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안양교도소] 13일간의 자유

자오나눔 2007. 1. 17. 12:22
    2년을 넘게 그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을 줬었다. 그가  안양 교도소로
 이감을 올 때는  99년이었다. 말이 어눌했지만 서유석 톤으로  찬양을 할
 때면 은혜가 넘쳤었다. 매주 잊지 않고 편지를  하는데 언제나 믿음이 있
 는 편지를 썼었다.  사회에 나가면 정말 마음을 잡고  갱생원에 들어가서
 라도 재기를 하여,  간사장님처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아  가겠노라 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출소를 한지 13일만에 다시  교도소에 수감이 되었다
 는 편지를 받았을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다시 죄를  짓고 들어갔을까 만, 꼭  그 방법밖에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교도소 사역에 갈등이  생겼다. 그러나 마치 아무일 없었던 것처
 럼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수많은 장애인 재소자들이 우리를 기다리
 고 있기 때문이었다.  주님의 은혜로 덤으로 살아가고 있는  삶인데 따지
 는 것도 많은 나를 질책해 본다.

    우연하게 통화를 하게 된 풋내기 목사님께 안양 교도소에서 만나자고
 했다. 얼떨결에 대답을  하신 목사님, 그러나 나는  가장 힘들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분이시다. 언제나 풋내기 목사님께 받기만 한다. 그래서 마
 음의 빚을  지고 있기도 하다. 아내는  무료 급식을 해야 하기에  운전도
 해 줄 수 없는  처지라 목사님께 부탁을 했다. 선뜻 승낙하시고  약속 시
 간에 교회 주차장으로 오시는 목사님. 미경님은  교도소에 가져갈 물품들
 을 챙기고 있다. 조촐한 가족이 방문을 한다.  목사님, 나눔, 고선생, 장춘
 화, 황미경, 이재봉님이  일행이다. 그래도 든든함은 언제나  함께 하시는
 주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도로가 막혀 30분 정도 늦게 도착을 했다.  교육관에 도착하니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는 재소자들의 표정이 밝다. 지난달보다  숫자가 줄은건 다
 른 교도소로 이감을 간 사람이 많아서란다. 만기 출소한 사람이 많고,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아서  숫자가 작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목사
 님의 예배 인도가  시작된다. 요점만 간단하게 뽑아서 적당한  예화와 함
 께 전해 주시는 말씀은 은혜다. 그 시간만은 조용하게 경청을 한다. 예배
 가 끝나고  바로 준비해 간 다과를  차린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수박을
 먹어 본다며 감사해 하는 그들을  보며 똑같은 사람인데 담 하나를 두고
 갈라진 운명을 생각해 본다. 다과가 끝나자 그들에게  당부의 말을 해 준
 다. "15척 담 밖을  그렇게 갈망하며 살아온 세월이 있었는데, 막상 나가
 고 보니 모든걸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에,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교도소를 다시 찾아오는  사람이 있는데, 죽을 각오로 견뎌서  반드시 재
 기해 보시라"는 말이 얼마나 마음속에 들어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
 을 할 때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함께 찬양하며 간증하며  격려해 주다 보니 시간이 다 되어  간다. 성
 경을 편지지에 써서  전해 주는 어느 재소자의 얼굴이  평안하다. 두꺼운
 편지지 뭉치가  모두 성경을 직접 쓴  것이라 보기만 해도 은혜가  된다.
 영재씨의 부탁은 나눔의 아내인 큰샘물을 다음달에는 꼭 뵙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허긴 무료  급식 시간이 교도소 방문 시간과  맞물리니 한곳은
 포기해야 한다.  교도소 대신 무료  급식에 매달리는 아내가  다음달에는
 방문할 수 있도록 해 봐야겠다. 며칠후에 청주  교도소 갈때는 아내가 운
 전하고 가야 하기에 무료급식소에 여동생을 오라고 해 놨다.
    그들에게 13일의 자유를 누리는  그런 사람은 되지 말라는 부탁을 마
 지막으로 교도소를 나서고 있었다. 하늘이 참 맑았다.
    200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