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그들을 부를 때 살인범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더
외롭습니다. 똑같은 재소자들이지만 그들을 찾아오는 사람은 보기 어
렵습니다. 그들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들을 만나
러 갈 때는 마음의 준비도 조금 더 합니다. 주안에서 한 형제요, 자매
로 귀한 시간을 나눌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게 됩니다.
청주 교도소, 그곳에 수감되어 있는 그들은 초범이지만 형량은 거
의가 10년을 넘습니다. 긴 사람은 15년을 받고 있습니다. 출소할 때까
지 살아 있을지 모를 나이 많은 할아버지도 있습니다. 얼굴에 칼자국
이 남아 있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선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그들입
니다. 수줍게 미소짓는 그들을 보면 정말 이 사람이 살인범인가? 라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희망이 없는 사람들... 그들에게 작은 희망이라
도 갖게 하려는 마음이 그들을 방문하게 합니다.
2달만의 만남입니다. 함께 가기로 했던 분들이 급한 일이 생겨 많
이 줄었습니다. 아침 일찍 부천을 떠나 청주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차에는 나와 운전하고 있는 아내, 그리고 고선생이 타고 있습니다. 멀
리 익산에서 은정 자매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시간이 맞으면 청주에서
은영집사도 함께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청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한 우리는 부지런히 달립니다. 막힐 것 같던 도로가 시원스
럽게 뚫립니다. 도로 확장 공사가 끝나서 막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
많은 사람들의 땀이 일궈 낸 결실이기도 합니다.
약속 시간보다 1시간 먼저 청주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은정 자매를 기다리면서 시장을 봅니다. 그들과 함께 먹을 떡이랑, 과
자랑, 과일이랑, 커피 등을 삽니다. 많이 발전한 청주 시내를 보면서
은영집사와 통화를 합니다. 조금 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자장면이라도
먹고 들어 가자며 전화가 왔습니다. 은정 자매를 태우고 교도소 앞 골
목에 있는 허름한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은영집사는 미리 와서 자장면
을 시켜 놨습니다. 반가운 인사와 함께 아침 겸 점심으로 자장면을 먹
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바로 청주 교도소로 들어갑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나왔던 은영집사는 회사로 갑니다. 이제 4명만 신분증을 걷어 제
출하고 마련해 간 음식을 들고 좁은 철문을 통과합니다.
얼굴에 칼자국이 있고 지팡이를 짚고 있는 거구의 사나이가 대기실
에 미리 와서 앉아 있습니다. 대화를 들어보니 걸쭉한 입담이 대단하
신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알고 보니 전직 조폭이었던 분이었습니다.
지난날을 청산하고 목사님이 되어 전국 교도소를 돌아다니며 깡패 출
신 재소자들만 모아 놓고 교정 위원으로 귀한 일을 하시는 분이셨습니
다. 담당 교도관이 마중을 나와 반갑게 맞이합니다. 구불구불 몇 개의
철문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갑니다. 매월 만나는 수녀님도 변함없이 방
문을 하셨습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눕니다. 우리의 만남이 있을 상담실
이 보입니다. 상담실로 안내되어 미리 자리를 잡고 있으니 재소자들이
들어옵니다. 눈에 익은 그들의 모습입니다. 얼굴이 많이 밝아졌습니다.
준비했던 말씀으로 간단한 예배를 드립니다. 빛의 소중함을 예화로
들며 '빛으로 오신 예수'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합니다. 예배를 마치
고 다과를 나누는 것까지는 정해진 순서입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
다. 힘들었던 것은 없었는지, 교도소에 건의하고 싶은 것은 없는지, 궁
금한 것은 없는지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바로 곁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께 자꾸 마음이 갑니다. 오늘 처음 나오신 분입니다. 일흔 한
살, 아직도 7년을 더 수감 생활을 해야 한다는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
니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청송교도소에서 5년을 살다가 청주로 오
셨다는 그분. 내가 그분께 해줄 수 있는 말은 건강하시라는 것, 그 말
이 전부였습니다. 한사람씩 이야기를 듣고 대답도 해주고, 방문자들의
이야기도 듣습니다.
교도소에 재소자들을 위해 대학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3층
을 대학 강의실로 사용하기에 교육관이나 상담실이 부족하여 방문팀을
조절해야 하니까, 2개월마다 한 번씩 방문해 달라는 교도관의 요청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재소자들과의 면담시간은 1시간이 가장 효과가
있다며 면담시간도 줄여 달라는 교도관의 요청에 나도 모를 울화통이
치밀어 오릅니다. 교무 과장을 만나게 해 달라고 즉석에서 요구하는
내 말이 강하게 들렸는가 봅니다. 교도관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모
른 척하고 면담을 더 합니다. 이제 5월에나 만날 수 있는데 시간이 아
쉽기만 합니다. 교도소에 대학을 만들어 재소자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좋지만, 상담실을 줄여서 교정 위원들의 방문 기회를
줄이는 것은 아쉽기만 합니다.
그들에게 두달후에 만났을 때 조금씩 준비를 하자며 암송할 성경
말씀을 정해 줍니다.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어하는 재소자들과 우리
방문팀의 마음이 하나가 됐습니다. 시간은 자꾸 가는데 마칠 줄 모르
는 우리들이 있는 상담실로 교도관 3명이 들어옵니다. 모른 척하고 하
모니카를 연주해 줍니다. '하늘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모두
눈을 감고 듣고 있습니다. 가슴이 아립니다. 재소자 한분께 마무리 기
도를 하게 합니다. 두달 동안 연습했다는 그의 기도를 들으며 감사를
느낍니다. 그들과 악수를 나누며 교도소 문을 나섭니다. 우리 뒤를 따
라 나오며 아쉬워하는 재소자들의 배웅이 가슴아픕니다.
무엇이 이들을 재소자라는 이름표를 붙이게 했을까... 철문을 지나
며 보이는 글이 해답이었습니다. "바다는 메울 수 있어도 사람의 욕심
은 채우지 못한다" 답은 욕심이었습니다. 멀리 아지랑이가 보이는 듯
합니다. 머지않아 개나리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리겠지요. 교도소에도
봄은 오겠지요. 그들의 마음에도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2001. 3. 15
외롭습니다. 똑같은 재소자들이지만 그들을 찾아오는 사람은 보기 어
렵습니다. 그들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들을 만나
러 갈 때는 마음의 준비도 조금 더 합니다. 주안에서 한 형제요, 자매
로 귀한 시간을 나눌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게 됩니다.
청주 교도소, 그곳에 수감되어 있는 그들은 초범이지만 형량은 거
의가 10년을 넘습니다. 긴 사람은 15년을 받고 있습니다. 출소할 때까
지 살아 있을지 모를 나이 많은 할아버지도 있습니다. 얼굴에 칼자국
이 남아 있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선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그들입
니다. 수줍게 미소짓는 그들을 보면 정말 이 사람이 살인범인가? 라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희망이 없는 사람들... 그들에게 작은 희망이라
도 갖게 하려는 마음이 그들을 방문하게 합니다.
2달만의 만남입니다. 함께 가기로 했던 분들이 급한 일이 생겨 많
이 줄었습니다. 아침 일찍 부천을 떠나 청주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차에는 나와 운전하고 있는 아내, 그리고 고선생이 타고 있습니다. 멀
리 익산에서 은정 자매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시간이 맞으면 청주에서
은영집사도 함께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청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한 우리는 부지런히 달립니다. 막힐 것 같던 도로가 시원스
럽게 뚫립니다. 도로 확장 공사가 끝나서 막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
많은 사람들의 땀이 일궈 낸 결실이기도 합니다.
약속 시간보다 1시간 먼저 청주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은정 자매를 기다리면서 시장을 봅니다. 그들과 함께 먹을 떡이랑, 과
자랑, 과일이랑, 커피 등을 삽니다. 많이 발전한 청주 시내를 보면서
은영집사와 통화를 합니다. 조금 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자장면이라도
먹고 들어 가자며 전화가 왔습니다. 은정 자매를 태우고 교도소 앞 골
목에 있는 허름한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은영집사는 미리 와서 자장면
을 시켜 놨습니다. 반가운 인사와 함께 아침 겸 점심으로 자장면을 먹
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바로 청주 교도소로 들어갑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나왔던 은영집사는 회사로 갑니다. 이제 4명만 신분증을 걷어 제
출하고 마련해 간 음식을 들고 좁은 철문을 통과합니다.
얼굴에 칼자국이 있고 지팡이를 짚고 있는 거구의 사나이가 대기실
에 미리 와서 앉아 있습니다. 대화를 들어보니 걸쭉한 입담이 대단하
신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알고 보니 전직 조폭이었던 분이었습니다.
지난날을 청산하고 목사님이 되어 전국 교도소를 돌아다니며 깡패 출
신 재소자들만 모아 놓고 교정 위원으로 귀한 일을 하시는 분이셨습니
다. 담당 교도관이 마중을 나와 반갑게 맞이합니다. 구불구불 몇 개의
철문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갑니다. 매월 만나는 수녀님도 변함없이 방
문을 하셨습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눕니다. 우리의 만남이 있을 상담실
이 보입니다. 상담실로 안내되어 미리 자리를 잡고 있으니 재소자들이
들어옵니다. 눈에 익은 그들의 모습입니다. 얼굴이 많이 밝아졌습니다.
준비했던 말씀으로 간단한 예배를 드립니다. 빛의 소중함을 예화로
들며 '빛으로 오신 예수'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합니다. 예배를 마치
고 다과를 나누는 것까지는 정해진 순서입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
다. 힘들었던 것은 없었는지, 교도소에 건의하고 싶은 것은 없는지, 궁
금한 것은 없는지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바로 곁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께 자꾸 마음이 갑니다. 오늘 처음 나오신 분입니다. 일흔 한
살, 아직도 7년을 더 수감 생활을 해야 한다는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
니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청송교도소에서 5년을 살다가 청주로 오
셨다는 그분. 내가 그분께 해줄 수 있는 말은 건강하시라는 것, 그 말
이 전부였습니다. 한사람씩 이야기를 듣고 대답도 해주고, 방문자들의
이야기도 듣습니다.
교도소에 재소자들을 위해 대학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3층
을 대학 강의실로 사용하기에 교육관이나 상담실이 부족하여 방문팀을
조절해야 하니까, 2개월마다 한 번씩 방문해 달라는 교도관의 요청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재소자들과의 면담시간은 1시간이 가장 효과가
있다며 면담시간도 줄여 달라는 교도관의 요청에 나도 모를 울화통이
치밀어 오릅니다. 교무 과장을 만나게 해 달라고 즉석에서 요구하는
내 말이 강하게 들렸는가 봅니다. 교도관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모
른 척하고 면담을 더 합니다. 이제 5월에나 만날 수 있는데 시간이 아
쉽기만 합니다. 교도소에 대학을 만들어 재소자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좋지만, 상담실을 줄여서 교정 위원들의 방문 기회를
줄이는 것은 아쉽기만 합니다.
그들에게 두달후에 만났을 때 조금씩 준비를 하자며 암송할 성경
말씀을 정해 줍니다.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어하는 재소자들과 우리
방문팀의 마음이 하나가 됐습니다. 시간은 자꾸 가는데 마칠 줄 모르
는 우리들이 있는 상담실로 교도관 3명이 들어옵니다. 모른 척하고 하
모니카를 연주해 줍니다. '하늘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모두
눈을 감고 듣고 있습니다. 가슴이 아립니다. 재소자 한분께 마무리 기
도를 하게 합니다. 두달 동안 연습했다는 그의 기도를 들으며 감사를
느낍니다. 그들과 악수를 나누며 교도소 문을 나섭니다. 우리 뒤를 따
라 나오며 아쉬워하는 재소자들의 배웅이 가슴아픕니다.
무엇이 이들을 재소자라는 이름표를 붙이게 했을까... 철문을 지나
며 보이는 글이 해답이었습니다. "바다는 메울 수 있어도 사람의 욕심
은 채우지 못한다" 답은 욕심이었습니다. 멀리 아지랑이가 보이는 듯
합니다. 머지않아 개나리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리겠지요. 교도소에도
봄은 오겠지요. 그들의 마음에도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2001. 3. 15
'봉사중독 행복전염 > 봉사 댕겨 왔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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