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사랑의 집] 행복과 불행의 차이

자오나눔 2007. 1. 17. 12:24
이번에는 열무김치 국수를 해 줄거라며 밤부터 열무 물김치를 담그는 아내를 보며 천상 나눔의 일군이라는 생각을 한다. 봉사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집에서 하지 말고, 봉사를 가서 하라는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달걀을 삶아 껍질을 벗기고 있다. 하얀 속살이 먹음직스럽게 유혹을 하고 있다.  

봉사자라고 해 봐야 몇명 되지 않는다. 무료급식은 아는 언니에게 맡겨 놓고 사랑의 집으로 가는 아내. 차에는 나와 제이비님, 미룡이가 타고 있다. 다행인 것은 광명에 사는 정선 집사님이 오신단다. 졸업작품으로 다큐를 찍겠다는 학생들도 봉사대에 합류를 했다. 가는 길에 수박 몇덩이도 차에 싣는다. 학생들이 벌써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언제나 말없이 반겨주는 500년된 은행나무는 더 푸른 잎을 뽑내고 있다. 올 여름에도 은행나무 아래서 많이 놀고 있을 사랑의 집 장애우들을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사랑의 집 친구들을 불러 차에서 짐을 내리게 한다. 빨래터에는 어느교회 여자 집사님들이 오셔서 빨래를 하고 있다. 준비해간 음식을 주방으로 옮긴다.

변함없이 아이들과 뒹굴며 놀자판을 벌리는 나. 말씀을 준비해 프린트로 뽑아 아내에게 맡겼는데 무료급식소에 두고 왔단다. 하이고.... 누가복음 15장을 펼쳐 탕자의 이야기를 해 준다. 하모니카 소리를 무척 좋아하는 장애우들. 그들에게 하모니카로 노래를 들려 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 여건이 된다면 악기를 준비해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변함없이 현진이는 사랑 고백을 하고 있다. 25살 먹은 아가씨가 나만 보면 좋다고 꼬집고, 때리고 물어 뜯는다. 비명소리가 자연스럽게 날 수 밖에... 그래도 좋다는 그 아이... 몇명의 아이들이 현진이에게 당했다면서 내게 상처난 팔을 보여 준다. 그들만의 사랑 표현... 사랑의 깊이를 누가 아는가.

열심히 주방에선 음식을 만들고 있다. 음식이 다 됐다는 신호에 상을 펴게 한다. 반찬이 놓이고 열무 물김치 국수가 여러가지 반찬과 함께 놓인다. 배가 고팠다. 목사님의 기도가 끝나자 물국수부터 한그릇 먹는다. 별미다. 비빔국수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만든줄 알았더니, 물국수를 먹을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비빔국수를 만들었단다. 어찌되었던지 비빔국수까지 먹게 된다.

누워서 먹어야 되는 상현이와, 몸을 뒤틀리며 먹어야 하는 준용이는 뇌성마비 장애우들이다. 내가 처음 그들을 만났을때는 아이들이었는데 7년동안 많이 자랐다. 혼자서 밥을 먹을수 있을 정도로 훈련이 됐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장애우가 스스로 숟가락을 들고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연습을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들까... 수고하신 분들의 땀방울이 생각난다.

녀석들의 입가에는 벌건 양념이 범벅이다. 그래도 그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하얀 치아를 보이며 웃어주는 그들을 보며, 행복과 불행의 차이를 생각새 본다. 욕심이 없을 때 행복이 온다는 것, 그리고... 살아 있을 때 행복이 온다는 것. 아무리 큰 고래라도 죽으면 물에 떠 내려 가지만, 아무리 작은 송사리라도 살아 있으면 물을 거슬러 올라 간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가 행복이라는 것. 행복과 불행의 차이를 다시 생각해 본다. 모두가 사랑이다.

2001.5.24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