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안양교도소] 10월을 기약하며

자오나눔 2007. 1. 17. 12:31
      가을 속으로 이미 들어와 버린  것 같은데 한낮의 기온은 아직도 뜨거운
   여름이다. 8월에는 교도소에서  방문자를 받지 않고 자체 교육과  휴식을 취
   하는 기간이라, 9월 첫주 금요일에야 방문을 한다. 많이 변했으리라는 건 생
   각하지 않고, 몇  명이 이감을 갔으며, 또 새롭게  들어온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두달만의 만남이라 제법  푸짐하게 준비된 먹을거
   리랑 물품들. 그것을 싣고 소사역에서 일행을 태우고  부지런히 안양 교도소
   를 향해 달린다. 자연은  아름답고 공기도 맑다. 덩달아 우리들의 기분도 좋
   아진다. 멀리 양주군에서  오신 윤건주 목사임의 수고가  참 감사하다. 바쁜
   일정을 쪼개어 오신 사랑에 감사를 드린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전날 준비했던 프로그램이 머리  속을 한바퀴
   돌고 있다. 부족하기만 내가 감히 그들을 교화시키려고  한다는 것이 부끄럽
   다. 기도하며 할 수밖에...  주님의 이름으로 참가하는 군사일 뿐이라고 자위
   를 하며 눈을  감고 기도를 해 본다. "주님... 오늘  일정을 온전히 맡깁니다.
   성령임의 도우심으로 귀한  은혜의 자리가 되게 하소서." 여전히  그들은 푸
   른 죄수복을  입고 있었다. 푸른  죄수복... 사람을 나약하게 만드는  옷이다.
   허긴 전직 대통령들도 푸른 죄수복을 입으니 나약하게 보이긴 하더라.

      그들과의 만남에는 정이  흐른다. 반갑게 맞이해 주는 그들의  모습이 좋
   고, 만날 때마다 선하게 변해 가는 그들의 눈동자가 좋다. 일부러 말 한마디
   라도 더해 보려는 그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모두가 그리움이다. 열린 마음
   목사님의 힘있는 설교가 우리의 마음도 뜨겁게 만들고  있다. 뜨거움이 식지
   않으면 좋으련만 쉽지 않은 일이다.

      예배가 끝난 후 친교의 시간. 어쩌면 이  시간을 더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푸짐하게 준비해 간 음식을 나누며 지금까지  하고 싶었던 이야기
   들을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 아니 그들의 말로  민간인들을 더 오랫동안 만
   날 수 있으니까.  세상의 공기를 더 맡을 수  있으니까... 그보다 더 큰 사람
   사는 정을 느낄 수 있으니까 친교 시간이 더 좋은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검정고시부터 시작하여 이젠 중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는 어느 재소자의  고백이 가슴을 녹인다. 준비해 간 아름다운  사연들을 낭
   송하며 우리 모두 하나가  된다. 서로가 격려해 주며, 서로의 고충도 들어주
   며, 하나님의 사랑도 나누며, 다시는 푸른 죄수복을 입지 않게 해 달라고 함
   께 기도 하자며 서로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

      정해진 시간은 이미 흘렀다. 단 몇 분이라도  함께 있으려고 시간을 벌어
   보지만 어쩔 수 없다. 교도소에서 정해 준 시간을 따라야 한다. 그것이 서로
   에게 유익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은 누구에게나 있었다. 그
   러나 재소자들에게는 무척  많은 시간이었다. 10분의 면회가  정해진 것인데
   우리들이 가면 2시간을 함께 있을 수 있으니 그것도 감사의 조건이 아닌가?
   아쉬워하는 그들에게 10월을 기약 하자며 화이팅을 외쳐 본다.
      2001.9.11
      나눔