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사랑의 집] 두 개의 까치집

자오나눔 2007. 1. 17. 12:12
      장애인 공동체  봉사를 가는 전날 저녁에는  언제나 아내의 손길은
   바쁘기만 합니다. 차량 운전 때문에 봉사 가는  날은 무료 급식소에 갈
   수 없기  때문에, 무료 급식에 쓰일  반찬까지 함께 만들어 놔야  하기
   때문입니다. 장애우들에게 불고기를  해 주겠다며 밤새 불고기를  양념
   에 재입니다. 무료 급식에 쓸 량까지 하려니 더 많습니다.
      달걀 장조림을  만들어 간다며 커다란 다라이에  삶은 달걀을 가득
   담아 놓고 껍질을 벗기고 있습니다. 봉사 가기  전날 저녁은 항상 아내
   는 늦게 잠을 잡니다. 이렇게 부지런히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잘난 신
   랑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그 말의  의미를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더 미안합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무료 급식에 쓸  반찬은 가게에 내
   려놓고, 쌀과 반찬, 부식을 차에 싣고 고선생과 함께 사랑의 집으로 출
   발합니다. 가다가  소사역에서 연진 자매를 태우고  다시 달립니다. 이
   비가 눈을 다  녹일 것 같다며 자연의 위대함을  이야기합니다. 스르르
   스르르 눈 녹는  소리가 봄을 축복하는 소리로 들립니다.  역시 부드러
   움이 강함을 녹이고 있었습니다.
      함께 가기로 했던 회원들이  감기 몸살에 꼼짝 못하고 있다며 미안
   해합니다. 걱정 마시고 몸조리 잘하시라는 위로를 보냅니다. 요즘 감기
   엄청 독합니다. 공동체에서는 한사람이 감기에 걸리면  금방 전체로 퍼
   집니다. 그래서 감기 환자가 오면 조심스럽습니다. "빨래 할 사람이 나
   혼자뿐이냐?"는 고선생의 질문에 "누군가 빨래 할 분을  보내셨으리라"
   는 답변을 해 줍니다.

      고드름이 녹아 작은 시내를  만들고 있는 길을 따라 사랑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왁자지껄 소리가 요란합니다. 빨래터에서 나오는 봉사자들
   의 소리입니다. 우리들의 일손이 부족함을 아셨나 봅니다. 가까운 교회
   에서 몇 분이 봉사를 오셨습니다. 역시  빨래터에는 수다와 웃음소리가
   나와야 제멋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여전히 반갑게 달려드는  장애인
   친구들. 나도 덩달아 목발을 던져 놓고 함께 뒹굽니다.
      일행은 준비해 간  물건을 주방으로 나릅니다. 아내와  연진 자매를
   보면 모녀 사이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연진 자매는 아내에게  샘물 엄
   마라고 부릅니다. 부지런히 음식을 준비하는 사이  고선생과 나는 장애
   우들과 찬양을 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찬양을 하면서  성경에서 '왕따'
   를 당했던 요셉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정신 지체 장애우들의  사춘기는 늦습니다. 나이는 서른이  다 되어
   도 사춘기가  오지 않는 장애우들도  있습니다. 순수한 그들을  보면서
   잃어버렸던 순수를 찾아봅니다.  그들과 잠시 나누는 시간이지만  언제
   나 감사가 나옵니다. 처음 장애인 사역을 할 때... 봉사자들이 장애우들
   과 함께 식사를 못할 때는 화를 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지금은 그런
   상황을 만나도 웃을  수 있는데... 그때는 마음만  앞섰던 시절이었습니
   다.
      푸짐한 식탁이 차려졌습니다.  이렇게 먹을 수 있는  건강을 주심에
   감사하는 기도를 드리고  함께 식사를 합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아
   무것도 못하는 장애우도 있습니다. 물도 먹여 줘야 하고, 밥도 먹여 줘
   야 합니다. 말도 못하는  그의 마음을 알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
   을 잠시 해  봅니다. 장애우들과 함께 살아가는 집사님들을  보면 정말
   대단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는 나와 아내가 가야  할 길
   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이 배웁니다.

      식사도 끝나고 청소도 끝났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노숙자들께 보낼
   옷을 골라서 포장해야  합니다. 창문을 열어 보니 봄비  내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눈  녹는 소리는 들리고 있습니다. 사랑의  집을 나서며
   500년 된 은행나무를 봅니다. 은행나무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는 두 개
   의 까치집이 정다워 보입니다. 봄입니다. 행복입니다. 사랑입니다. 함께
   해준 아내와 고선생, 연진 자매 수고하셨습니다.
      2001.2.23
      부천에서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