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안양교도소]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자오나눔 2007. 1. 17. 12:26
      그의 나이 41살.
      교도소에서 20년을 살았던 사람입니다. 전국에 있는 교도소는 모두
   경험한 사람입니다. 그의  과거는 그들만의 세계에서는  화려했습니다.
   결과는 멀쩡한 사람이 의족을 끼우고 살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와의 만남은 98년부터 시작됩니다. 회원들과 함께 교도소 방문을 시
   작하던 그때, 그와의 첫 만남은 불편함이었습니다. 마음속에 악으로 가
   득 차 있던 그에게는 우리들의 방문이 우습게 보였던가 봅니다.
     
      처음 만난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고 빛이 나고 있었습니다. 살아 있
   는 눈빛이었습니다. 조소를 머금고 딴지를 걸던  그와 첫 눈싸움이 있
   었습니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무심한 상태로 그의 눈을  바라보았습
   니다. 10여분의 눈싸움 끝에 그는 눈동자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만남은 2년 정도 계속  되었습니다. 예배가 있었고, 떡을  떼며
   친교를 나누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가 출소하던 달에 마지막으로 했
   던 말이 떠오릅니다. "나는 지금까지 남자의 의리로 살아 왔습니다. 이
   젠 건달의 의리가 아닌 하나님과의 의리를  지키렵니다. 깡패 생활 청
   산합니다. 구걸을 하더라도 옛  동료는 찾지 않겠습니다. 지켜봐  주세
   요..." 그렇게 그는 교도소를 만기 출소했고  모든 과거를 버리고 아이
   가 딸린 미혼모를 만나  건설현장에 경비로 취직하여  살고 있습니다.
   가끔 전화가 옵니다.  "야! 보고  싶다야~ 그래도 더  믿음 키워서  갈
   게..."
     
      이번에도 안양 교도소를 다녀왔습니다. 나름대로 준비를 했지만 아
   쉽기만 합니다. 아무리 교도행정이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교도소는 교
   도소이지요. 더운 여름이 무척 고통스러울 그들과 만났습니다. 일반 면
   회 자는 10분의 시간이 주어지지만 <교화행사>로 참여하는  저희들에
   게는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예배도 드리고, 준비해간  음식
   도 나누고, 각자 전해주고 싶은 사연도 가지고 갑니다.
     
      이번 방문에는 참석자가 12명이나 됩니다. 무척  오랜만에 많은 사
   람이 방문을 합니다. 변함없이 매월 참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처음  참
   석한 사람도 제법 됩니다. 그들의 떨림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구나 처음
   은 그렇게 떨리기 때문입니다. 아직 신앙이  없는 님도 참석을 했습니
   다. 그러나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먼저 마음을 여는 게 중요했
   기 때문입니다.
     
      풋내기 목사님의 설교는 언제나 간단하면서도 재미있고 분명한  메
   시지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서  방영했던 가시고기를 예화
   로 들어주면서 아버지의 사랑을 전합니다. 모두가 은혜를 받았습니다.
      준비해간 통닭, 떡, 과일, 음료,  냉커피가 푸짐하게 차려집니다. 모
   처럼 일손이 많아 빠르게 차려집니다. 환호성을 지르는 그들의 기뻐하
   는 모습 속에서 15척 담  밖을 그리는 그들의 마음을  봅니다. 일부러
   점심을 안 먹고 왔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찬양이 불려지고 준비해간 아름다운 글들이 낭송되고 있습니다. 모
   든 글에는 가슴 뭉클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미룡님이 낭송한 용
   욱이의 기도를 들을 때는 낭송 자나 듣는 자나 모두 눈시울을  적셨습
   니다. 계속되는 친교시간, 풋내기 목사님의 기타 소리는 쉬지 않고  들
   리고 있습니다. 이번 7월에 출소할 재소자들의 다짐을 들어봅니다.  모
   두가 다시는 푸른 죄수복을 입지 않겠노라고 합니다. 그들의 말을,  그
   들의 다짐을 믿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의 테마는 <용서와  사랑>이었네요. 햇빛이 무척
   뜨겁습니다. 과일이 익어 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잠시  태양
   을 쳐다보았습니다. 금새 눈이 안보입니다. 아하~ 역시 나는  연약하네
   요.
      200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