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소록도] 하얀 손이 나올까?

자오나눔 2007. 1. 17. 12:16
      우리는 신년을  소록도에서 시작한다.  그분들과 함께  예배도
   드리고, 외로운 그분들께 떡국도  끓여 대접해 드리고, 세배도 하
   고, 우리들만의 기도 시간도  나누곤 한다. 봉사를 한다고 하지만
   워낙 먼길이라 피곤이  쌓이기도 한다. 그러기에 함께  간 사람들
   은 내 눈치를  보기도 한다. 이왕 먼길 달려 왔으니  멋있게 봉사
   하고 가자는 게  나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 때도  별 다
   른 변화는 없었다. 너무나 피곤하여 잠시 휴식을 하고 있을 때...
      캄캄한 밤이다. 바닷가라  바람이 많이 분다. 윗지방에는 눈이
   많이 왔다고 하는데 소록도엔 눈을 보기 어렵다.  화장실 가는 동
   료들에게 하얀손, 빨강손이 나와 더듬는다고  농담을 했더니 결국
   참고 만다. 에고 아무 말 하지 말껄...

      갑자기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한다. 작년 여름에  봉사
   갔을 때 장애인용 화장실을 튼튼하게 만들어 놨기에 몸이 불편한
   나도 먹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아무래도  화장실을 가야 할
   것 같다. 밖으로  나와 화장실 불을 켜려니  스위치가 안 보인다.
   화장실이 숲 속에 있기에 조용은 하지만 조금  무섭기도 하다. 결
   국 스위치를 찾지 못하고 화장실로 가서 일을  본다. 조용한 숲속
   에서 바람에 이리저리 부딪치는 나뭇잎의 비명 소리만 들리고 있
   다. 너무 조용하다.  갑자기 하얀손 생각이 난다. 괜히  말했나 보
   다.

      옷을 추슬러 입고 목발을 짚고 화장실을  나선다. 어디선가 드
   르륵 소리가 약하게  들려 온다. 목발을 짚고 한 걸음  걸으면 들
   리는 소리  드르륵.... 멈춰서면 조용하고 걸으면  또 소리가 들린
   다. 아고..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다. 흐미...  하얀손이 나
   오나 보다. 다시  걸음을 옮기면 드르륵. 서면  조용...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니 흐억! 하얀게 펄럭인다.  이게 뭐야? 다시 보니 화
   장지다. 이런...  일을 보고 옷을 추스르며  벽걸이에 있던 화장지
   끝이 벨트에 끼어서 내가  걸을 때마다 화장지가 풀려 나오고 있
   었던 것이다. 흐미... 다시  화장실로 가서 화장지를 모두 감아 놓
   고 나오면서 하는 말. 진짜 하얀손이 있네~~

      어떤 소리가 들릴 때 그  소리에 대하여 알고 있을 때는 대처
   할 수 있는 방법이  금방 생긴다. 두려움 같은 것도 없다. 그러나
   모르고 있을 때는 별의 별 생각이 다 나는  게 사람인가 보다. 다
   시 한번 약한 게  사람이란 걸 느꼈다. 아~ 약한 자  그대 이름은
   사람이어라.

      2001.1.3
      부천에서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