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년을 소록도에서 시작한다. 그분들과 함께 예배도
드리고, 외로운 그분들께 떡국도 끓여 대접해 드리고, 세배도 하
고, 우리들만의 기도 시간도 나누곤 한다. 봉사를 한다고 하지만
워낙 먼길이라 피곤이 쌓이기도 한다. 그러기에 함께 간 사람들
은 내 눈치를 보기도 한다. 이왕 먼길 달려 왔으니 멋있게 봉사
하고 가자는 게 나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 때도 별 다
른 변화는 없었다. 너무나 피곤하여 잠시 휴식을 하고 있을 때...
캄캄한 밤이다. 바닷가라 바람이 많이 분다. 윗지방에는 눈이
많이 왔다고 하는데 소록도엔 눈을 보기 어렵다. 화장실 가는 동
료들에게 하얀손, 빨강손이 나와 더듬는다고 농담을 했더니 결국
참고 만다. 에고 아무 말 하지 말껄...
갑자기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한다. 작년 여름에 봉사
갔을 때 장애인용 화장실을 튼튼하게 만들어 놨기에 몸이 불편한
나도 먹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아무래도 화장실을 가야 할
것 같다. 밖으로 나와 화장실 불을 켜려니 스위치가 안 보인다.
화장실이 숲 속에 있기에 조용은 하지만 조금 무섭기도 하다. 결
국 스위치를 찾지 못하고 화장실로 가서 일을 본다. 조용한 숲속
에서 바람에 이리저리 부딪치는 나뭇잎의 비명 소리만 들리고 있
다. 너무 조용하다. 갑자기 하얀손 생각이 난다. 괜히 말했나 보
다.
옷을 추슬러 입고 목발을 짚고 화장실을 나선다. 어디선가 드
르륵 소리가 약하게 들려 온다. 목발을 짚고 한 걸음 걸으면 들
리는 소리 드르륵.... 멈춰서면 조용하고 걸으면 또 소리가 들린
다. 아고..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다. 흐미... 하얀손이 나
오나 보다. 다시 걸음을 옮기면 드르륵. 서면 조용...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니 흐억! 하얀게 펄럭인다. 이게 뭐야? 다시 보니 화
장지다. 이런... 일을 보고 옷을 추스르며 벽걸이에 있던 화장지
끝이 벨트에 끼어서 내가 걸을 때마다 화장지가 풀려 나오고 있
었던 것이다. 흐미... 다시 화장실로 가서 화장지를 모두 감아 놓
고 나오면서 하는 말. 진짜 하얀손이 있네~~
어떤 소리가 들릴 때 그 소리에 대하여 알고 있을 때는 대처
할 수 있는 방법이 금방 생긴다. 두려움 같은 것도 없다. 그러나
모르고 있을 때는 별의 별 생각이 다 나는 게 사람인가 보다. 다
시 한번 약한 게 사람이란 걸 느꼈다. 아~ 약한 자 그대 이름은
사람이어라.
2001.1.3
부천에서 나눔
드리고, 외로운 그분들께 떡국도 끓여 대접해 드리고, 세배도 하
고, 우리들만의 기도 시간도 나누곤 한다. 봉사를 한다고 하지만
워낙 먼길이라 피곤이 쌓이기도 한다. 그러기에 함께 간 사람들
은 내 눈치를 보기도 한다. 이왕 먼길 달려 왔으니 멋있게 봉사
하고 가자는 게 나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 때도 별 다
른 변화는 없었다. 너무나 피곤하여 잠시 휴식을 하고 있을 때...
캄캄한 밤이다. 바닷가라 바람이 많이 분다. 윗지방에는 눈이
많이 왔다고 하는데 소록도엔 눈을 보기 어렵다. 화장실 가는 동
료들에게 하얀손, 빨강손이 나와 더듬는다고 농담을 했더니 결국
참고 만다. 에고 아무 말 하지 말껄...
갑자기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한다. 작년 여름에 봉사
갔을 때 장애인용 화장실을 튼튼하게 만들어 놨기에 몸이 불편한
나도 먹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아무래도 화장실을 가야 할
것 같다. 밖으로 나와 화장실 불을 켜려니 스위치가 안 보인다.
화장실이 숲 속에 있기에 조용은 하지만 조금 무섭기도 하다. 결
국 스위치를 찾지 못하고 화장실로 가서 일을 본다. 조용한 숲속
에서 바람에 이리저리 부딪치는 나뭇잎의 비명 소리만 들리고 있
다. 너무 조용하다. 갑자기 하얀손 생각이 난다. 괜히 말했나 보
다.
옷을 추슬러 입고 목발을 짚고 화장실을 나선다. 어디선가 드
르륵 소리가 약하게 들려 온다. 목발을 짚고 한 걸음 걸으면 들
리는 소리 드르륵.... 멈춰서면 조용하고 걸으면 또 소리가 들린
다. 아고..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다. 흐미... 하얀손이 나
오나 보다. 다시 걸음을 옮기면 드르륵. 서면 조용...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니 흐억! 하얀게 펄럭인다. 이게 뭐야? 다시 보니 화
장지다. 이런... 일을 보고 옷을 추스르며 벽걸이에 있던 화장지
끝이 벨트에 끼어서 내가 걸을 때마다 화장지가 풀려 나오고 있
었던 것이다. 흐미... 다시 화장실로 가서 화장지를 모두 감아 놓
고 나오면서 하는 말. 진짜 하얀손이 있네~~
어떤 소리가 들릴 때 그 소리에 대하여 알고 있을 때는 대처
할 수 있는 방법이 금방 생긴다. 두려움 같은 것도 없다. 그러나
모르고 있을 때는 별의 별 생각이 다 나는 게 사람인가 보다. 다
시 한번 약한 게 사람이란 걸 느꼈다. 아~ 약한 자 그대 이름은
사람이어라.
2001.1.3
부천에서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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