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안양교도소] 누구인가?

자오나눔 2007. 1. 17. 12:25
소록도 봉사를 다녀와서 하루 쉬고 바로 안양교도소를 가겠됐다. 장거리를 다녀온 후유증은 아직도 몸을 묵직하게 하는데 그래도 할 것은 해야지... 무어라도 준비해 가야하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다. 그렇다고 빈손으로 갈 수도 없고... 일단 아내에게 준비를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나는 그들과 함께 드릴 예배 준비를 해야 한다. 소록도의 환경과 도심의 한경, 그리고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줄거리로 설교를 작성한다. 부족한 내가 준비한 말씀이 그들에게 얼마나 은혜가 될런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하나님 소관이라는 생각으로 준비를 한다.

갈색눈, 미룡, 제이비, 큰샘물, 김혜란, 그리고 나눔. 교도소 방문자 명단이다. 미리 교도소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갈색눈님의 전화를 받았지만, 외곽 순환도로에서 안양으로 빠져나가는 출구를 통과해버린 덕분에 한참을 지나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의젓하게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갈색눈님을 태우고 검문소 2개를 지나 15척 담장 아래에 도착한다. 신분증과 휴대폰 및 소지품을 맞겨 놓고 우리는 교도소 안으로 들어갔다.

몇개의 철창문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니 은은한 찬송가 소리가 들려온다. 그들이 우리를 기다리며 부르고 있는 찬송이다. 3년이라는 세월이 이들을 이렇게 변화시켜 놨다. 아니다 세월이 아니라 하나님이 이렇게 변화시켜 놨다. 참 감사할 일이다.

교육관에 도착하니 서로 눈인사를 하면서 찬송을 계속 부르고 있다. 찬송이 끝나자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예배를 드린다. 공동체에서 자기 혼자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기 의견이 채택되지 않으면 그 단체에 이적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이야기 해 주며 하나님의 가르침을 전한다. 며칠전에 소록도 봉사를 가서 할머님들과 나눴던 이야기도 해 준다. 육지에서 소록도에 구경이나 봉사를 간 사람들이 버리곤 간 쓰레기로 인해 소록도에도 환경이 많이 파괴된 것을 이야기 해 준다. 공동체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보다 남에게 배려하는 법을 먼저 배우고 실천해야 함을 강조해 본다. 바벨탑을 쌓고 하나님과 동등해지려 했던 그사람들과 현재 우리들과 비교하며 우리의 나갈길도 함께 제시해 본다.

설교를 마치고 다과시간, 커피는 여전히 인기가 좋다. 수박도 이번엔 잘 나간다. 여자분들은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고 남자분들은 재소자들과 담소를 나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들의 소리를 다 들어 줄 수는 없지만,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며 듣는다.

이제 초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다며 좋아하는 그는 16년동안 교도소 생할을 했는데 아직도 6년 남았단다. 그 안에 대입검정고시까지 통과하여 반드시 사회의 일군이 되겠다는 그의 각오가 기쁘다. 하나님을 알게 해주고 이렇게 무엇인가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교도관들과 자오나눔에게 감사를 드린다는 그를 보며, 먼 훗날 아름답게 그려져 있을 그의 그림을 연상해 본다.

처음 나온 재소자들도 있다. 무언가 교도소 안에서 삶의 목표를 찾으려는 재소자도 보인다. 모두가 희망덩어리들이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다보면 그 희망은 반드시 이루어짐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한사람씩 특송을 하게 했다. 특종은 장사익의 찔레꽃을 부르다 실패한 미룡이가 다윗과 요나단의 담대하라를 멋지게 불렀다는 것이다. 아직 교회를 나오지 않는 녀석인데 얼마나 은혜가 되던지...

재소자들과 방문자들이 서로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를 한사람씩 하게 했다. 모두가 사랑이 담긴 메시지들을 전해 주고 있다. 참 좋다. 이제 출소를 며칠 남기지 않고있는 어느분도 남아 있는 동료(?)들에게 당부를 하고 있다. 보기 좋다. 사람이 자기 자신의 욕심은 작게 갖고 남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으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부러 그들과 있는 시간을 지체한다. 정해진 2시간이 지났지만 조금이라도 그들을 위해 함께 있는 시간을 배려해 주고 싶었다.

그래도 자리를 떠나야 할 시간은 있는 법, 우리들도 그들과 악수를 나누며 교도소를 나오곤 있었다. 햇살은 따가운데 교도소안에 불어 오는 바람은 살랑살랑 살랑바람이다. 이 바람이 그들 가슴속으로 파고 들어 시원하게 올 여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교도소 작은 철창문을 통과해 밖으로 나오니 갈증이 난다. 목이 탔다.

2001. 6.8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