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삶을 살아가면서 어느날이라고 소중하지 않는 날이 있겠는
가 만, 그들에게 오늘은 참 소중한 날이다. 세상에서 오늘을 '장애인의
날'이라고 정해 놨지만, 그들에게 오늘이 더 소중한 이유는 한달 동안
기다렸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우리들도 오늘이
소중한 날이다. 수많은 사람이 어떻게 다 변할 수 있겠는가 만, 그래도
흉악범으로부터 다시는 죄를 짓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고백을
들을 때면,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침부터 분주하다. 떡집, 통닭집, 양품점, 과일집, 슈퍼를 들려 사
무실까지 오니 교도소에 가져갈 물품이 수북하게 쌓인다. 아내는 짐을
내려놓고 무료 급식을 하러 가게로 간다. 모처럼 아내를 두고 봉사를
간다. 그러나 어쩌랴... 부족한 봉사자가 채워지지 않으면 언제나 몸을
쪼개다시피 해야 한다. 아내에게 오늘도 화이팅을 외치고 잠시 교도소
방문할 일행을 기다린다.
갑자기 뭐가 빠르게 날아오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진
다. 돌아보니 참새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이며 떨어져 있다. 무엇이 그
리 급했는지 아니면 자살 사이트에 갔다 왔는지... 녀석을 주워 보니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부드럽게 안아서 나무 위에 올려놓는다. 앞으로
는 똑바로 날아다녀라~~는 한마디를 남긴 채... 전도사님과 다시 새를
살펴본다. 왼쪽 눈자위가 퉁퉁 부어 있다. 눈을 뜨지 못한다. 물을 떠
다 가 찬물을 먹여 본다. 조금 정신을 차린다. 멀쩡한 새가 장애조로
변하는 순간이다. 이래서 사고와 죄는 순간이라는 말을 하는가 보다.
아이들이 가지고 장난칠까 봐 높은 곳에 올려놓고 돌아선다. 녀석이
죽지 않기를 기도하며....
준비한 물품을 싣고 안양 교도소를 향해 출발이다. 예정된 순서에
의해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교육관까지 이동을 한다. 벽에 써 있는 글
씨가 가슴으로 다가온다. '사랑으로 함께 가는 세상'이라는 제목에 날
짜와 자오나눔 선교회라는 이름이 써 있다. 사랑으로 함께 가는 세상
이라... 참 좋은 말이다. 사랑으로 함께 간다는 거 쉬운 일이 아니다.
이규환 목사님께서 순서에 의해 간단한 예배를 드린다. 그순간 눈에
띄는 재소자 한사람. 출소한 줄로 알았는데 아직도 있다. 나중에 알아
보니 이번 5월 3일에야 출소를 한단다. 뒤늦게 은정이가 도착을 했다.
예배를 마치고 준비해 간 음식을 펼친다. 평상시에는 반입이 안되
던 통닭도 통과되었다. 떡이 담겨져 나오고 양념 통닭이 나오고 딸기
가 나온다. 음료와 커피까지 나오니 푸짐하다. 평상시는 커피가 인기
최고였는데 오늘은 양념 통닭이 최고 인기다. 다과를 나누며 이런 저
런 이야기를 나눈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으리라. 특별한 날... 특
별한 날을 정해 놨다. 기념식을 한다. 뭔가 아쉽다. 그래도 이런 날이
라도 있으니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풋내기 목사님의 기타 반주에 맞춰 재미있는 게임도 하고 오락 시
간도 갖는다. 평상시 같으면 찬송가를 부를 테지만 오늘은 뽕짝에, 트
로트에, 복음성가에, 찬송가까지 다양한 노래들이 나온다. 우리 목사님
불만이었을지 모르지만 가끔은 외도를 해 보고 싶은 마음이야 어쩌
랴.... 분위기는 무르익어 가는데 시간은 자꾸 흘러만 간다. 누가 저 시
계 바늘좀 멈춰 주세요~~.
서로가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해 준다. 출소를 앞둔 사람들의 노래도
들어본다. 그들의 속사정도 들어본다. 내 차례가 되자 미리 준비해 간
홈페이지에 올라 있던 '당신을 위한 동화'를 기타 반주에 맞춰 낭송해
준다. 마지막으로 해 주는 말, "육체의 장애가 있는 사람은 소망이라도
있지만, 정신의 장애가 있는 사람은 절망밖에 없습니다. 절망을 소망으
로 바꿉시다. 절망에서 소망으로 바꾸어 주시는 주님, 그 분을 바라보
며 삽시다."라는 메시지를 들려준다.
'똑바로 보고 싶어요'라는 복음송을 기타 반주에 맞춰 멋지게 불러
주는 풋내기 목사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시는 담당 교도관, 가수가
왔는데 노래를 더 불러 달라며 장춘화님을 붙잡는 재소자들... 결국 축
도가 끝나고도 한곡 더 부르는 행복한 시간이 됐다. 2시간이 훌쩍 지
나가버렸다. 아니 2시간 30분이다. 먼저 나가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준
비해 간 선물을 한사람씩 나눠준다. 속옷, 양말, 비누를 나눠준다. 치약
은 교도소 방침에 따라 나눠주지 못하고 다시 가져왔다.
냉기가 흐르는 철문들을 지나 나오면서 생각했던 것... '특별한 날'
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날마다 특별한 날이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에게 날마다 특별한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목발을 짚고 나오는 내 몸
이 무겁다. 그래도 다음은 좋아지겠지. 다음이라는 것은 희망이니까...
아내한테 전화를 한다. "우리 이제 가니까 식사 준비해 놓으세요." 아
내의 대답이 정겹다. "맛있게 준비해 놓을께요 몇분이세요?" "응... 10
명.."
2001.4.20
가 만, 그들에게 오늘은 참 소중한 날이다. 세상에서 오늘을 '장애인의
날'이라고 정해 놨지만, 그들에게 오늘이 더 소중한 이유는 한달 동안
기다렸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우리들도 오늘이
소중한 날이다. 수많은 사람이 어떻게 다 변할 수 있겠는가 만, 그래도
흉악범으로부터 다시는 죄를 짓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고백을
들을 때면,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침부터 분주하다. 떡집, 통닭집, 양품점, 과일집, 슈퍼를 들려 사
무실까지 오니 교도소에 가져갈 물품이 수북하게 쌓인다. 아내는 짐을
내려놓고 무료 급식을 하러 가게로 간다. 모처럼 아내를 두고 봉사를
간다. 그러나 어쩌랴... 부족한 봉사자가 채워지지 않으면 언제나 몸을
쪼개다시피 해야 한다. 아내에게 오늘도 화이팅을 외치고 잠시 교도소
방문할 일행을 기다린다.
갑자기 뭐가 빠르게 날아오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진
다. 돌아보니 참새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이며 떨어져 있다. 무엇이 그
리 급했는지 아니면 자살 사이트에 갔다 왔는지... 녀석을 주워 보니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부드럽게 안아서 나무 위에 올려놓는다. 앞으로
는 똑바로 날아다녀라~~는 한마디를 남긴 채... 전도사님과 다시 새를
살펴본다. 왼쪽 눈자위가 퉁퉁 부어 있다. 눈을 뜨지 못한다. 물을 떠
다 가 찬물을 먹여 본다. 조금 정신을 차린다. 멀쩡한 새가 장애조로
변하는 순간이다. 이래서 사고와 죄는 순간이라는 말을 하는가 보다.
아이들이 가지고 장난칠까 봐 높은 곳에 올려놓고 돌아선다. 녀석이
죽지 않기를 기도하며....
준비한 물품을 싣고 안양 교도소를 향해 출발이다. 예정된 순서에
의해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교육관까지 이동을 한다. 벽에 써 있는 글
씨가 가슴으로 다가온다. '사랑으로 함께 가는 세상'이라는 제목에 날
짜와 자오나눔 선교회라는 이름이 써 있다. 사랑으로 함께 가는 세상
이라... 참 좋은 말이다. 사랑으로 함께 간다는 거 쉬운 일이 아니다.
이규환 목사님께서 순서에 의해 간단한 예배를 드린다. 그순간 눈에
띄는 재소자 한사람. 출소한 줄로 알았는데 아직도 있다. 나중에 알아
보니 이번 5월 3일에야 출소를 한단다. 뒤늦게 은정이가 도착을 했다.
예배를 마치고 준비해 간 음식을 펼친다. 평상시에는 반입이 안되
던 통닭도 통과되었다. 떡이 담겨져 나오고 양념 통닭이 나오고 딸기
가 나온다. 음료와 커피까지 나오니 푸짐하다. 평상시는 커피가 인기
최고였는데 오늘은 양념 통닭이 최고 인기다. 다과를 나누며 이런 저
런 이야기를 나눈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으리라. 특별한 날... 특
별한 날을 정해 놨다. 기념식을 한다. 뭔가 아쉽다. 그래도 이런 날이
라도 있으니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풋내기 목사님의 기타 반주에 맞춰 재미있는 게임도 하고 오락 시
간도 갖는다. 평상시 같으면 찬송가를 부를 테지만 오늘은 뽕짝에, 트
로트에, 복음성가에, 찬송가까지 다양한 노래들이 나온다. 우리 목사님
불만이었을지 모르지만 가끔은 외도를 해 보고 싶은 마음이야 어쩌
랴.... 분위기는 무르익어 가는데 시간은 자꾸 흘러만 간다. 누가 저 시
계 바늘좀 멈춰 주세요~~.
서로가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해 준다. 출소를 앞둔 사람들의 노래도
들어본다. 그들의 속사정도 들어본다. 내 차례가 되자 미리 준비해 간
홈페이지에 올라 있던 '당신을 위한 동화'를 기타 반주에 맞춰 낭송해
준다. 마지막으로 해 주는 말, "육체의 장애가 있는 사람은 소망이라도
있지만, 정신의 장애가 있는 사람은 절망밖에 없습니다. 절망을 소망으
로 바꿉시다. 절망에서 소망으로 바꾸어 주시는 주님, 그 분을 바라보
며 삽시다."라는 메시지를 들려준다.
'똑바로 보고 싶어요'라는 복음송을 기타 반주에 맞춰 멋지게 불러
주는 풋내기 목사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시는 담당 교도관, 가수가
왔는데 노래를 더 불러 달라며 장춘화님을 붙잡는 재소자들... 결국 축
도가 끝나고도 한곡 더 부르는 행복한 시간이 됐다. 2시간이 훌쩍 지
나가버렸다. 아니 2시간 30분이다. 먼저 나가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준
비해 간 선물을 한사람씩 나눠준다. 속옷, 양말, 비누를 나눠준다. 치약
은 교도소 방침에 따라 나눠주지 못하고 다시 가져왔다.
냉기가 흐르는 철문들을 지나 나오면서 생각했던 것... '특별한 날'
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날마다 특별한 날이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에게 날마다 특별한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목발을 짚고 나오는 내 몸
이 무겁다. 그래도 다음은 좋아지겠지. 다음이라는 것은 희망이니까...
아내한테 전화를 한다. "우리 이제 가니까 식사 준비해 놓으세요." 아
내의 대답이 정겹다. "맛있게 준비해 놓을께요 몇분이세요?" "응... 10
명.."
2001.4.20
'봉사중독 행복전염 > 봉사 댕겨 왔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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