. 방문자와 재소자가 주거니 받거니 준비한 찬
양과 이야기를 나눈다. 무언가 그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다. "내
가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은 언제나 있다."는 말을 해 준다. 출소하면
다시는 교도소에 잡혀 들어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해 본
다. 그들에게 열변을 토해 보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오직 주님
만 아시리라.
한쪽 방면에서는 탁월한 재주가 있는 사람들. 나름대로 똑똑하고
영리한 사람들, 그 좋은 머리로, 그 건강한 육체를, 좋은 쪽에 사용했
더라면 이런 만남은 없었을 텐데... 한 달에 한 번 만남이 그들에게는
행복이다. 일반 면회 시간은 길어야 10분인데 우리와의 만남은 2시간
이상이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질문을 했다.
3년 동안 만남을 통하여 아쉬운 점도 있었을 텐데, 우리가 앞으로 만
날 때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라는 것이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
이런 저런 의견이 나온다. 메모지에 적으라고 고선생께 부탁을 한다.
얼마나 시정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교도소 측과 협의하여 시정해 보
겠다는 대답을 해 준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만남의 시간이 2시간을 초과했다. 모른 척
하고 계속 진행을 한다. 이 시간이 지나면 한달 동안 감방에 갇혀 외
출을 할 수 없는 그들을 알기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 보려는 작은
마음이다. 출소를 앞둔 재소자들 일어나게 하여 그들의 각오도 들어보
고, 그들을 위해 모두 통성으로 축복기도를 해 준다. "주님, 저들에게
편함 속의 고통을 겪지 않게 하시고, 비록 부족하여 불편할지라도 참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하소서, 하여 다시는 교도소 안에서 만나는 일이
없게 하소서..." 모두 한 목소리로 찬송을 하고 목사님의 축도로 만남
의 시간을 마무리한다.
먼저 문 앞에 나가 일일이 그들과 악수를 하며 정을 나눈다. 목발
을 짚고 조막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나를 보며 그들은 무엇을 생
각할까... 모두 자리를 비운 후 출소를 앞둔 재소자와 면담을 한다. 조
직 세계에서 중간 보스였던 그는 고백을 한다. 교도소 안에서 다른 재
소자를 보면 '너는 도둑놈이고 나는 깡패야'라며 자부심(?)가지고 살았
다는 그.
작년에 자오 나눔과 만남이 있고 나서 많이 괴로웠다고 고백을 한
다. 이젠 깡패 생활 그만하고 열심히 살겠노라고 다짐을 한다. 중국에
서 농수산물 수입하는 일을 해 보고 싶단다. 자기를 붙잡아 달라는 부
탁을 들으며 얼마나 감사하던지... 연약한 나를 통하여 한 영혼을 바르
게 살도록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교도소를 나오는 우리
의 뺨에 스치는 차가운 바람에 봄향기가 묻어 오고 있었다. 봄이다.
2001.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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