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사랑의 집] 버려진 아이들

자오나눔 2007. 1. 17. 12:16
      이번에는 특별한 것을 해  주고 싶다는 나의 의견에 아내는 돈가스
   를 하자고 한다.  의견이 모아지자 아내는 정육점에 가서  직접 고기를
   사 오더니 알맞게  썰어 이것저것 재료를 넣고 고기를  재인다. 사랑의
   집 장애우들과 인연을 맺은지 6년. 이제는 한  가족처럼 자연스럽게 행
   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아침에 준열이 학교 갈 때 아내는  함께 집
   을 나선다. 가게에 가서 돈가스를 미리 튀겨야 한단다. 저녁에 해 놓았
   으면 편했을 거라는 나의 투정에  음식이 상할까 봐 아침에 하는 거란
   다. 아무튼 대단한 아내다.
      나도 집을  나선다. 아내의 시간을  절약해 주기 위해 집으로  오지
   말고 다른 곳에서 만나기로 하고 집을 나선다.  고선생 집 앞에 당도하
   니 누가 내어 놨는지  걸터 앉을 만한 의자가 있다. 햇볕을  받으며 그
   자리에 앉는다. 고선생이  집에서 나온다. 함께 아내를  기다린다. 길을
   가던 어느  할머님이 나를 보더니  안쓰러우셨나 보다. 노인  복지관에
   놀러 가는 길이라며 손에 들고 있던 과자  봉지를 건네주고 가신다. 할
   머님은 조금 걸어가시다 다시 오셔서 지갑에서 천원을 꺼내 주시며 헌
   금을 하란다. 이상하게  일이 돌아가지만 나는 그 할머님께  긍휼의 은
   사가 있음을 발견한다.
      짐을 싣고 아내가 도착했다. 차에 타고 이동을 한다. 중간에 연진이
   도 태우고 부지런히  달린다. 여전히 과림 저수지를 끼고  있는 산에는
   붉디붉은 진달래가 만발해 있다. 참 아름다운 강산이다. 봉사를 다니며
   아름다운 경치를 실컷 구경할 수  있으니 우리는 참 복도 많은 사람들
   이다. 루치아님이 거의 다 왔다는 연락이 왔다.

      사랑의 집에  도착하여 여자  분들은 주방으로 들어간다.  어김없이
   장애우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나와 고선생. 하모니카로  찬양을 불러 주
   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반신불구가  되어 있는
   현주와 이야기를 나눈다. 나이를  물어 보니 벌써 26이란다. 그 아이가
   19살 때 사랑의  집에 들어 왔는데... 부모님 안부를 물어  보니 얼굴이
   어두워진다.
      현주는 버려진 아이다.  고등학교 졸업반 때 실습을  나가면서 한푼
   두푼 돈을 모으고 있었다.  그러면서 보험도 들었던 착한 아이였다. 퇴
   근하며 교통사고가 났다.  결과는 반신불구가 되었고 보험회사에서  나
   온 보험금은 아버지가  가로채어 새어머니랑 살게 된다. 결국  그 아이
   는 장애인되어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게  된다. 그나마 자기의  사연을
   말할 수 있는  장애우는 속내라도 털어놓을 수 있으니  감사하다. 그러
   나 말도 못하고  자기 의사를 표현할 줄 모르는 장애우들...  거의가 버
   려진 아이들이다.  그들의 가슴속에는 얼마나  많은 한이 담겨  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사람이 누구를 만나는가가 중요하다. 그래도  사랑의 집 장애우들은
   행복하다. 버려진 그들을 거둬들여 사랑으로 챙겨  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 주변에 버려진,  아니 버려져 가는 어려운 이웃은 얼
   마나 많은가. 내일은 21회 장애인의 날이란다. 세상에 장애인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마는,  그래도 내일 하루만이라도 장애우들을  특
   별히 생각해 주는 좋은 님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식탁이 풍성하다. 반찬 한가지, 한가지마다 사랑이  담겨 있다. 맛있
   다며 더 달라는 장애우들의 모습이 대견하지만,  그들의 식사량 조절을
   해야 하는  애로점을 알기에 적당량을  담아 주며 장애우들을  달랜다.
   식사도 끝나고 목욕 봉사도 끝낸 집사님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참 맛
   있다. 행복이다.  작은 것에도 감사를  할 줄 알아야 사람이다.  날마다
   감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길가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세상은 아름답다고 한마디씩 하는 것 같다. 모두가 사랑이다.
      2001.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